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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농부 세네월 Mar 19. 2018

사람이 사는 법 vs 나무가 사는 법

칼로 물 베기와 깨진 유리잔 붙이기

흔히들 얘기하잖아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물이 합치면 흔적이 없지, 얼마나 다행이야, 매번 베고 새로 구하려면 사는 게 엄청 피곤할 텐데 말이지.
그런데 이런 말도 있는 것 알지? ' 깨진 유리잔은 붙여봐야 깨진 잔이다'.
붙여는 놨지만 앙금은 그대로 있어 깨지기 전의 그 잔은 이미 아니라는...

이번에 서귀포 갔을 때 서귀포항 앞의 문섬을 보고 마나님이 갑자기 열을 받으시더니
내게 사과하라고 하더라고. 

아니 왜?
'25년 전에 당신 스쿠버 다이빙한다고 저 문섬에 날 데리고 가서 혼자 물속에 들어가고, 

나는 섬에서 모기에 뜯겨가며 기다렸잖아, 아 바보같이 왜 따라갔을까, 사과해'
서귀포에 가면 문섬이 보이는 곳에 가면 안 돼, 마누라는 문섬 볼 때마다 그 얘기 꼭 하거든.
문섬의 문이 모기 문이라는 것을 그때는 나도 알지도 못했는데 말이야.

때론 칼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유리잔은 깨졌다 다시 붙여져 있을 수도 있어.
무슨 말인지 알지? 난  벨 생각도 없었지만 상대방이 베었다면 베인 거야.
베인 후에 물은 다시 흐르고 상처는 흉터로 남아 후일에 복습 메뉴가 돼요.
일단 마나님의 얘기가 시작되면 예전 일부터 꼭 다시 복습해야 되잖아.

장작패기와 나무 옹이

우리 봉화 집의 주 난방은 벽난로여서 땔감 준비가 중요한 겨울 채비야.
매년 참나무를 사서 엔진톱으로 자르고 도끼로 패서 장작을 만들지.  
도끼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도끼도 조선종과 미국 종이 있는 거 알아?
귀농 준비차 들른 청계천 공구상 아저씨가 추천한 날렵하게 생긴 미제 도끼는 

나무를  쪼개는 용도가 아니라 쓰러뜨리는 용도란 것을 한 1년 고생하고 알았어. 

뭉툭하게 생긴 조선 도끼는 무게가 있어 웬만한 나무는 단번에 쪼개 놓지,  

거 무슨 영화더라 왜 이대근 씨가 상의 벗어 붙이고 나무 패는... 

그렇게 나무가 쫙쫙 쪼개져서 스트레스 해소에 아주 좋아. 

가끔 놀러 오는 서울 방문객들에게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권하지, 톰 소여처럼.

미제 도끼 자루가 부러지지 않았으면 지금도 그것으로 고생하며 장작을 만들고 있을 테니 

생각해보면 나쁜 일이 꼭 나쁜 게 아닌 거라.

초기에 장작을 팰 때는 옹이가 있는 나무는 도끼날이 안 먹어 애를 먹었어.
모든 것이 그렇지만 장작을 팰 때는 결대로 가야 하는데 옹이가 있으면 결이 달라지는 거야.
 한 번은 맘먹고 나무토막 하나 자르는데 한 시간이 걸린 적도 있었다니까.
한 시간 걸려서 조각조각 잘라 놓고 내가 완전 기진을 했지.

옹이란 나무의 몸에 박힌 가지의 밑부분이라고 국어사전에 나와있는데 결국은 부러진 가지를 덮어 제 몸으로 만든 거야. 부러진 가지는 자라지 않고 주위에 것들이 자라며 가지를 덮는 거지.
외부에서 보면 그저 나무의 줄기일 뿐이고 외형상 특별히 다른 것도 없어. 그러나 장작을 패다 보면
부러진 가지가 나오고 그래서 옹이구멍이 있는 거지. 그 가지가 빠지면 구멍이 생기니까.
결국은 깨져서 다시 붙인 자국이나 똑같아.


옹이가 박히고 내부가 상했어도 모두 다 끌어안고 덮어보린 나무

그러나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있어, 그 붙인 흔적을 꽁꽁 싸매고 가려서 보여주지 않는 것으로 덮으면 끝이야. 복습의 기회가 없다는 것, 그게 중요한 차이점이지.
나무에겐 실제 그 흔적이 자기 안에  있어도 문제가 안되는데 사람들에겐 남아 있는 흔적도 없는데 

언제나 복습의 대상이 되고 문제가 될 수 있다 얘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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