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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농부 세네월 Oct 20. 2019

나무가 사는 법 2

나무가 잘 되는 법, 나라가 잘 되는 법

봉화 집은 네 칸 집인데 그중 손님방으로 쓰는 한 칸만 아궁이로 바닥난방이 되고 세 칸은 화목난로로 공간 난방을 하며 겨울을 난다. 예전의  연탄 준비와 김장처럼 매년 나무를 사서 적당한 크기로 잘라 쟁여 놓는 게 중요한 겨울준비가 되었다. 시골에서는 대개 심야전기보일러 (지금은 신규가 중단되어 있다.)나 연탄, 기름, 화목을 이용한 보일러로 난방과 더운물을 해결하는데 겨울에 집을 비울 때 난방수가 얼어 터지는 경우에 대비를 하여야 하기에 (전 주인 때 생긴 일) 간단히 효율적인 난로를 사용하기로 하였다. 올해로 여섯 번째 겨울을 맞는데 현재의 방식에 전혀 문제가 없어 다른 대안은 생각지 않고 있다. 다만 사과를 수확하는 가을에 일이 겹쳐 더 바쁘게 만드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겨울 한참 추울 땐 아침에는 7-9도 까지 내려가 있지만 집안을 훈훈하게 하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고 가끔 불구경하며 술 한잔 할 수 있는 여유도 있다. 긴 참나무를 사서 30-40센티미터로 잘라놓고 도끼로 장작을 만들어 쌓아 두는데 그 자체가 손님이 오면 좋은 여흥 거리가 되기도 한다. 도끼질 한방에 쫙쫙 갈라 지는 나무는 정신건강에 좋은데 간혹 겉으로는 평범한 나무인데 안으로 옹이가 있어서 도끼가 먹지를 않는 경우가 있다. 초창기에는 진땀을 흘리며 도끼를 휘둘렀지만 지금은 결 따라 가능한 선까지만 자르고 아궁이용 화목으로 분류하여 힘을 빼지 않는다. 옹이가 있는 나무는 거의 매번 만나게 되는데 그때마다 "나무가 사는 법"을 생각하며 감탄을 금할 수 없다. 한때는 문제나 두통거리였을 상처나 성장이 정지된 가지로 인하여 옹이가 생기는데 그 옹이는 결대로만 자라는 일반적인 부분과 달리 힘을 받게 해주는 지렛대의 역할로 튼튼한 나무가 되게 하는데 일조를 한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나무는 자라면서 두꺼워지는 목질부에 따라 새로운 껍질이 생기는 것으로 생각된다. 종종 줄기가 갈라진 사과나무를 보면 목질부의 성장을 미쳐 따라가지 못하여  갈라진 껍질을 볼 수 있다. 굵어지는 목질부는 비정상적인 자라다 만 혹은 부러진 가지와 과거에 난 상처까지를 감싸 안아 옹이를 형성하여 자기 몸으로 합쳐 하나를 만든다. 그렇게 해야  수많은 가지와 열매를 지탱하는 튼튼한 나무가 된다. 대문사진에 있는 나무를 빠개면서 다시 "나무가 사는 법"을 생각했다.  불쑥 튀어나온 가지가 정상적으로 자랐다면 저렇게 나중에 생긴 목질부가 가지를 덮어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가지가 성장을 멈추었기에 새로 생긴 목질부들이 가지를 덮어 자신의 일부로 만들었다. 작년 초에 " 사람이 사는 법 vs 나무가 사는 법"이란 글을 쓴 적이 있어서 제목에 2를 붙였지만 그때는 마누라에게 야단을 맞거나 말싸움이 생기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예전 일까지 모두 불러내는 그런 경우와 조용히 과거의 상처를 덮어 하나가 되는 나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요즘  현상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나의 방식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야말로 낼 모레면 70세인데 그동안의 나의 사고방식이  현실감이 결여되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작금의 대한민국의 상황을 보면서 또 흔하지만 잘 안 쓰던 단어의 조합들이 난무하는 현상을 보면서 많이 혼란스러워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고 다시" 나무가 사는 법"을 생각하게 되었다. " 합리적인 의심" 혹은 " 진영논리"란 말들이 이처럼 회자되는 경우는 없던 것으로 생각된다. 

관점과 입장에 따라 호불호가 나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공동의 교집합을 크게 하여 하나로 되어 앞으로 나가는 것이 발전이다. 옹이를 만들어 덮고성장하는 것이 대개의 경우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다른 가지로 분기되어 나가는 것. 하나의 주지에 가지가 많아야 열매도 많고 좋지만 주지가 분기되어 주지와 가지의 주종관계가 불분명한 나무는 생산성도 안 좋고 오래가지 못한다. Divide & Rule 보다는 Unite & Rule이 튼튼한 나무와 튼튼한 나라를 만드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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