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재재소소

나에게도 선배가 필요해 1.

by 자발적 유휴인


언제부터인가 종종 나의 상황 속에 부모님의 그 때를 소환해본다. 지금의 내 나이 때의 엄마와 아빠는 어땠을 까. 사무실에서 말도 안 되는 상사의 비위를 맞출 때나 무례한 업체를 상대할 때, 우리 아빠는 이럴 때 어떤 식으로 버텼을까. 거울 속에 나이 들어가는 내 모습이 유독 슬픈 날이나 건강을 위해 산부인과 정기검진이 필수불가한 나이가 되니 내 나이의 엄마는 또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나 싶다.




수학 공식처럼 답이 있는 것이 아닌 조언을 얻는 건 여러모로 참 어렵다.

사회에서는 경력이 쌓이다 보니 누군가에게 일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건 결국 내가 무능하거나 자격이 미달된다는 화살이 되어 돌아오기도 했다. 더욱이 사생활을 좁디좁은 이 바닥에서 공유하며 조언을 구한다는 것은 그냥 내 이야기가 날개를 달고 이 사람 저 사람의 입으로 전해지더라.

가족이나 친구들에게는 어떨까. 나이 많으신 부모님은 나에게 생기는 작은 일도 산처럼 생각하시기에 조금이라도 걱정하실 이야기는 꺼내지 말아야지. 아마도 언니나 오빠 그리고 친구들은 조언보다는 격려와 응원을 해주는 편이라 뭔가 답이 정해진 리액션이 나올 테고. 더욱이 지금 나는 '자발적 백수'라는 명함을 가졌으니 이걸 아는 지인들은 내가 굉장한 계획을 가지고 선택을 했다고 오해하지만, 사실 난 그렇게 주도면밀한 인간이 아닌걸.




이전에 모 방송에서 이효리와 엄정화의 눈물 가득했던 대화가 생각났다.


"나는 언니가 있어서 너무 좋은데, 언니 위에는 이런 선배가 없잖아요. 언니는 언니 없이 어떻게 버텼어요?"

"몰라. 그냥 술 마셨어."


내가 이 길을 가는 동안 지치고 힘들 때

펜스 밖에서 '힘내, 파이팅' 같은 응원 말고,

'지금 힘들지, 내가 알아' 하며 같이 걷고 길에 대해 대화 나눌 수 있는 그런,

길의 선택이 옳다 그르다말고 오롯이 공감하고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나도 그런 선배가 어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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