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싸워야 '우리'를 만든다

[Essay] 과학 쌤이 알려주는 인문학

by 한은

초행길

10대가 겪어야 하는 큰 산이 있을 것이고, 20대가 반드시 넘어야 하는 큰 산이 있으며 30대가 이루어야 하는 과정이 있듯 때에 따른 과정과 결과들이 반드시 있다. 처음에는 작은 감정 소모에서도 큰 힘을 빼앗겼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큰 힘을 비축할 수 있는 그릇이 되어있다. 초행길을 가지 않은 사람은 전 세계에 단 한 명도 없다. 익숙한 길을 누구나 선택하고 싶지만 익숙한 길이 되기 위한 과정도 결국 초행길을 들어가야만 했다. 혹은 광야와 같이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살아내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만 했던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지나고 뒤를 돌아보니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 너무 많은데 왜 시간이 지나야 만 여유가 생기는지 억울하다.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순간마저도 일어나야만 했던 순간이라면 바르게 가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일을 하다가 손을 크게 다쳐서 수술을 했었는데 일상생활로 돌아오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가볍게 들었던 물건들도 자동차 한 대를 들어야 하는 것처럼 너무 무거웠다. 왜 일어나지 않았으면 했던 순간이 나에게 일어나서 나의 삶을 힘들게 하는가 하루 종일 울기만 했었다. 차가운 수술대에서 혼자 감정을 삭이면서 두려움을 이겨내야만 했던 것도 너무 억울해서 모든 동료들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다치게 되면서 회사의 분위기는 전부 변했는데 각자에게 일어났던 균열들이 다시 보수가 되기 시작했었다. 내가 맡은 업무가 있기 때문에 나는 선택하고 집중해야 했는데 손 때문에 집중하기 어려웠지만 과거에 잡혀있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손을 다치면서 이미 지나간 과거에 집중하기보다 '지금'과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꿈꾸고 계속 새롭게 그리는 사람이 되었다.


'나'를 성장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상황과 환경이 아닌 바로 '나'이다. 자신과 자신의 감정에 계속 집중하다 보면 '나'만 보이게 된다. '나'만 보게 되면 초행길을 두려워하게 되는데 가보지 않은 길, 겪어보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머뭇거리게 된다. '우리'를 만나기 위해서 '나'와 싸워야만 한다. '나'를 먼저 사랑할 줄 알아야 '우리'를 만들어간다.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나'에게는 관대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관대하지 못한다. 역사가 만들어지기 위해서 가장 먼저 '나'를 깨뜨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자신을 부인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개인의 정체성을 알게 되고, 그 정체성으로 현재를 살아가게 된다. 이후 그 정체성은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나는 고전(classic)을 통해 나보다 먼저 감정,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과 환경에 대해서 눈물 흘리고 싸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각 분야마다 존재하는 사람들의 인문학적 생각들을 들으며 '나'를 만들어갔으며 '나'를 바르게 세우니 지금은 사랑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함께 '우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나는 성경을 함께 했는데 나의 중심은 사실 나의 믿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 믿음이 견고하지 않을 때가 많았지만 어려운 상황과 환경이 오더라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초행길이라면 익숙한 길로 만들기 위해 단번에 초행길을 향해 걸어갔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는 요소들을 많이 보는 경우도 있었고, 즐거운 순간들도 있었고, '내 사람'들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서 '우리'를 만들 수 있었다. 가장 비참할 때, 가장 처참할 때 '나'와 싸우며 시간을 지내보니 어느 순간 '우리'가 만들어져 있었다.


'우리'를 만들어가는 궁창의 별과 같이 빛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소망하고 또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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