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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진 Sep 16. 2016

인도에서 결혼식 가기

  이곳에서 맞는 첫 토요일. 아침부터 분주했다. 나긴다르 아저씨 지인의 결혼식을 함께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말로만 듣던 인도 결혼식을 방문한 다는 생각에 내 결혼식 마냥 마음이 들떠 있었다. 일주일 전에 이미 결혼식에 입고 갈 인도 전통 옷을 준비할 정도였으니까. 나긴다르 아저씨와 함께 동네 시장에 가서 직접 천을 고르고 몸에 맞게 재단사가 직접 만들어준 옷이었다. 나는 선명한 빨간색 천을 골라 옷을 만들었는데 입어보니 정말 몸에 꼭 맞아 너무 기분이 좋았다. 바지와 상의, 스카프 세 세트로 구성된 이 옷은 펀자비라는 인도의 전통 복장 중 하나이다. 천 한 장으로 말아 올려 입는 사리보다는 간소화된 복장이다. 시골이라 그런지 옷을 몸에 맞게 직접 제작하는데 천 값까지 다해도 한국 돈으로 만 오천 원이 채 되지 않았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스키니 진과는 달리 인도의 바지는 모두 펑퍼짐한 핏을 자랑한다. 결혼식을 위해 맞춘 옷은 정말 마음에 쏙 들어서 가능하면 한국까지 입고 가고 싶을 정도였다. 인도 여행을 할 때는 인도 전통의상을 입으면 여러 모로 이득이 많다.  수십 번의 “뷰티풀!”소리를 들으며 인도 사람들과 금방 친해질 수 있다는 것도 그중 하나다. 

  곱게 전통의상을 입고, 빨간 스티커에 귀걸이까지 하고 나갈 채비를 했다. 나긴다르 아줌마는 방에 오셔서 한 명 한 명 스카프와 옷매무새를 만져주셨다. 인도 여성들은 참 화려하게 꾸민다. 우리도 신경을 쓴다고 썼지만 인도 여성들에 비하면 심플한 수준일 것이다. 반면 남자들은 달리 꾸밀 것이 없었다. 전통의상도 마땅한 것이 없고 장신구도 없었다. 아마 식민지배를 거치면서 전통과 민족을 상징하던 여성들은 과거 인도의 관습을 유지해야 했지만 서구 근대문물을 받아들이는 주체였던 남성들은 서구의 모습에 가까워야 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꾸미느라 신이 난 여자들과 달리 남자들은 다소 무료해 보이긴 했지만 어쨌든 다 같이 신나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인도에 가면 꼭 결혼식을 가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인도의 결혼식은 다른 나라와 다른 인도 사람들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보여주는 성대하고 신나는 축제다. 하지만 인도 결혼식에 가봐야 하는 진짜 이유는 인도 결혼식이야 말로 인도 사람들과 친구, 가족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나도 이 결혼식이 사실 누구의 결혼식인지 잘 몰랐다. 우리는 신랑, 신부와는 일면식이 없는 남일뿐 아니라 외부인인 데다 외국인이었다. 그럼에도 결혼식장에 도착하니 어색함이란 찾을 수 없고 모두 우리를 한마음으로 반겨주었다. 이미 춤판이 벌어지고 난리가 나있었기에 우리도 자연스레 껴서 한판 어색한 인도 댄스를 선보였다. 모두 우리가 누구인지 묻지도 않고 갑자기 춤판에 들어오라고 흥겹게 손짓을 했다. 대낮에 마당에서 벌어진 클럽 같은 이 광경에서 우리도 모두 뛰어들어 그들의 춤사위를 어설프게 따라 해 보았다. 친절하게도 손짓, 발 스텝까지 알려주었다. 예쁘게 차려입은 인도 언니들과 찰칵찰칵 사진도 찍었다. 오늘 처음 본 사이인데도 다정하기만 하다. 

신나게 춤을 추는 인도 사람들

  한바탕 춤사위가 벌어질 동안 집에서는 신랑 신부가 신성한 의식을 준비하고 있다. 처음 본 신랑 신부의 얼굴.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엄청나게 화려한 장식 복잡한 과정의 예식이 인도 고유의 색깔을 보여준다. 이 예식의 의미를 하나하나 알 수는 없지만 색색의 가루를 여기저기에 묻히고 신랑, 신부가 서로의 주변을 몇 바퀴씩 돌고 도는 독특한 방식을 지켜보며 나도 진지하게 그들의 행복과 아름다운 미래를 기원해본다. 음악소리가 성대하게 울려 퍼지고 신부 친구들까지 손에는 정교하고 섬세한 헤나로 장식해 결혼식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어우러지며 한편의 아름다운 그림 같았다.   

다소 지쳐보이는 신랑과 신부

  결혼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음식이다. 우리가 그동안 먹던 음식과는 조금 달랐는데 당황스럽게도 정말 숟가락이 없었다. 프라타라고 하는데 결혼식이라고 해서 음식이 그다지 성대하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 집 한편 마당에 한 줄로 모든 하객들이 나란히 앉아 접시 하나에 기름에 튀긴 프라타 하나, 약간의 밥, 그리고 물을 받아 들고 맨손으로 조금씩 뭉쳐서 먹었다. 평소 손으로 먹어본 적이 없는 우리에게 뜨겁고 기름기가 묻어있는 프라타를 손으로 떼어먹는 것은 서양인들이 처음 젓가락질을 하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았다. 하지만 특별한 날에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달짝지근한 프라타가 참 맛있었다. 우리나라 호떡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인도의 결혼식에도 돈이 많이 든다고는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의 결혼과는 참 다른 느낌이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큰 호텔을 예약하고, 어디서 유래된 것인지 알 수 없는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몇 차례의 스튜디오 촬영과 비싼 식대와 축의금을 고려하며 서로 부담스러운 마음을 적당히 가리고 치러지는 결혼식이 떠올랐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소박하게 식사를 하고, 몇 날 며칠을 춤추고 노래하며 진짜 축제를 벌이는 이들의 결혼식이 부러웠다. 물론 이방인의 시선이라 좋은 면만 본 것도 있을 것이다. 그 모든 관습과 전통을 따라가는 것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오늘의 결혼식이 자유로운 마음으로 다 함께 즐기는 축제인 것만은 얼핏 보기에도 분명한 사실이었다. 우리의 결혼식도 모두가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모습으로 펼쳐지길 소망해본다.    

  신랑 신부의 행복한 미래를 축하하며 열렬한 박수를 보내는 우리에게 한 인도 언니가 묻는다. “너희 신랑 친구니, 신부친 구니?” “아...! 우리는 친구의 친구예요. (friend's friends.)”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고민하던 끝에 친구의 친구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환하게 웃으며 우리의 대답을 반복한다. “아~~ 프렌즈‘s 프렌즈 okay!” 세상의 모든 관계는 다 그런 게 아닐까. 친구이거나 친구의 친구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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