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기에 완두콩이 영글다
그냥 매일 했더니 그리되었다
조용히 열매를 맺고 있는 한평 베란다 텃밭. 소담스러운 꽃이 피더니 완두콩이 열렸다. 완두콩이 열린 줄도 몰랐다. 어느 날 보니 뒤편에서 혼자 조용히 영글어있었다.
진짜 열리다니.
하나 둘 피클 오이꽃이 피었다. 나비도 벌도 없이 과연 열릴까 싶었는데 열매 중 하나가 커진다.
어떤 오이가 될까
완두콩 하나로 무얼 할까. 피클 오이 하나로 무얼 할까. 아이들과 하나씩 맛을 볼까. 사진 찍어 올리는 보람 인지도 모른다. 열매 맺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이다.
처음으로 누워 스스로 잠이 든 25개월 둘째며칠 전 25개월 둘째가 처음으로 누워 잠이 들었다. 원래는 젖을 물려 재웠었다. 젖을 물리지 않으면 1~2시간 안아주어야 잠이 들었다. 얼마 전엔 젖 잠 연결을 떼려고 시도하다 실패하기도 했다. 아이의 낮과 밤 컨디션이 극히 나빠졌기 때문이었다. 그러고서 한 달 후, 점심 먹고 누나랑 낮잠 자기 놀이를 하다 잠이 들었다. 헐. 낮잠이 너무나 힘든 아이였기에 더욱 놀랐다. 눕히기만 하면 깨고, 내가 옆에서 일어나기만 하면 깨고, 젖을 떼기만 해도 깼었다. 심지어 요즘은 낮잠을 자지 않는 날도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잠이 들어 한 시간 반을 자고 일어났다. 느낌이 좋아 밤에도 아이를 눕혀 토닥였다. 설마 했는데 5분 안에 잠이 들었다. 이날만 그런 걸까 큰 기대를 가지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그 이후로도 그렇게 잠이 든다. 놀랍다. 적기 수면교육이란 이런 걸까. 다 때가 있나 보다.
나는 많은 일들을 노력으로 이루며 산 사람이다. 되지 않으면 되게 만들었다. 그렇게 되도록 에너지와 열정을 쏟았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며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노력으로도 되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그런데 또 그렇게 되지 않던 것들이 때가 되면 너무나 쉽게 이루어졌다. '때'. '적기'.라는 것에는 경이로움이 있었다. 세상의 섭리와 자연의 법칙이 있었다. 이를 거스르면 너무나 힘든 여정이지만, 이를 따라가면 모든 일이 수월했다.
이렇게 적기의 마법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것을 내 인생에도 대입해보았다. 그냥 매일 내가 되고 싶은 것들을 했다. 습관을 만든 것이다. 나는 작가라고 생각하며 매일 글을 쓴다. 나는 인플루언서라고 생각하며 매일 sns에 포스팅을 한다. 나는 성공한 투자자라고 생각하며 매일 투자 공부를 하며 실전에 활용한다. 내 마음속에서 나는 이미 그런 사람이다. 내가 사회에서 해당 타이틀로 언제 인정받을지는 모른다. 그 '때'라는 것이 올까? 준비된 자에게 하늘은 기회를 주겠지. 그렇게 믿는다.
우리 집 베란다의 열매들도 그렇게 그냥 때가 되어 열매를 맺었다. 나는 아무런 노력을 한 것이 없다. 매일 해를 쪼이고 물을 주었을 뿐. 매일의 일과라서 노력이라기보단 그게 내 삶이었다. 나는 그냥 내 삶을 살아냈는데, 그렇게 열매가 열린다. 힘들 땐 내 습관을 돌아보겠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보겠다. 때가 오지 않았음에 조급해하지 않겠다. 나는 이미 그런 사람이니까. 열매는 하늘이 주는 선물일 뿐. 중요한 건 삶이라는 매일의 과정인지 모른다.
다시 완두콩을 바라본다. 그동안 내가 기울인 관심이 떠오른다. 이 완두콩으로 내일 아이들과 파티를 벌여야겠다. 자연의 섭리에 황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