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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언 Nov 26. 2022

큰 뜻이 뭔데?

11/15 명상 일기

하늘의 태양을 바라보았다. 9개의 빛이 있었다. 눈이 부시게 바라보다가 딴생각에 사로잡혔다. 한참을 헤매다가 다시 빛이 보였다. 그 태양들을 내가 안고 있었다.


하나씩 안으니 빛이 팔다리가 생기며 꿈틀꿈틀 아기가 되었다. 9명의 빛 아기가 생겼다. 첫째 아이가 아기를 키우겠다고 했다 아기를 엄청 좋아하는 아이라 아기들을 모두 눕히고 소꿉장난 하듯 키웠다. 먹이고 재우고 놀고 재밌어 보였다. 한참 후 첫째에게 물으니 아기가 모두 사라졌다고 했다. 빛이 되어 하늘로 날아갔다는 것이다.


순간 카페 스텝들이 생각났다. 마침 스텝이 9명이라는 자각이었다. 그 스텝들과 원탁에 둘러앉았다. 뭐를 먹다 가운데를 보니 포도가 있었다. 샤인 머스켓 같은 알이 굵고 단 탐스러운 포도였다. 그 포도를 모두 나누어먹었다. 웃고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이었다.


시간의 수레바퀴 안에 내가 있었다. 거대한 태엽이 웅장하게 규칙적으로 돌아갔다. 마치 시계 안에 들어간듯한 느낌이었다. 그 장엄한 광경을 보며 멍하니 있다 시간을 멈춰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옆에 시계를 멈추는 레버가 있었다. 그 레버를 잡아내려 시간을 멈추었다. 모든 것이 정지했다. 고요함 안에 한동안 머물렀다. 적막하며 평화로웠다.


대천사가 나타났다. 눈부신 빛에 커다란 날개를 달고 있었다. 나보고 따라오라고 말했다. 어찌 따라가야 할지 모르지만 알겠다 말했다. 함께 공간이 이동되었다.


작은 공간 구석에 한 아이가 웅크려 울고 있었다. 천사는 그 아이를 가리켰다. 그 아이를 내 손을 터치했다. 아이의 슬픔과 고통이 모두 사라졌다. 아이는 깨끗한 영혼이 되었다. 텅 빈 빛이었다. 그 옆에 또 다른 아이가 있었다. 울고 있었다. 그 아이도 터치해 영혼이 되었다. 그런데 그 옆에 큰 전신 거울이 보였다. 그 거울을 터치해 ‘나’가 생겼다. 나는 계속 많아졌다. 나들은 아이들을 모두 터치해 깨우기 시작했다. 수많은 아이들의 고통이 사라졌다. 아이들은 모두 깨어났다. 가슴이 벅차고 행복했다.


손바닥을 내려다보니 손바닥에 물이 고여있었다. 물 안에 작은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었다. 주황색에 귀여운 꼬리였다. 그 물고기가 갑자기 푝 튀어 물에서 점프하더니 순간 새로 변해 날갯짓했다. 하늘 높이 날아 빛이 되었다. 옆의 사람들도 손바닥에 물이 고였다. 작고 귀여운 물고기들이 그 안에서 헤엄치다 튀어올라 새가 되어 날아갔다. 세상이 빛으로 온통 밝아졌다.



마스터님이 내게 검지 손가락을 내밀었다. 마치 영화 ET처럼 나도 손가락을 내밀어 마스터님의 손가락에 맞대었다. 마스터님에 세게 내 손가락을 밀었다. 나도 맞대응했다. 순간 마스터님이 강한 에너지를 내 몸에 손가락을 통해 넣어주셨다. 내 몸에 강하고 힘 있는 에너지가 가득 차올랐다. 그 에너지는 내 몸을 뚫고 몸 밖으로 퍼져 나갔다. 자신감이 생기고 보호받는 느낌이었다.


내게서 강한 에너지가 퍼져 방을 채웠다. 이윽고 우리 동네를 채웠다. 우리나라를, 지구를 채웠다. 그 에너지는 우주로까지 꽉 찼다. 최대로 꽉 찼을 때 그 에너지는 점점 흡수되어 전체가 되었다.


내 에너지는 다시 내 몸만해졌다. 이번에는 모든 것을 버렸다. 몸도 집착도 생각도 모두 훌훌 내려놓았다. 나라는 자각도 모두 벗었다. 내 에너지는 우주에 흡수되어 전체가 되었다. 우주가 되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라는 자각이었다. 어떤 방법이 좋은가에 대한 질문에 내 선택에 달렸다는 답이 떠올랐다.


그래도 큰 뜻을 품어야 하지 않아? 내 에고가 물었다.

큰 뜻이 뭔데?


큰 뜻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 존재가 바로 큰 뜻이었다. 내 영혼의 길을 여여히 가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물건이 떠올랐다. 내 차, 목걸이, 그 물건들에 모두 의도가 깃들어 영혼이 있었다. 그들과 대화했다. 한참을 이야기하고 즐기다 순간 모든 것이 고통이었다. 다 내려놓고 훌훌 털고 싶었다. 그 물건들을 모두 내려놓았다. 모든 걸 비우자 진정 자유로운 느낌이었다.


모래놀이를 실컷 했다. 모래는 돈이었다. 쥐었다 놓았다. 만들고 부쉈다. 모래는 지천에 있었다. 신나게 노는데 옆에 웅크려 벌벌 떠는 사람들이 보였다. 모래가 날아갈라, 모래가 무너질라, 기약 없는 두려움을 붙들고 모래를 꼭 쥐고 놓지 못했다. 바로 옆에 모래가 잔뜩 있어 언제든 가지고 놀 수 있다고 자각하지 못한 채. 그 모래를 붙들고 있는 것은 ‘중요성’이었다. 모래가 너무 중요했으며 모래가 사라지면 영영 찾지 못할까 봐 두려워했다. "저걸 놓으면 될 텐데. 조금만 정신을 차리면 바로 옆의 수많은 모래가 보일 텐데."라는 생각을 하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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