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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언 Feb 23. 2020

아직도 모유수유하세요?

모유수유 오래 해도 괜찮아요

아직 모유수유를 한다고 하면 보통 반응이 두 가지로 나뉜다. "아직도 모유수유를 하신다고요?" 혹은 "정말 대단하시네요. " 뭐가 됐던 굉장한 놀라움을 자아내는 사건이 틀림없다. 한데 이 이후의 대화가 단절되어 버린다. 낙동강 오리알이 된 기분. 이런 반응을 느낀 후부터 나도 모르게 모유수유한다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을 만날 때면 혼자 조용히 구석에 가서 몰래 수유를 했다. 사실 뭐 그리 부끄럽고 숨길만한 일은 아닌데.

이렇게 모유수유는 일급비밀이 되었다. 내가 일 년째 수유를 했을 때 2년 동안 한 사람들은 어떤 상황일까 뭐가 좋을까 너무 궁금했다.  아무리 주변을 수소문해도 알 수 없었다. 아무도 가지 않은 듯한 미지의 영역. 결국 인터넷을 뒤 정보를 딱 한 갠가 찾았다. 다른 이들도 나처럼 숨어 지내는 것이 틀림없었다. 거기서 도움을 많이 받았 용기를 내어 글을 올렸다.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반응이 한결같았다. "저도 아직 하고 있어요. 응원해요." "단유 할까 고민이었는데 사실 더 하고 싶어요. 용기 낼 게요." 그리하여 금 더 용기 내어 공식적으로 써본다. 두 돌간 모유 수유한 소감.  리고, 같이 육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용기 내세요!





'아직도' 수유를 하면서 가장 좋은 것 중에 하나는 민감한 헬렌에게 직빵인 진정제를 항상 가지고 다니는 셈이라는 것이다. 보통 5초 안에 상황 종료된다. 없다면 안아 달래야 하는 상황에 찌찌만 물리면 되니 허리가 안 좋은 나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육아 도우미인 셈이다.

다른 하나는 젖 먹일 때 그나마 쉰다는 것이다. 헬렌은 한시도 엄마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 진정한 '하이'니즈인데 찌찌 먹을 때만큼은 요구가 없다. 말없이 누워있을 수 있다. 젖먹이는 시간이 가장 편하다. 난 정말 찌찌 없인 못 키웠을 것이다.

또한 촉각이 너무 예민해 오로지 잡곡밥, 치즈, 면, 그 외 몇 가지만 먹는 헬렌에게 젖은 아직도 없어서는 안 될 충분한 영양 공급원이다. 헬렌은 밥을 더럽게 안 먹는데도 참젖 덕분인지 평균보다 성장이 좋다. 잔병치레도 없다.

엄마의 이성을 다시 찾아준다. 육아하다 보면 너무 힘들고 미칠 것 같은 때가 많다. 이럴 때 젖을 먹이면 호르몬의 분비로 갑자기 애가 막 이뻐 보이면서 가출했던 이성이 돌아온다.



하도 열심히 먹어서 윗입술이 다 하얗게 되고 :)



그리고 고리타분한 이야기지만 가장 큰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강한 애착이 아닐까 싶다. 모유수유 전 나는 남들이 말하는 진한 애착이 어떤 걸까 궁금했었다. 나에게 그 느낌은 이렇다. 매번 젖 먹일 때는 이 세상에 우리 둘만 있고 다른 건 다 블러 처리된 듯한 느낌이 든다. 머리에 사랑의 전기가 찌릿찌릿 오는 듯하다.

이제 두 돌인데도 항상 엄마를 위하고 사랑을 자주 표현하는 헬렌. 그리고 아이만의 애착이 아니다. 엄마의 애착도 엄청나다. 어떤 상황에도 내 눈에선 하트가 발사된다. 물론 꼭 이렇게 젖을 먹이지 않아도 애착관계를 잘 형성할 수 있다. 사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하고 있다. 내 생각에 젖을 먹여 좋은 건 그게 좀 더 쉽게 된다는 것다.




수유를 하면 이가 상한다는 것도 미국에선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지배적이다. 모유의 주요 면역 성분인 락토페린(lactoferrin) 이 오히려 충치를 막는다고 한다. 구글링만 해도 나오는 정보니 우리나라에도 조만간 알려질 것으로 기대한다.




“Their research has led them to conclude that breastfeeding does not cause tooth decay.” <Is breastfeeding linked to tooth decay> by Kelly boyata
브라이언 파머 박사와 해롤드 토니 박사 리서치팀은 모유수유가 충치의 원인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문제는 단것을 많이 먹는 요즘의 식습관이라고 한다. 특히 치아에 남아있는 단 음식과 밤수의 조합은 좋지 않다고. 또한 내 경험상 유독 치아가 약한 아이들이 있던데, 단  자제하고 관리 잘하면 유지하며 수유할 수 있다. 지금 헬렌의 치아 상태는 아주 좋다 :)




아직도 수유하고 있고 셀프 단유를 생각하고 있다. 보통은 그냥 두면 두~세 돌 때 자연스럽게 스스로 끊는다고 한다.  닥터 시어즈의 하이니즈 베이비였던 딸은 네 돌 때 끊었다. 다음엔 아마 셀프 단유 이야기를 쓰게 될 것 같다.

모유수유하는 사람보다 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것 안다.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무엇이 됐던, 괜찮다. 모든 엄마는 어떤 결정을 내렸건 아이와 엄마에게 최고의 선택을 한 것이다. 난 이렇게 결정했고 그렇게 하고 있다. 부디 다양성이 인정받는 사회가 되길  :))





헬렌 두 돌.




참고 문헌:

<Is breastfeeding linked to tooth decay> by Kelly boyata. 20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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