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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언 Mar 11. 2020

같이 자도 괜찮아요

수면교육이 잘 되지 않는 아이들

난 아이 잠재우기 방식의 어느 쪽을 지지하는 입장은 아니다. 하지만 수면교육이 어떤 아이와 엄마 에겐 맞고 어떤 아이와 엄마 에겐 안 맞다 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 이 이야기를 올리기가 조심스럽다. 대세와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너무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어 용기 내서 글을 써본다. 아기 수면에 대한 조금 다른 사례와 연구자료들부터 이야기해본다 :)


<세상의 엄마들이 가르쳐준 것들>의 저자 크리스틴 그로스노는 하버드 대학교를 나와 미국에서 양육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네 아이의 엄마다. 그녀는 미국에서는 그간 혼자 재우기 문화가 지배적이었으나 같이 자기를 하는 부모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혼자재우기란 억지로 떼어 놓은 채 울음에 재빨리 반응하지 않는 방식으로 아이를 훈련시켜 습관을 들인 경우를 얘기한다. 같이자기(곁잠) 이란 그런 훈련을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같이 자는 걸 뜻한다.


사례 1. 이사벨의 엄마 리사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했다. 그러나 이사벨이 태어나자  리사는 쩔쩔매기 시작했다. 생각했던 것과 달리 이사벨은 모든 소리에 민감하고 경계가 심했으며 깊이 잠들지 못했고 잠이 든다 해도 한 번에 겨우 20분 정도밖에 자지 않았다. 8개월째 리사는 지쳐버렸다. 일에도 실수가 잦았고 친구들과의 연락도 뜸해졌으며 결혼생활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리사는 아기가 울도록 내버려 두라는 조언을 듣고 결국 그것을 따랐다. 취침시간에 이사벨을 유아용 침대에 눕히고는 방에서 나가버렸다. 첫날 이사벨은 두 시간이나 소리를 지르고 침대를 흔들고 울다 사레가 들렸다. 정말 끔찍한 시간이었지만 사흘째가 되자 이사벨은 한번밖에 깨지 않았다. 그러나 이사벨은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지금도 여전히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고 침대에서 엄마와 같이 자고 싶어 하며 차를 탈 때도 엄마가 자기와 나란히 앉아주길 바란다.
연구자료 1. 부모와 같이 자는 것 (곁잠) 이 유아가 가진 원초적인 애착 욕구를 더 잘 만족시켜 주며 신생아가 엄마로부터 분리되면 심한 수면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혀졌다.
연구자료 2. 부모와 같이 자는 것이 일반적인 나라에서는 영아 돌연사증후군 발생률이 눈에 띄게 낮았다. 엄마의 호흡은 아기에게 숨을 쉬라는 신호가 되고 실제로 영아 돌연사증후군으로부터 아기들을 보호한다. 이경우 사망률은 절반까지 줄어든다. "곁잠이 안전하게 행해지기만 한다면 영아 돌연사증후군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라고 35년 경력의 소아과 의사 윌리엄 시어즈는 말한다.
연구자료 3. 흥미롭게도 많은 연구들에서 아이들이 혼자 잘 때보다 함께 잘 때 밤에 더 자주 깨지만 깨 있는 시간은 더 짧다고 밝혀졌다. 이경우 자주 깨지만 옆에 어른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잠에 빠져든다.
연구자료 4. 밤에 아기를 돌보는 임무가 엄마에게로 돌아가자 아기가 장시간 자는 것은 더욱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면을 체계화하고 엄격하게 통제해야 한다는 관점은 역설적이게도 문제가 많은 수면습관을 형성하는데 크게 일조했다.
연구자료 5. 혼자 자는 아기들에게 초기에는 어느 정도 독립심이 생긴다는 것이 사실임을 발견했다. 아기들은 혼자 잠드는 법을 배웠고, 밤새 깨지 않았으며, 함께 자는 아기들보다  조금 일찍 이유식을 시작했다. 그러나 유치원생이 되었을 때 혼자 잔 아이들보다 같이 잔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더 독립적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캘리포니아대 심리학 교수 켈러는 말한다 "함께 자는 아이들이 수면 영역에서는 독립심이 더 약할 수 있다. 그러나 낮에 행하는 수많은 행동과 인지 사회적 독립심은 더 강하다."



울려 재우는 수면 교육인 퍼버법을 창시한 퍼버 박사. 저자는 그가 예전에는 자신의 수면교육을 확고하게 지지했으나 지금은 다르게 말한다고 이야기한다. 퍼버 박사: "수면과 관련해서 특정 방식들에 찬성하거나 반대할 증거들은 거의 없다."


노트르담 대학의 엄마와 아기 수면연구 책임자인 맥케나는 수백만 년의 인류 역사상 엄마와 아기는 함께 잠을 자 왔다고 이야기한다. 곁잠은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생존 방법이었다. 아기가 엄마와 같이 자고 싶어 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생존 본능이다. 또한 그 본능이 더욱 강한 아기들이 있다. 그들에게 이 세상은 아직 포획자가 날뛰는 원시시대다. 이 세상이 원시시대가 아닌 2020년이라는 것을 알려주려면 일정 시기 아기가 적응하고 안정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내 생각은 이렇다. 수면교육, 되는 아이 있고 되지 않는 아이 있다. 울다가 10분 안에 포기하고 진정되는 아이가 있고, 한 시간 이상을 울어재끼며 울다가 기절하거나 발작이 오는 아이가 있다. 되는 엄마 있고 되지 않는 엄마 있다. 아이가 아무리 오랜 시간 울어도 뚝심 있게 참고 버틸 수 있는 엄마가 있고, 아이가 10분만 울어도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나며 두고두고 심한 죄책감을 느끼는 엄마가 있다. 나의 아이는 어떤 아이, 나는 어떤 엄마인가? 수면교육을 하기 전에 꼭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다. 참고로 나와 내 아이는 후자였다. 이에 ‘되지 않는 아이’에 대한 연구결과를 첨부해본다.



수면교육이 잘 되지 않는 아이


불안도가 높은 경우 깊은 잠을 자기 어렵다. 얕은 잠인 렘수면 단계에서 깨기 쉽다. 보통 아이들은 렘수면 단계에서 가짜 울음이 나오고 몇 분 기다리면 다시 잠들게 된다. 하지만 불안도가 높은 아이들은 다르다. 이 경우 가짜 울음이 아닌 완전히 깨는 각성상태로 이행하게 된다.


동물 실험에서 실험실에 새로 들어온 동물들은 렘수면 문제로 정상적인 수면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춥거나 더운 환경에도 렘수면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런데 연구에서 이렇게 '불안'할 경우 렘수면 상태에서 쉽게 깨는 원인이 밝혀졌다. 렘수면 상태에서 전기 쇼크를 예고하는 신호로 잠이 깬 쥐들은 빠르게 각성상태로 이행되었다. 결과 보다 쉽게 쇼크를 피해서 도망칠 수 있었다고.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뇌의 생존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렘수면에 대한 간단 설명.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불안한 아이들이 자주 깨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위험하면 언제든 도망갈 수 있도록 나름의 생존 방식을 보이는 것이다. 생존에 뇌의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는 상태다. 생존이 첫번째이기에 생각하는 뇌의 발달은 뒤로 미뤄져 있다. 실제 연구결과 이같이 렘수면에 문제가 지속되면 뇌 발달이 더디다고 한다.  따라서 불안한 아이에게는 더 이상 정체불명의 위험에서 도망가지 않아도 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정서적 안전 기지를 구축하는 것이 잠에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안전 기지를 구축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애착이 안정되어 있어야 한다. 안전한 환경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아이가 불안을 느낄 수 있다. 단순히 도약기가 원인일 수도 있다. 도약기가 되면 예민한 아이뿐 아닌 많은 아이들이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잠 패턴이 깨지고 엄마 껌딱지가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이 시기가 지나가면 괜찮아진다. 이와 별개로 감각 문제나 뇌의 불균형 등 아이를 불안하게 만드는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가 어렵고 오래간다. 엄마도 지치고 아이도 힘들다. 가의 불화가 되기도 한다.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이다. 오은영 박사는 <못 참는 아이 욱 하는 부모>에서는 이러한 감각에 어려움이 있는 케이스에 대해 이야기한다.


신생아 시기에 잘 못 자는 아이는 안고 재우다가 잠들면 이불에 눕히는 것이 맞다. 다만, 손에서만 재우면 그것에 길들여져 눕히면 잠에서 쉽게 깰 수 있다. 두 살이 지난 아이는 부모가 함께 자면서 안정감을 갖게 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어느 정도 커서도 그런다면, 전정감각, 고유감각을 발달시켜 주는 방법을 적용해 줘야 한다. 평형감각이라고도 하는 전정, 고유감각을 키워 주면 예민하게 느껴지는 각성 수준을 둔하게 느끼게 해 주고, 다양한 감각 간에 균형을 맞춰 준다.
잘 때 몸이 조금만 불편해도 못 견디는 아이들이 있다. 자기가 편한 포즈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자다가 어디가 조금만 눌리는 것 같아도 짜증을 내고 깬다. 한 번 깨면 다시 잠도 잘 못 든다. 안아 줘야 잘 자는 아이, 업어 주어야만 자는 아이 모두 포함된다. 이런 아이들은 평형감각을 발달시키는 놀이나 운동을 시켜야 한다.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장난감, 탈 것 등을 이용하면 예민한 감각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요즘 키즈카페나 실내 놀이터에도 이런 것들이 많다. 집에서는 담요에 태워 흔들어 준다든지, 김밥처럼 이불로 온몸을 꼭꼭 눌러 주면서 말아 주는 놀이를 하는 것도 좋다.


두 돌이 지나도 잘 자지 못한다면 평형감각을 발달시켜 주어야 한다고 오은영 박사는 말한다. 또한 <예민한 아이 육아법은 따로 있다>의 나타샤 대니얼스도 불안과 감각 문제의 연관성을 짚어주고 있다. 불안은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잠 문제의 주요 원인이다.


불안과 감각 처리 장애 사이에는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불안감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는 감각 처리 장애가 있을 확률이 높다. 감각 문제는 불안감의 공통 요소일 수 있으므로, 적어도 감각 처리 장애의 신호와 증상을 간략하게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 첫째위의 설명과 같이 감각에 어려움이 있는 케이스였다.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평균에서 많이 벗어나는 수준이었다. 이를 찍 깨닫고 감각 통합에 오랜 기간 애썼다. 전문 터에서 상담받고 치료받았으며 오랜 기간 체계적으로 엄마표 감각통합을 진행했다. 안 나가려는 아이를 어떻게든 달래 최대한 매일 밖에 나가 일정 시간 걷고 뛰고 오감을 사용하며 놀게끔 유도했다. 수많은 험난한 도약기를 거친 끝에 6살인 지금은 눕기만 해도 곯아떨어지는 아이가 되었다. 감각은 여전히 극 섬세하지만 자신의 감각을 잘 사용하고 밤에도 잘 자는 등 부정적인 부분이 사라졌다. 물론 이렇게 될 때까지 불안도 높은 아이 옆을 항상 지켰음이다. 우리 집의 경우는 이렇지만 아이마다 각각 다를 것이다.  감각과 불안 문제가 자주 거론되지만, 다른 이유일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나아지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하나 발달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잠에 남다른 문제가 있다면 유능한 전문가에게 하루빨리 상담받을 것을 추천한다.






잠 문제가 육아에서 가장 어렵다. 아기들은 일정 시기 다 잘 못 잔다. 그런데 유달리 더 수면교육을 거부하고 이에 따른 부작용에 취약한 아기들이 있다. 그 아기가 내 아기이고 부모만 괜찮다면, 같이 자도 괜찮다. 그것이 아이의 정서를 안정시키고, 잠 문제를 해결하는데 장기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 문헌 :

<세상의 엄마들이 가르쳐준 것들> 크리스틴 그로스노

<Co-sleeping in the contexts> Sara Latz 외 2

<Infant arousals during mother-infant sharing> Sara Mosko 외 2

<Outcome correlations of parent-child bedsharing> P. Okami 외 2

<예민한 아이 육아법은 따로 있다> 나타샤 대니얼스

<기적의 수면법과 불면증 치료> 수면연구실

<못 참는 아이 욱 하는 부모> 오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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