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김겨울 작가님이 앉은자리에서 다 읽었다는 소설을 소개해 주셨다.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문미순 장편소설)이었다. 첫 장면이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고 했다. 과연 그랬다. 명주가 집에 들어와 보니 치매를 앓던 엄마가 바닥에 쓰러져 죽어 있었다. 명주는 엄마를 관에 넣어두고 같이 생활한다. (나의 궁금증... 도대체 왜 그랬을까?)
이 소설은 돌봄 노동의 지난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임대아파트 701호, 702호에서 각자의 아프신 부모를 모시고 있는 명주와 준성이 주인공이다.
난 이 작품을 이렇게 읽었다.
1. 흥미진진하고 긴장이 수시로왔다.
이 작품은 설정 자체가 긴장이다. 돌아가신 엄마의 관이 작은방에 있다. 소독하는 아줌마, 딸, 엄마의 친구였던 할아버지가 계속 연락을 해온다. 문미순 작가님이 '7년의 밤'을 쓴 정유정 작가의 작품 흐름을 연구하셨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긴장되는 순간이 많았다. 특히 마지막 씬.
2. 돌봄 노동에 지친 사람들의 연대
준성은 고등학생 때부터 아픈 아버지를 돌봐야 했다. 어머니도 암으로 일찍 돌아가시고 형은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해외로 나가버렸다. 물리치료사의 길도 간병과 대리운전 알바로 멀기만 하다.
명주는 이혼 후 1년 반 동안 아픈 엄마를 돌보게 되었는데 직장에서 발에 큰 화상을 입은 데다 엄마의 치매증세가 너무 심각해 큰 고통을 받고 있었다.
그 두 사람은 우연한 일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가 된다. 절대 혼자선 감당할 수 없는 일을 하게 된다.
우리 주변엔 초등학생 중에 아프신 조부모를 돌보는 아이도 있고 청년인데 자기의 직장, 꿈을 포기하고 부모를 모시는 사람도 있다. 그들의 생활이 얼마나 고되고 외로울지 조금 느낄 수 있었다.
3. 밑줄 친 문장들
모든 건 다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잖아. 교통사고처럼 예기치 않게 엄마가 아버지가 쓰러지고 돌봄은 남겨진 누군가의 몫이 되지. p204
품위 있는 삶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생존은 가능해야 하지 않겠어? 나라가 못 해주니 우리라도 하는 거지. 살아서, 끝까지 살아서. 세상이 우리를 어떻게 하는지 보자고. 그때까진 법이고 나발이고 없는 거야. p218
4. 마무리
돌봄 노동에 처한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보았다.(특히 청년들) 나라에서 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우선은 실태 파악이 필요하겠다.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부터. 이런 문제를 다룬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