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더 이상 갖고 놀지 않는 ‘콩순이 팝콘가게’ 장난감을 당근에 내놓았다. 같은 장난감을 다른 사람들이 얼마에 올렸는지 확인해 보니 5천원에도 팔리지 않았다. ‘콩순이’가 그래도 인지도가 있는 장난감인데 거래가 안 되었다니 이상했다. 나는 빨리 처분하고 싶은 마음에 2천원으로 적어 올렸다. 며칠이 지났지만 관심자만 있고 거래 요청이 오지 않았다. 5일이 지나도 팔리지 않아서, 2천원이든 천원이든 그게 그거지 하는 마음에 천원을 깎아 올렸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두 명의 사람에게서 문자가 왔다. 그냥 2천원으로 둘걸 하고 후회했다.
첫 번째로 거래를 요청하신 **님은 반값택배로 받을 수 있냐고 문의했다. (반값택배는 편의점을 통해서 택배를 보내고 받는 것인데 일반 택배보다 저렴하여 이렇게 부른다.) 천원짜리 물건을 반값택배로 보내라고? 조금 귀찮았다. 물론 택배 비용을 받지만 수고비는 따로 받지 못할테니... 그래도 버려지는 것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에 수락했다. 그러자 **님은 자신이 이용하는 GS편의점 이름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우리집에서는 CU편의점이 더 가깝다. CU는 집에서 1분 거리, GS는 5분 거리다. 5배! 고민하다가 GS편의점은 좀 멀다고 이야기 하자 **님은 우는 표정의 이모티콘을 보내며 GS는 안 되겠냐고 다시 물으셨다. 내가 너무 손해보는 장사를 하는 것 같았지만 '그래. 좀 걷지 뭐.' 하는 마음에 알겠다고 했다. 그 분은 물건값을 먼저 보내고 배송료는 나중에 보낼지 나에게 물어왔다. 나는 내가 배송료를 먼저 지불한 뒤 정확한 금액을 요구할 생각이었다. 그 분은 당근페이로 1,000원을 바로 송금하셨다.
이런 과정을 겪고 나서 남편에게 물어보았다. 나 이런 거래를 하려고 해. 어떻게 생각해? 그러자 남편은 자기라면 거래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천원을 위해 시간을 쓰고 신경쓰는 것이 너무 크다고 했다. 택배비는 왜 먼저 받지 않았냐고 했다. 먼저 받고 잔돈은 다시 보내주면 되는데. 그렇긴 하네. 겨우 천원 받으면서 서비스는 다 해주는 느낌? 비오는 날 (이날 비가 옴) 이 수고를 해야 해? (내가 짐을 부치는 동안 남편이 차에서 기다렸다. 그래서 더 뭐라고 함)
현타...
그래도 물건이 버려지지 않고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것이 다행이다.(라고 생각하자.) 비록 천 원이지만 그동안 아이가 잘 갖고 놀았으니 돈을 못 받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나의 수고로 또다른 아이가 즐거운 시간을 가진다면 더없이 귀한 일을 한 것이다. (이것을 천원에 사서 되팔이 하는 어른은 아니겠지?)
다음에는 이런 경우 무료 나눔을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러면 기분이 더 좋을 것이다. (2024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