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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박 Apr 09. 2020

[임신과 출산] 출산이 세상에서 제일 쉬웠어요

17.12.2-18.12.29 맘스홀릭 베이비 카페 엄마 칼럼니스트


설마 나 이 제목 때문에 돌 맞는 것은 아니겠지? 


나에게 출산이라고 하면 모름지기 양쪽에 둘씩, 뒤에서 받쳐주는 이 한 명, 앞에서 애 받아주는 이 한 명, 도합 6명 정도는 동원되어서는 스포츠 단체팀처럼 서로 기합 넣어가며 낳게 되는 줄 알았다. 


예전에 사극 보면 옆에서 시종일관 대기하는 사람도 있고, 중간에 왕에게 소식 알려주는 나인도 있고, 제법 표 나게 낳던데, 나는 거기에 비하면 등장인물도 별로 없고, 긴박감도 없고, 음향효과며 표정연기 다 떨어졌다.


출산의 정석이라고 하기에는 영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았다고나 할까? 


36주 7일째 산부인과에서 출산 전 마지막 검사를 하고, 이제는 언제든 아이를 낳아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와서는 편한 마음에 밤에 자려고 침대에 누웠다.


그런데 갑자기 아랫배가 조금씩 아프더니, 양수라고 추측되는 물이 새어 나왔다.


그래서 바로 차로 부랴부랴 산부인과에 갔더니 이미 자궁이 3센티 정도 열려있고, 진행도 빠르다며 무통주사를 맞을 것이냐고 물어보았다.



"네 알았습니다." 


그래서 관장도 하고, 무통주사도 맞고, 제법 출산을 위한 세팅을 마치고 나니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 오셨다.


"통증이 오신다 싶으시면 힘을 주세요. “


"안 아파서 언제 힘을 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


"아 그럼 여기 화면에 주파수 보이시죠. 위로 올라가면 그때 힘을 주세요." 


그렇게 물리 시간이나 수학 시간에 보았을 법한 그래프를 보면서 몇 번 힘을 줬다 뺐다 했더니 애기가 정말 "응애!" 하고 나왔다.


"축하합니다. 아들이에요. “


"예? 벌써요? “


집에서 통증이 와서 병원을 갔을 때부터 출산까지 2시간도 채 걸리지가 않았다.


초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출산의 고통은 고3 시절 심했던 변비의 고통보다 결코 크지 않았다.


탯줄도 자르고, 출산을 다 마치고 나서 병실로 옮기는데, 나는 힘들게 낳지 않아서 그런지 걸어서 가래도 갈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도 출산을 막 끝낸 산모라 휠체어를 태워주시길래 타고 내려왔다. 


그렇게 병실로 와서는 침대에 누워있는데, 계속 실감이 나지 않았다.


"여보, 나 애 낳은 거 맞아? 뭐가 이렇게 빨리 끝난데."


남편에게 어이없는 웃음을 날리며 허공에 대고 질문을 했다.


나에게 출산은 이토록 쉬었다. 


애를 또 낳으라고 한다면 언제든 낳을 자신은 있다. 


다만, 전후가 두려울 뿐 출산의 그 순간만큼은 나에겐 해볼 만한 것이었다. 


그래서 저는 "출산이 세상에서 제일 쉬웠어요!"


악! 진짜 돌이다~! 잘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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