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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리 Feb 22. 2020

주말 사용 설명서

주말엔 의무보단 행위에  집중해요.

요즘 주말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고 실천 중이다. 


나름의 루틴을 정해 생활습관을 만들기로 했다. 결혼식 같은 경조사나 친구 지인과 약속이 있는 날은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필요한 물건을 사거나 해야 하는 일을 처리하는 날 하루로, 또 다른 주말의 하루는 온전히 나를 위해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나를 위한 하루는 내가 좋아하고 나를 즐겁게 하는 것으로 가득 채운다. 금요일이나 토요일 밤 자기 전에 고삐를 조금 풀어 남은 와인과 컵라면을 먹으며 야식의 재미도 느끼고 늦잠, 낮잠으로 충분히 자 수면 시간에 만족함도 느낀다. 다음 날 오전 가장 편한 옷차림으로 노트북과 책 한 권 들고 집 주변 좋아하는 카페에 간다. 따뜻한 커피 한 잔과 베이글, 크로와상, 도넛 등 간단한 간식을 주문해 시선은 창 밖을 향한다. 그렇게 시선은  멍 때리면서 입으로 천천히 음미한다.  


일요일 밤 그리고 내일로 이어지는 주중에 해야 할 일은 잠시 머릿속에서 지운다. 이왕 쉬기로 했다면 제대로 쉬어 보자. 몸과 머리에 '쉼'이라는 선물을 주어 한 주 동안 수고한 나에게 충분한 보상을 준다. 나를 위해 보내는 시간을 소중하게 쓸수록 이 시간은 귀해지고 이 행위가 습관으로 자리 잡으면 휴식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물론 돌아오는 월요일의 강박, 밀린 업무가 떠오른다고 해서 스스로를 엄격하게 대하지는 말자. 이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나의 몸과 마음에도 휴식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온갖 자격증을 따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연습을 하면서 왜 몸과 마음이 휴식을 연습하는 시간엔 후하지 못할까. 


차분한 오전 혹은 브런치 타임 동안 생각에 휴식을 주었다면 오후는 몸에 좀 더 집중한다. 건강하고 맛있는 한 끼로 속을 채우고 밖으로 나간다.  동네에 있는 단골 카페에서 매주 다른 음료를 주문해보기도 하고 단골 카페가 없다면 단골 카페를 찾기 위해 매주 새로운 카페를 시도해 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새로운 시도는 나의 취향을 파악하는 데  좋은 방법이다.) 이제 커피 한 잔 혹은 차 한 잔 손에 들고 음미하며 주변을 걷는다. 시야에 초록색이 많을수록 눈과 마음이 더 편안함을 느낀다.  산책을 하면서 음악을 들어도 좋고 작은 기계장치에서 귀를 해방해  나의 귀도 주말엔 쉴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나의 '숨'과 '쉼'에 귀 기울이면 어느새 소음은 소리가 되고 세상 돌아가는 소리가 배경음악으로 잔잔하게 깔린다.  햇살이 이렇게 빛나는구나. 비가 흙에 닿는 비 냄새는 이렇구나. 눈이 흩날리는 구나하고  4계절을 온전히 느끼며 천천히 산책한다. 


집에 돌아오는 길엔 달콤한 제철 과일, 채소, 간식 등 다음 주 동안 나의 속을 달래줄 식량을 산다. 집에 와 보기 좋게 정리하고 가벼운 집안일을 한다. 나의 공간과 주변 정리는 곧 내 몸과 정신의 정리를 의미한다. 물건을 찾는데 소중한 휴식을 허비하지는 않았는 지, 더럽고 비좁은 공간을 보며 한 숨 쉬면서 나의 기분을 나 스스로 나쁘게 하지는 않았는 지 생각해 본다.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좋아하는 로션을 듬뿍 발라 지난 한 주 나를 위해 고생한 발과 손 위주에 가벼운 자극을 주며 마사지한다. 좋아하는 잠옷으로 갈아입고 천천히 스트레칭하며 몸을 이완한다. 그리고 눕거나 편안한 의자에 앉아 지난 한 주 궁금했던 책, 영화, 음악, 음식, 가고 싶은 나라 혹은 관심 있는 인물 등 내 흥미를 이끈 것을 검색해보고 기록한다. 좋아하는 것이 많을수록 나의 취향이 생길수록 일상의 행복감이 커진다. 물론 좋아하는 것과 집착은 다르다. 집착은 고통을 동반한다. 주말은 이렇게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이며 내 몸 위로 흐르는 샤워 물줄기, 방안에 퍼지는 음악, 좋아하는 음식을 음미하는 날이다.  


매주 돌아오는 주말을 '어떻게 보내는 냐'에 따라 한 주의 시작이 달라진다. 주말을 천천히 보낸다고 해서, 공부나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혹시 뒤처지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면 주말 또한 주말만의 방식으로 열심히 쉬는 행위를 한다고 생각하자. 어차피 돌아오는 월요일부터 내 시계는 내 의지와 마음보다 빨리 돌아간다.   


주말엔 의무보다는 행위에 의미를 두면 좋겠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도 주말에 무엇을'해야 한다' 보다는 '해보자, 해볼까, 하면 좋겠다'로 서술어를 적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렇게 나를 위해 보내는 주말은 한 달에 하루 이틀이어도 좋고 어떤 주말 하루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불 속에 있어도 대체 뭐가 문제인가! 정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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