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에서 'if'로
코로나 끝나면 무얼 할까.
요즘 종종 하는 생각이다. 하고 싶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할 수 없는 일, 할 생각 없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하고 싶어 진 것, 혹은 할 수는 있지만 해서는 안 되는 것 등.
첫 번째는 자유로운 해외여행이다. 출국 전 탑승을 기다리며 마시는 커피 한 잔, 경유지의 긴장과 설렘, 여행지에서 느끼는 이국적인 공기. 두 번째는 운전이다. 대중교통이면 충분할 거라 생각했는데 대중교통이 점점 두렵고 예민한 공간이 되고 있다. 마지막 세 번째는 그동안 누리던 모든 일상이 아닐까. 타인과 함께 누리는 모든 시간과 공간뿐만 아니라 혼자 즐기는 목욕탕 코인 노래방 등 혼자 할 수 있는 개인적인 영역마저 바이러스는 무력화시켰다. 그래서 점점 코로나 끝나면이 'when'에서 'if'로 가고 있다. 백신을 기다리는 기약 없는 싸움에서 언젠가 끝은 날까 라는 생각이 잠식한다. 방심하면 안 되는 때가 온 것이다.
나는 집과 잘 지내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집에서 머무는 것만으론 부족하고 마냥 쉬기엔 시간이 아깝다. 좀 더 친밀하게 애정을 담으면 집과 잘 지낼 수 있을 것만 같다. 먼저 불필요한 물건을 비우고 청소를 한다. 24시간 머물러야 하는 공간인 만큼 아늑하고 쾌적해야 하기 때문이다. 충동적으로 꽃을 사고 계획적으로 원두를 샀다. 집이 예쁘면 더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꽃을 살 때 나는 어떤 사람일까. 누군가는 다 핀 꽃을 사고 누군가는 적당히 핀 꽃다발을 누군가는 말린 꽃을 선호한다. 나는 이번에 꽃봉오리 형태로 아직 피지 않은 시베리아 10송이를 샀다. 이 꽃이 봉오리를 열어 활짝 필 때까지 더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내기 위함이었다. 당분간 카페를 가지 않기 위해 원두를 충분히 사놓았다. 필수 식품 1번이 커피라니. 어른이 된 기분이 나면서도 이제 커피 없인 타자를 두드릴 수 없게 됐다. 요가원도 3주째 못 가고 있어 집에서 운동할 수 있는 영상도 찾아본다. 달걀은 처음으로 25개짜리 한 판을 샀다. 이것저것 준비하다 보니 웃음이 났다. 집과 잘 지내기 위한 준비로 시작했으나 결국 내가 좋아하는 것, 내게 중요한 것을 재확인한 셈이다. 아주 사소한 것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