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수면방해......
다른 사람의 잠을 소음의 일종으로 방해하는 일
그러나 정작 코를 고는 당사자는 상대방의 괴로움을 모른다는 사실이 더 약 오르고 피로감을 더한다.
더구나 나처럼 소리에 민감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은 더욱 힘이 든다.
기숙형 대학을 다녔다, 한 방에 여덟 명이 있었는데 그중에 한 사람이 코골이가 심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교대로 코를 고는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내가 귀마개를 사용하게 된 계기가 있다, 아마 그때부터 인 것 같다.
이 분홍색 귀마개는 주로 청각 보호를 위해 공사 현장이나 기계 소리가 요란하게 돌아가는 곳에서 사용한다.
물론 나는 코골이를 듣지 않기 위해 사용한다.
어찌 보면 내가 너무 소리에 민감한 것일 수도 있다.
지금은 좀, 많이 둔해졌다고는 하지만 결혼을 하기 전에는 잠을 자다가도 옆에서 부스럭거리거나 뒤척이는 소리
이불 쓸리는 소리만 들려도 잠이 깨곤 했다.
한 번은 캠핑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새벽에 투둑 투둑 소리가 나길래 번쩍 눈이 떴다.
그리고는 잠시 멍하니 누워있었다.
처음에는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인 줄 알았다.
그런데 소리의 간격이 불규칙하고, 한 번 소리가 들린 후에는 10분 어쩔 때는 20분, 그 이상의 간격으로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소리를 자세히 들어보니, 그 소리는 낙엽이 텐트 위에 떨어지는 소리였다.
가만히 들어 보면 참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소리겠지만
나에게는 잠을 방해하는 소음이었던 것이다.
참! 그렇다 소리의 본질보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서 아름다운 소리가 될 수도 있고 소음이 될 수도 있다.
연주하는 사람이 주체가 아니라 듣는 사람이 주체가 되는 것처럼 코골이를 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의 심정을 알 수 없다.
그러고는 자신이 들어야 하는 소리에 대해서는 배척을 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아내는 가끔 코를 곤다, 너무 피곤하면 코를 곤다.
그래 놓고는 내가 코를 골 때는 코를 비틀며 잠든 나를 깨운다.
나는 아내의 코골이를 들어도 깨우지 않는다.
가끔 다 큰 아들 녀석이 같이 잘 때가 있는데 아들은 비염이 심해서 항상 코를 곤다.
방 안에서 두 사람이 동시에 코를 골 때는 귀마개도 소용이 없다.
그럴 땐 거실로 나와 소파에 눕거나 아들 방으로 간다.
그리고 도저히 잠을 못 자는 상황에는 시를 끄적거린다.
어쩌면 그렇게 잠이 깬 것이 감사할 수도 있겠다.
초안을 잡아 놓고 쓰지 못해서 미루어 두고 있던 글들을 써내려 갈 수 있는 시간을 주니 말이다.
코골이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게 된 계기가 있다.
나는 17세 때부터 자취를 했다.
그때부터 돈을 벌었고 자취를 하며 혼자 밥을 해 먹었다.
그러다 보니 가족들 과는 자주 만나지 못하고 지냈다.
어쩌다 집에 가게 되더라도 오래 머물지 않았다, 하룻밤 정도 자고 아침에 집을 나온다.
그러다 보니 어머니와 아버지의 건강이 어떤지, 잠은 잘 주무시는지 신경 쓸 겨를이 없이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게 살았다.
그러다 집이 너무 그리워졌고 집으로 돌아 가야겠다는 생각이 굴뚝같았다.
12년의 독립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제야 가족의 안위가 보이기 시작했고 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못 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동안 속앓이를 많이 하셨나 보다,어머니는 코를 심하게 고셨다.
처음엔 그 소리가 귀에 거슬리고 방해가 될 정도로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러다 어느새인가 어머니의 코골이에 익숙해질 때쯤 일이 터졌다.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조용한 새벽, 화장실에 가려고 잠이 깼다.
매일 밤 들리 던 어머니의 코골이가 들리지 않았다.
웬일이지, 오늘은 덜 피곤하신가
다행이다, 얼른 들어가 다시 잠을 청하자.
그렇게 방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갑자기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안방 문을 열었다, 역시나 어머니의 코 고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 어떠한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순간 겁이 덜컥 났다.
두려운 마음에 어머니의 곁에 앉았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어머니의 얼굴에 귀를 갔다 댔다.
미세하게 쌔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어 어머니를 흔들어 깨웠다.
엄마......
엄마.....
엄마가 몸을 부르르 떠시며 실눈을 뜨셨다.
어머니는 무호흡 상태로 계셨던 것 같다.
엄마, 괜찮아......
어... 어... 아이고..
휴! 다행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안방에서 들려오는 어머니의 코골이에 집중하게 됐다.
그날 이후로 나는 오히려 어머니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려야만 안심을 하고 잘 수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코를 고는 사람을 깨우지 않는다.
아내도 아들도 오히려 코골이를 하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런 사연을 알지 못하는 아내와 아이는 어쩌다 코골이를 하는 나를 흔들어 깨운다.
나는 한 번 깨면 다시 잠드는 것이 엄청나게 힘이 든다.
왜냐하면 새벽에 간신히 간신히 잠에 들기 때문이다.
어쩌면 소리라는 것은, 소리를 내려는 사람이 주체가 아니라, 듣는 사람이 주체가 될 수도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옳은 소리를 해도 또는 아무리 말 같지 않은 소리를 한다 해도 듣는 사람에 따라 아름다울 수도 있고, 소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오페라가 누군가 에게는 소음이 될고, 좁은 방에 들려오는 코골이가 누구에게는 자장가 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이 밤도 깊게 잠든 아내의 코골이를 들으며 잠을 청한다.
내가 붙잡고 있는 이 밤의 끝자락에서 깊은 잠을 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