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_꿀사과의 오해와 진실
나는 ‘공씨아저씨네’라는 온라인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과일 장수다.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채 이 일을 시작한 지 벌써 7년 차에 접어든다. 막상 일을 시작해 보니 농산물 유통구조는 나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것 투성이었다. 사회에 만연해 있는 '외모 지상주의'가 농산물 시장에서도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큰 충격이었다. 그래서 나는 '크기'와 '모양' 중심이 아닌 과일 본연의 '맛'과 '향' 중심의 조금 다른 과일 유통을 시작했다.
사과를 판매할 때면 꼭 이런 부탁을 하시는 손님들이 있습니다. "꿀 박힌 사과로 담아주세요"라고...
여러분이 알고 있는 꿀사과는 어떤 사과인가요? 달고 맛있는 사과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꿀 사과가 프리미엄 사과로 둔갑해 더 비싸게 거래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그냥 그렇게 알고 계시도록 내버려둘 수도 있으나 과일장수로서 정확한 팩트는 짚고 넘어가는 것이 맞다 싶었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옹호할 문제도 그렇다고 부정적으로 볼 문제도 아닌 그냥 하나의 현상, 상식 정도로 알고 있으면 되는 문제인데 이분법적 사고에 의해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편 가르기를 하려는 언론과 소비자의 성향 때문에 발생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가 꿀사과, 꿀심박힌 사과로 알고 있는 이 정체에 대해 정확한 팩트 체크를 하려고 합니다.
흔히 우리가 사과 속에 있는 ‘꿀'이라고 알고 있는 사과에 나타나는 증상을 농업에서는 밀병[蜜病, water core, glassiness]이라고 합니다. ‘병'이라는 어감이 좋지 않아서 ‘밀 증상'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밀병은 사과 과실이 수확기가 가까워지면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과실의 외관은 온전하지만 과심및 과육의 일부가 투명해 보이는 증상을 말합니다.
이 투명한 성분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꿀', '꿀심'이죠. 이것은 일종의 생리장해 [physiological disorder, 生理障害, せいりしょうがい] 현상입니다. 생리장해는 과일, 채소의 변질과 부패 중 병원균과 해충 이외의 요인으로 인해 일어나는 장해를 말합니다.
여기서 잠깐!
이 글을 읽으시고 병, 장해 등의 부정적인 단어들 때문에 '그렇다면 지금까지 내가 먹었던 꿀사과가 나쁜 거였어?'라고 또 다른 편견을 가지는 분들이 생기는 것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이 글이 망설여졌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부디 글을 끝까지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조금 쉽게 설명을 드리자면, 우리가 꿀심으로 부르는 투명한 것이 소르비톨(sorbitol)이라는 성분인데요. 그냥 과당(설탕) 덩어리라고 생각을 하시면 됩니다. 정상적인 생육과정을 거치면 이 소르비톨이 분해되어 과육으로 퍼져가면서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것인데, 보통 사과나무가 성장하면서 칼슘이 부족한 경우 분해되지 못하고 덩어리 형태로 남아있게 되는 경우 잘 발생하고 어린 유목에서 더 잘 발생을 한다고 합니다. 아울러 당도가 높은 사과 품종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기도 하고요.
당분이 잘 풀어졌느냐 뭉쳐서 덩어리 형태로 남아있느냐 이 차이라고 보시면 이해하기가 편하실 겁니다. 아무래도 당분이 덩어리 형태로 있다 보니 먹었을 때 더 달고 맛있게 느껴져서 소비자들이 꿀심박힌 사과를 맛있는 사과로 인지하고 있습니다만, 꿀심박힌 사과는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사과의 성장과정에서 흔히 생길 수 있는 하나의 증상에 불과합니다.
그러하기에 '꿀심박힌 사과가 그렇지 않은 사과보다 맛있다’라고 하는 말은 정확하게 말하면 틀린 말입니다. 또한 이러한 밀은 저장 과정 중에서 자연스럽게 과육으로 분해되어 없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 가지 단점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밀 증상이 심한 사과는 그렇지 않은 사과보다 저장 기간이 짧다는 점입니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후지(부사)는 보통 10월 하순 첫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수확을 해서 저장고에 보관하여 그다음 해 여름 쓰가루(아오리)가 나오기 전까지 우리가 먹는 사과로 사과 전체 생산량의 50%를 넘게 차지합니다. 일 년의 절반 이상 동안이나 우리가 먹는 국민 사과랍니다. 꿀심박힌 사과가 그렇지 않은 사과보다 저장 기간이 길지 않다고 말씀드린 것은 하루나 일주일처럼 짧은 기간이 아닌 몇 달을 말씀드리는 것이오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과 농부의 입장에서는 사과에 밀이 많으면 오랜 기간 판매를 할 수 없어서 빨리 판매를 끝내야 한다는 부담은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경 쓸 부분은 아닙니다.
그리하여 오늘의 결론은
꿀심박힌 사과가 좋은 사과는 아니다.
그렇다고 나쁜 사과도 아니다.
그냥 자연스러움으로 생각하고 먹으면 된다.
나는 이 땅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농산물의 외모지상주의를 깨뜨리기 위해, 아울러 농부들의 수고스러움에 대한 ‘가치’를 ‘같이’할 수 있도록 농부의 마음으로 농산물을 판매하려고 한다. ‘농사 안 짓는 농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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