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25
나는 ‘공씨아저씨네’라는 온라인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과일 장수다. 이 땅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농산물의 외모지상주의를 깨뜨리기 위해, '크기'와 '모양' 중심이 아닌 과일 본연의 '맛'과 '향' 중심의 조금 다른 과일 유통을 시작한 지 11년 차에 접어든다. 먼 훗날 의미 있는 자료로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SNS를 통해서 일기처럼 썼던 과일과 농업 그리고 농산물 유통에 관한 이야기를 이곳에 아카이빙하기로 했다. 다소 거칠고 투박한 글이지만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생각했다. 과거의 이야기들은 이미 썼던 내용이기에 실제로 글을 썼던 날짜를 별도로 기록한다. (글의 발행일과 시간차가 발생할 수 있음)
저희 같은 업종의 사람들은 택배의 도움이 없으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택배 노동자 분들과 공동운명체입니다. 코로나 이후에 물류 터미널, 대리점 등의 확진자 발생으로 특정 지역 배송이 불가한 경우가 그동안 많이 있었습니다. 어제까지 잘 배송되던 지역이 갑자기 오늘 배송 불가지역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정기 배송 건 중에도 배송일이 틀어져 별도 관리를 해야만 했거나 배송 불가 기간이 장기화되어 다른 택배사를 이용해서 발송했던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여러분들께 따로 말씀을 드리지는 않았지만요. 요즘은 회원님들 배송지 주소지까지 일일이 검색하고 배송 불가 지역을 골라내서 주소를 분류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일이 하나 더 늘었죠.
오늘 택배사 측에서 또 안내가 왔습니다. 이번에는 지역이 좀 많네요. 우선 3월 24일~25일 양일간이라고 공지가 되었는데 그동안의 케이스를 보았을 때 택배사에서 최초 공지한 것보다 더 길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농가에서는 계약택배를 사용하는데요 임시로 다른 택배사를 이용할 경우 주소를 전달하고 송장번호를 전달받는 방식에도 변화가 있고 택배 요금도 계약 요금을 적용받지 못하기 때문에 농가에서도 불편함과 택배 요금 증가의 이중고를 겪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현재 계약된 택배사에서 보내는 방법으로 버티고 있지만 회원님들의 배송 순서를 딜레이 시킬 수 없기에 경과를 보고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타 택배사를 이용해서 배송 조치해드릴 예정입니다. 이런 경우로 인해서 부득이하게 배송 순서가 조금 조정될 수 있습니다. 해당 지역(성남시, 광주시 전체, 양평군, 여주시 전체, 용인시 기흥구, 수지구 전체) 주소지 회원님들께는 널리 양해의 말씀드립니다.
가뜩이나 작년보다 수확량이 절반 정도로 줄어서 매일 밭에 들어가는 농부의 마음도 괴롭고 판매하는 저도 참 재미없는 한해인데 택배사도 참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네요. 모두가 힘든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