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또 복숭아

2021.06.08

by 공씨아저씨
나는 ‘공씨아저씨네’라는 온라인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과일 장수다. 이 땅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농산물의 외모지상주의를 깨뜨리기 위해, '크기'와 '모양' 중심이 아닌 과일 본연의 '맛'과 '향' 중심의 조금 다른 과일 유통을 시작한 지 11년 차에 접어든다. 먼 훗날 의미 있는 자료로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SNS를 통해서 일기처럼 썼던 과일과 농업 그리고 농산물 유통에 관한 이야기를 이곳에 아카이빙하기로 했다. 다소 거칠고 투박한 글이지만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생각했다. 과거의 이야기들은 이미 썼던 내용이기에 실제로 글을 썼던 날짜를 별도로 기록한다. (글의 발행일과 시간차가 발생할 수 있음)





시중에 하우스 복숭아, 자두, 살구 등이 나오기 시작하니 벌써부터 복숭아 언제부터 주문받는지 문의가 끊이지 않습니다. 원래 하우스 재배 과일들이 빨리 나옵니다. 대신 가격은 엄청 비싸죠. 사실 소비자분들은 지금 나오는 게 하우스 과일인지 노지 과일인지 크게 중요하지도 않고 꼭 구분해야 할 필요성도 없으실 거예요.


저희는 자두, 복숭아 등 여름 과일들은 노지재배 과일들만 판매하기 때문에 하우스 재배 과일들과 나오는 시기가 좀 차이가 납니다. 예전에는 하우스 복숭아는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기후변화에 따라 7,8월의 날씨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되다 보니 이제는 하우스밖에 답이 없는 것인가? 싶은 생각도 드는 요즘입니다.


HipstamaticPhoto-644855801.622590.JPG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마가 시작되는 7월이 되기 전 6월 조생종 복숭아에서 끝내고 싶어 하는 복숭아 농가들이 몇 해 전부터 품종전환을 시작했습니다. 중만생종 복숭아는 너무 복불복이기 때문이죠. 작년부터 그동안 보이지 않던 복숭아 품종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도 이러한 이유입니다. 농민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낮은 좀 더 안전한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공씨아저씨네에서 판매하는 경북 청도 양영학 농민의 복숭아는 6월 하순(조생종)부터 시작합니다. 상식적인 차원에서 말씀드리면 복숭아는 수확 시기에 따라서 조생 / 중생 / 만생종으로 구분합니다. 복숭아꽃이 만개(滿開)했을 때를 기준으로 90일 이내에 수확하는 품종을 조생종, 90일~120일 이내에 수확하는 품종은 중생종, 120일 이후에 수확하는 품종을 만생종으로 구분합니다.



오늘은 경북 청도에 다녀왔습니다. 낮 기온 32도를 넘은 더위를 경험하니 이제 복숭아가 머지않았음을 느낍니다. 아침 8시에 집에서 나섰는데 조금 전에야 집에 돌아왔습니다. 신규회원님들은 잘 모르실 텐데요. 작년은 복숭아를 판매하지 못했습니다. 양영학 농민이 뇌졸중으로 쓰러져서 수술을 받으시는 바람에요. 사실 올해의 상황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복숭아 농가를 찾아보라는 주변의 권유에도 저는 1년은 기다려보겠다는 위험을 감수했습니다. 함께한 세월이 얼마인데요...


아직 100%는 아니지만 건강은 꾸준히 회복하고 계십니다. 사실 올해 택배 작업을 수월하게 하실 수 있을지 아직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올해는 반드시 다시 복숭아 하겠다는 본인의 의지가 워낙 강하셨기 때문에 돌아오실 거라 믿고 묵묵히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일단은 올해 복숭아 판매 진행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판매할 품종 확정하고 물량 계약도 마치고 왔습니다. 없어진 품종도 있고 새롭게 추가된 품종도 있습니다. 아직 유목이라 올해 판매는 어렵겠지만 2년 뒤면 2~3개 품종이 더 추가될 예정입니다. 올해는 6월 하순과 7월 초순에 수확을 하는 조생종 복숭아 미황과 수황으로 문을 엽니다.


그래서 언제부터 주문받을 건지가 제일 궁금하시겠죠. 여름 과일들은 가급적 신규회원 주문량을 최소화하려고 합니다. 특히 복숭아는 너무 민감한 과일이라 신규 회원님들 주문은 전혀 받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러나 제가 맘이 약해서 그렇게는 못하고요.


IMG_8586.jpg


올해의 복숭아 물량 배분은 기존 복숭아 구매이력이 있는 회원분들께 80% 그리고 올해 신규 회원님들께 20%의 물량을 배정하려고 합니다. 단, 조생종 미황과 수황은 물량이 적어서 기존 회원분들 주문만 받을 것 같습니다. 아울러 올해는 복숭아 정기배송은 구성하지 않고 모든 품종 단품으로만 판매합니다.


주문 시기는 조금씩 다르게 해서 받을 예정입니다. 기존 구매 회원님들 주문은 6월 중순경 그리고 신규회원님들 주문은 7월 초순 정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일단 지금까지의 계획입니다.(변동 가능성 있음)


사진에서 보이듯이 아직 복숭아는 자두만 한 크기입니다. 제일 빨리 나오는 미황만 제법 컸고요. 복숭아 문의가 너무 많아서 졸린 눈을 비비고 우선 간략하게만 올해 계획 전합니다. 본격적인 복숭아는 7월 중순부터 수확합니다. 아직 한참 남았어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토마토의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