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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와의 인연

2021.06.18

by 공씨아저씨
나는 ‘공씨아저씨네’라는 온라인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과일 장수다. 이 땅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농산물의 외모지상주의를 깨뜨리기 위해, '크기'와 '모양' 중심이 아닌 과일 본연의 '맛'과 '향' 중심의 조금 다른 과일 유통을 시작한 지 11년 차에 접어든다. 먼 훗날 의미 있는 자료로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SNS를 통해서 일기처럼 썼던 과일과 농업 그리고 농산물 유통에 관한 이야기를 이곳에 아카이빙하기로 했다. 다소 거칠고 투박한 글이지만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생각했다. 과거의 이야기들은 이미 썼던 내용이기에 실제로 글을 썼던 날짜를 별도로 기록한다. (글의 발행일과 시간차가 발생할 수 있음)




택배 사무소와의 인연


금요일 저녁 일주일을 마무리하며 갑자기 뜬금없는 글.


택배 중에 가장 좋은 택배사는 어디인가요? 소비자 분들이 생각하시는 곳과 제가 생각하는 곳은 많이 다를 거예요. 제 입장에서 가장 좋은 택배사는 지역 택배 사무소 담당 직원과 커뮤니케이션이 잘되는 택배사입니다.


제가 과일장수 처음 할 때 인연을 맺은 곳은 현대택배였습니다. 지금은 롯데 택배가 되었지요. 온라인 판매자들이 매일 같이 해야 하는 업무가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택배 송장번호 입력! 가끔 후배들이 온라인 농산물 판매하는 사람이 갖춰야 할 최고의 덕목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송장을 잘 입력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궁서체로요. 물론 요즘은 이러한 프로세스가 자동화되어 사람의 힘을 거치지 않고 진행이 됩니다. 물론 규모가 아주 큰 곳에서요.


송장입력을 입력해야 하루의 업무가 끝나고 송장을 입력하는 순간 카톡 혹은 문자메시지로 회원님들께 전달되는 작은 알림이 배송의 시작을 알리는 서로가 말하지 않아도 아는 시그널입니다.


제주도는 우체국 택배 요금이 너무 비싸 우체국 택배 사용은 도저히 엄두도 내지 못하던 시절. 감귤이라는 품목을 처음 판매하며 귤이 터지는 사고도 참 많았죠. 그럴 때마다 사고 처리를 참 잘해주셨던 분이었습니다. 지금도 제 전화에는 그분의 번호가 '제주 현대택배'라고 저장이 되어있습니다. 작년 겨울부터 그 지역의 과일을 판매하지 않게 돼서 더 이상 그분과 연락할 일은 잘 없는데 가끔 연락이 옵니다. 지금은 CJ택배로 바꾸셨는데 제주도 다른 지역 과일 파는 것 있으면 본인 택배 이용해 달라는 일종의 영업도 들어옵니다. 이런 전화는 반갑습니다.


작년까지 이용했던 경산의 남산 우체국 직원. 그분이 근무하시는 우체국에서 저희 물량이 하도 많이 접수가 되니 주변에 다른 농민들 과일을 본인이 소개해주시겠다고 연락이 온 적도 있습니다. 참 재밌는 일이 많죠.


이번에 택배 파업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경산지역에 새로 인연을 맺은 로젠택배 XX 사무소 담당 고 XX 님. 예전에 제주 롯데 택배 김 XX 님 생각날 정도로 일을 깔끔하게 잘 처리해주십니다. 요즘 하루에 대여섯 번씩 통화를 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전화하는데 목소리가 안 나올 정도로 목이 완전히 가셨더라고요. 택배 파업 때문에 업계 종사자 분들이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한주를 보내셨을 겁니다. 목소리만 들어도 지난 한주가 얼마나 고되셨을지 짐작이 가더라고요.


다음 주에는 목소리 되찾으시길 바랍니다. 그동안 배송 제한 구역으로 막혀 있던 지역도 서서히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는 듯싶습니다. 다음 주에는 청도 복숭아 미황도 첫 출고를 시작해야 되는데 우체국 파업 문제 종료 안되면 또 택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벌써부터 걱정이 밀려옵니다.


로젠택배 어플로 배송 현황을 확인하며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첫회 봐야 해서 이제 업무를 종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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