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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클로 훈련된 회원

2021.06.19

by 공씨아저씨
나는 ‘공씨아저씨네’라는 온라인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과일 장수다. 이 땅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농산물의 외모지상주의를 깨뜨리기 위해, '크기'와 '모양' 중심이 아닌 과일 본연의 '맛'과 '향' 중심의 조금 다른 과일 유통을 시작한 지 11년 차에 접어든다. 먼 훗날 의미 있는 자료로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SNS를 통해서 일기처럼 썼던 과일과 농업 그리고 농산물 유통에 관한 이야기를 이곳에 아카이빙하기로 했다. 다소 거칠고 투박한 글이지만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생각했다. 과거의 이야기들은 이미 썼던 내용이기에 실제로 글을 썼던 날짜를 별도로 기록한다. (글의 발행일과 시간차가 발생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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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출고가 없는 토요일이라 오늘은 진짜 늦잠을 자고 싶었는데 눈을 떠보니 7시.


요즘은 페이스북 개인 계정은 잘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 갑자기 태깅이 걸렸다는 알림을 받고 보니...


공씨아저씨네 구매액 기준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계시는 회원님.


과일을 얼마나 많이 사시는지... 처음에 전 이분이 과일 소매업을 하시는 줄 알았어요. 저한테 과일 가져다 파시면 마진 구조 안 나올 텐데... 걱정스럽기도 했고요. 그래서 조심스레 여쭤봤어요. 혹시 과일 가게 하시냐고...


그건 아니고 단지 집에 식구들이 좀 많을 뿐이라며 그래서 집에 업소용 대형 냉장고를 보유하고 있을 뿐이라며... 잊지 못할 분입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오래 살다 오신 분인데요 (저처럼 7박 8일 살아온 거 아니고 진짜 오래) 저희가 판매하는 가평 신광현 농민의 유기농 삼색 포도 드시고 예전에 이탈리에서 먹던 포도맛이라고 좋아하셨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나저나 저 두 과일 아래 무슨 멘트가 달려 있을까요?


'영영 못 만나요'라는 배지가 달려있습니다. 사연을 아시는 분은 아시고 모르시는 분은 모르실 테지만.... 영영 못 만날 상품을 왜 사이트에 올려놨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대체 불가한 커다란 존재였기에 그냥 쉽게 사이트에서 내릴 수가 없어서 아직 올려놓고 있습니다. 프로스포츠로 비유하면 영구결번 같은 존재입니다. 그냥 쉽게 잊고 싶지 않아서, 잊히지고 싶지 않아서 사이트에서 내리지 않았습니다.


이 여름에 겨울 카테고리를 구경하시는 분들도 계시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정말 여러분들 콘서트 광클로 훈련되신 분들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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