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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자두

2021.06.21

by 공씨아저씨
나는 ‘공씨아저씨네’라는 온라인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과일 장수다. 이 땅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농산물의 외모지상주의를 깨뜨리기 위해, '크기'와 '모양' 중심이 아닌 과일 본연의 '맛'과 '향' 중심의 조금 다른 과일 유통을 시작한 지 11년 차에 접어든다. 먼 훗날 의미 있는 자료로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SNS를 통해서 일기처럼 썼던 과일과 농업 그리고 농산물 유통에 관한 이야기를 이곳에 아카이빙하기로 했다. 다소 거칠고 투박한 글이지만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생각했다. 과거의 이야기들은 이미 썼던 내용이기에 실제로 글을 썼던 날짜를 별도로 기록한다. (글의 발행일과 시간차가 발생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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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대석 조생 자두 첫 수확을 시작했습니다. 살구는 마지막 수확을 모두 마쳤고요. 이제 살구는 완전히 잊어주세요.


올해부터 새로 계약한 로젠 택배는 일요일 픽업이 가능해서 지난주부터 일요일도 계속 수확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일주일에 쉬는 날이 하루도 없게 되었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일요일에 택배 발송을 못해서 월요일에 보내려고 하면 과숙되어 못 보내는 로스 물량이 많이 나와서 주문 수량 맞출 수 있을지 늘 걱정이었는데 올해는 이런 근심은 조금 덜고 있습니다.


작년보다 과일 크기가 커졌다고 이게 머선일이냐고 놀라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올해 김종대 농민이 적과를 좀 신경 써서 한 부분도 있고 그동안 5월이면 늘 가물어서 물대기 바빴던 경산지역이었지만 올해는 5월에 비가 많이 내려서 물 부족함 없이 과일이 자라서 전반적으로 크기가 좀 커진 부분도 있습니다. 자두도 작년보다 전체적으로 조금씩 커졌을 거예요.


그러나 나무에 따라서도 차이는 있습니다. 수확하는 날에 따라서도 조금 큰 녀석들이 배송될 때도 있고 조금 작은 녀석들이 갈 때도 있고 그렇습니다. 저희는 원래 크기 선별을 안 하기 때문에 크기는 별 신경을 안 쓰는데 올해 큰 거 받았다고 좋아하시는 분들 보면서 아직도 과일 큰 거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구나 싶은 아쉬움도 있고 그렇습니다.


대석조생 자두는 최근 날씨가 좀 선선해서인지 숙기가 예년보다 며칠 늦었습니다. 자두도 마찬가지인데 수확기간에 날씨가 며칠 확 더우면 하루 만에 다 익기도 합니다. 그 많은 물량을 하루에 택배로 다 작업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물량이 있어도 택배로 못 보내고 공선장으로 보내야 하는 일이 허다합니다.


시장에서 하나도 익지 않은 단단하고 신맛만 나는 자두들이 보이는 것이 이러한 이유입니다. 여름 과일을 잘 익혀서 수확해서 택배로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마 여러분들은 상상도 못 하실 겁니다. 늘 외줄타기를 하는 마음입니다. 선선한 날씨 덕분에 올해 처음으로 서광을 공선장으로 하나도 보내지 않고 전량 택배로 다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서광 추가 주문이 여러 번 있었던 것이고요.


올해는 대석 조생과 로얄 대석을 구분하지 않고 그냥 대석 자두로 판매했습니다. 이유는 수확이 겹치는 시기가 길고 유전적으로나 자두 특성상 거의 동일한 품종이라 따로 나눠서 구분하는 것이 큰 의미도 없고, 생산지에서도 나눠서 작업하는 것을 너무 힘들어하셔서요. 주문하신 순서에 따라 출고가 되는지라 대석조생을 받게 되시는 분들도, 로얄 대석을 받게 되시는 분들도 있고 그럴 겁니다.


대석 자두도 주문받은 물량 출고 진행하면서 날씨에 따라 택배 작업이 더 가능할 것 같으면 추가 주문 공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122(살하나+자둘+천둘) 정기배송 회원님들의 대석 자두는 오늘 모두 출고되었고, 111(살하나+자하나+천하나) 정기배송 회원님들의 대석은 일부만 오늘 출고됩니다. 대석 자두 단품 주문하신 분들 물량은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이번주 안에는 다 보내드릴 수 있을거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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