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道)를 닦은 사람들만 팔 수 있는 과일
올해로 과일장수 9년 차. '복숭아'라는 세 글자만 들어도 내 가슴은 쿵쾅쿵쾅. 가장 많이 판매되는 효자 과일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복숭아 판매 시기에는 전화만 울려도 심장이 벌렁벌렁 뛰게 만드는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과일이기도 하다. 해마다 복숭아를 판매할 때가 되면 고민한다. 작년 여름 복숭아 C/S 때문에 한 시도 마음 편하게 지낼 날이 없었던 그 악몽의 시간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아... 복숭아를 팔지 않고도 먹고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동종 업게에 종사하는 후배들이 회사에서 올해 복숭아 담당이 되었다고 연락이 오면 복숭아를 판다는 것은 일 년에 수명을 10년씩 단축시키는 일이라고 진심을 담은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많은 과일 이야기를 이 곳에 적으며 복숭아 이야기는 늘 아껴뒀습니다. 아껴뒀다기보다는 애증의 감정이 교차하는 복숭아 이야기를 글로 쓰는 괴로움을 감당하기 싫어 회피했다고 하는 것이 맞겠습니다. 올해 첫 복숭아 첫 출고를 마쳤습니다. 조촐하게 식당에서 소주 한잔 따라놓고 올 한 해 날씨가 잘 도와줘서 무사히 복숭아 판매 마치게 해달라고 고사를 지냈습니다.
오늘은 용기를 내어 복숭아 이야기를 꺼내봅니다.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이야기를 해야 할지 막막하지만 복숭아를 이해하려면 복숭아의 원예학적 특징과 성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에 약간의 재미없는 이론 설명이 어쩔 수 없이 들어가 있습니다. 현장에서 겪었던 이야기 그리고 실제로 복숭아를 판매하면서 겪은 고충에 대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해보려 합니다. 사실 이 내용은 그동안 누구도 이야기한 적 없을 겁니다. 복숭아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 번쯤 읽어보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긴 글을 시작합니다.
여름 하면 떠오르는 과일이 무엇일까요? 단연 복숭아입니다. 실제로 날씨가 더워질수록 복숭아 판매량이 증가하고 입추가 지나고 아침저녁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복숭아 소비량도 감소한다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그만큼 뜨거운 한여름에 사랑받는 과일이 복숭아고, 복숭아만큼 다양한 품종을 단기간에 만날 수 있는 과일이 우리 주변에 또 있을까 싶습니다.
복숭아과 같이 안에 단단한 씨가 있고 중간에 육질이 있고 외피가 있는 과일을 핵과류 [核果, stone fruits , drupe]라고 합니다. 씨가 단단해서 석과(石果)라고도 하는데요. 핵(씨)이 과육과 잘 분리되는 이핵성(free stone)과 접착하여 있는 점핵성(cling stone)으로 분류합니다. 자두는 점핵성이고 살구나 복숭아 등은 품종에 따라 점핵성과 이핵성이 동시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천도복숭아 판타지아와 골드 품종이 대표적인 이핵성입니다.
복숭아는 크게 털이 있는 유모종(有毛種)과 털이 없는 무모종(無毛種)으로 구분합니다. 무모종은 천도복숭아를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그래서 복숭아를 재배하는 농민들은 천도복숭아를 '뺀질이'라고 부릅니다. 또한 과육의 색에 따라 백육계와 황육계로 구분을 합니다. 백도는 백육계 유모종이고 황도는 황육계 유모종입니다. 천도복숭아는 대부분 황육계 무모종이고 '신비'와 같이 과육이 하얀 천도는 백육계 무모종이 되겠죠?
복숭아 털 알레르기 때문에 복숭아를 못 드시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영화 '기생충'을 보면 복숭아 털을 이용 해서 가정부를 내쫓는 기막힌 전략을 실행하기도 하지면 굉장히 위험한 일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살인 무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실제로 복숭아털 알레르기는 복숭아를 재배하는 농부들에게 가장 쉽게 노출되어있기도 합니다. 일종의 직업병인데요. 복숭아 재배 농민들 중에 복숭아털 알레르기가 있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는 사실은 아마 잘 모르셨을 겁니다.
최근 인기 있는 천도복숭아 품종 중에 '신비'라는 품종이 있는데 이 천도는 겉으로는 천도의 모양을 하고 있지만 과육이 하얗고 백도의 맛이 나는, 백도의 성질이 강한 복숭아입니다. 백도처럼 잘 물러지는 단점도 있습니다. 털 때문에 유모종 복숭아를 드시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큰 위안이 되기도 하지만 암튼 최근 몹시 힙한 천도복숭아 중에 하나입니다.
복숭아는 수확 시기에 따라서는 조생종, 중생종, 만생종으로 구분합니다. 복숭아꽃이 만개(滿開)했을 때를 기준으로 90일 이내에 수확하는 품종을 조생종, 90일~120일 이내에 수확하는 품종은 중생종, 120일 이후에 수확하는 품종을 만생종으로 구분합니다.
저희가 판매하는 복숭아의 생산지 경북 청도는 보통 4월 15일 경 복숭아꽃이 만개를 합니다. 그래서 7월 15일 이전에 수확하는 품종을 조생종, 7월 15일 이후 8월 15일 이전 수확하는 품종을 중생종, 8월 15일 이후에 수확하는 품종을 만생종 마지막으로 8월 15일 언저리에 걸쳐 수확하는 품종을 중만생종으로 구분합니다.
복숭아를 품종별로 판매한 지 여섯 해가 지났습니다. 황도랑 백도밖에 모르고 복숭아를 드셨던 손님들이 처음에는 어떤 복숭아를 골라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하셨는데 이제는 자신만의 취향으로 다양한 품종의 복숭아를 척척 주문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과 함께 자부심도 생깁니다.
복숭아를 판매할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2가지입니다.
"어떤 게 말랑한 복숭아이고 어떤 게 딱딱한 복숭아인가요?"
우선 복숭아를 딱복과 말복으로 구분하는 것은 올바른 구분법은 아니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보통 딱딱한 복숭아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복숭아 먹을 때 과즙을 손에 묻히는 게 싫고 그냥 깔끔하게 먹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실 딱딱한 복숭아도 상온에서 후숙 하다 보면 말랑해집니다.
그리고 복잡하고도 미묘한 복숭아의 식감을 단순히 딱딱하다고 표현하는 것도 참 아쉽습니다. 어떤 복숭아는 쫄깃하기도 하고 어떤 녀석은 딱딱하지도 물컹거리지도 않습니다. 씹는 식감이 있으면서도 과즙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복숭아를 복숭아 마이스터 양영학 농민은 최고의 복숭아로 꼽습니다.
여러 가지 복숭아를 품종별로 먹다 보면 내 취향이 아닌 줄 알았던 복숭아가 의외로 내 입맛에 잘 맞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경험이 있어야만 내 입맛에 잘 맞는 품종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품종의 복숭아를 먹어보는 경험은 중요합니다. 참고로 저희 가게에는 딱딱한 성질의 복숭아는 취급하지 않습니다.
"어떤 복숭아가 제일 맛있나요?"
저는 역으로 이렇게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1년에 복숭아를 몇 번 드시나요? 만약에 1년에 나는 딱 한 번만 복숭아를 먹겠다고 하시면 추천해드릴 품종은 있습니다. 우리나라 휴가철에 나오는 복숭아들이 제일 맛있습니다. 중, 만생종 복숭아가 이에 해당됩니다. 대표적인 품종으로 대옥 아카쓰키, 천중도, 홍금향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름 내내 복숭아를 드실 생각이라면 그 질문은 틀렸습니다. 비교의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가장 맛있는 복숭아를 나누는 기준은 '품종'이 아닌 '시기'가 되어야 합니다. 6월 하순에는 어떤 복숭아가 제일 맛있나요? 7월 중순에는 어떤 복숭아가 제일 맛있나요?로 질문이 수정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답은 쉬워집니다.
품종별 비교보다는 시기별 비교를
우선 가장 기본적인 상식을 말씀드리면 복숭아는 조생종보다 중만생종 복숭아가 더 맛있습니다. 이건 너무나도 당연한 것입니다. 꽃이 피고 열매를 수확하기까지의 기간과 복숭아의 맛은 관계가 있습니다. 이건 비단 복숭아뿐만 아니라 다른 과일에도 일반적으로 다 적용되는 내용입니다.
감귤의 예를 들자면 11월 초순에 수확하는 극조생 감귤과 12월부터 수확하는 조생종 감귤의 맛은 다릅니다. 당연히 12월 감귤 맛이 훨씬 더 진하고 좋습니다. 그리고 조생 감귤이라고 해도 12월과 1월의 감귤 맛은 다릅니다. 감귤의 산도가 점점 변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소비자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감귤이 작년보다 맛이 없어졌어요.
그래서 과거 그 손님이 구매하신 이력을 확인해보았습니다. 작년에 1월에 감귤을 시키셨더라고요. 그리고 그 감귤이 너무 맛있어서 올해는 조금 일찍 11월에 감귤을 시키신 겁니다. 11월의 감귤 맛과 1월의 감귤 맛이 다른 건 너무나도 정상입니다. 그건 비교의 기준점 자체가 잘못된 거죠.
그리고 실제로 감귤 맛은 기후에 따라서 해마다 다른 것이 지극히 '정상'입니다. 공장에서 레시피로 만드는 가공품이 아닌데 해마다 같은 맛을 낸다는 것이 더 비상식적인 일이 아닐까요? 시기와 상관없이 모든 과일 맛이 동일해야 한다는 생각은 인간의 욕심입니다.
조생종 복숭아는 복숭아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조금 빨리 복숭아를 드실 수 있는 방법이고, 조생종 복숭아에서 중만생종 복숭아의 맛을 기대하신다면 과욕입니다. 그렇다고 조생종 복숭아가 맛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답은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가장 맛있는 복숭아는 제철에 먹는 복숭아
조생종 과일들은 크기도 좀 작습니다. 당연하겠죠? 그런데 빨리 수확해서 시장에서 빨리 선보이는 조생종 과일들의 가격이 아이러니하게 제일 비쌉니다. 이건 시장 경제의 논리에 따른 것입니다. 희소성의 원칙 때문인데요. 복숭아만 애타게 기다리는 소비자들은 시장에 복숭아만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셨을 테지요. 그래서 모든 과일들은 시장에서 제일 빨리 선보이는 물량이 가격이 제일 비쌉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현장의 농민들은 조생종 과일 재배를 선호하기도 합니다. 시장에 빨리 출하하여 조금이라도 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제대로 익지도 않은 과일을 수확해서 누가 먼저 공판장으로 가는지 내기라도 하듯 하는 경쟁하는 풍토 때문에 늘 초반에 나오는 과일들의 맛이 떨어져 이후에 수확하는 제대로 된 과일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문제입니다. 초반 시장 가격이 높은 것은 경매사들이 시장 가격을 의도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펼치는 술수이기도 합니다. 초반에 매입 가격을 높게 설정해 놓으면 농민들은 너도나도 빨리 수확해서 출하하려고 할 겁니다. 그러다가 입고 물량이 많아지면 어느 순간 가격을 후려칩니다. 그러면 입고 가격이 뚝 떨어지겠죠. 해마다 반복되는 같은 패턴이지만 최고가를 찍기 위해 경쟁하는 농민들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물론 해마다 같은 패턴에 속는 농민들에게도 문제가 있습니다.
농민 입장에서 조생종 복숭아를 선호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바로 여름철 잊지 않고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장마 때문입니다. 보통 우리나라에 장마가 찾아오는 시기는 6월 하순에서 7월 중순 사이입니다. 장마가 시작되고 비가 많이 오고 해가 뜨지 않으면 복숭아의 당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습도 때문에 과일이 쉽게 무르고 부패할 수 있어 이 기간을 피해 장마가 오기 전에 수확을 다 끝내버리려고 하는 이유입니다. 최근에는 강수량에 따라 당도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품종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정확히 '몇 월 며칠부터 언제까지 장마야'라고 매년 정해진 기간에 장마가 찾아와 준다면 참 좋겠죠. 이 기간에 수확하는 품종을 피하면 되니까요. 그러나 자연이라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습니다. 해마다 장마가 오는 시기가 차이가 있기에 장마에 큰 영향을 받지 않던 품종도 어느 해는 피해를 보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저희가 판매하는 복숭아는 경상북도 청도에서 재배합니다. 청도지역은 분지 지형이기에 비가 잘 내리지 않는 지역적 특성을 갖고 있기에 복숭아 재배에 최적화된 지역입니다. 가까운 대구에 비가 내려도 청도에는 비가 잘 내리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기상이변으로 인한 집중호우를 비켜갈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2014년이 그러했던 해로 중만생종 복숭아의 주 수확기에 하염없이 비가 내려 주문받은 물량의 대부분을 환불 처리해드려야만 했던 악몽 같은 기억이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품종에 대한 이이기를 조금 더 드리겠습니다. 청도의 복숭아 마이스터 양영학 농민의 밭에 가면 이런 풍경을 자주 만납니다. 접목(나무를 접붙임) 해놓은 건데요. 새로운 품종의 복숭아를 테스트하기 위함입니다.
올해 저희가 판매하는 9가지 복숭아는
- 일본 품종 4종 : 대옥 아카쓰키, 애천중도, 홍금향, 천중도
- 중국 품종 1종 : 용택골드(롱의택골드)
- 국내 품종 4종 : 미황, 유미, 백천황도, 장호원황도 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양영학 마이스터는 재배하는 모든 복숭아를 국내 품종으로 전환하려는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해마다 몇 가지씩 신품종 테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 재배는 적합한지 병충해 및 동해에 강한지 복숭아의 맛은 좋은지 등 철저한 검증을 하면서 말이죠.
어느 나라 품종이든 맛있으면 그만이지 그것이 일본 품종이든 한국 품종이든 무슨 관계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관심 밖의 이야기일 수 있지만 우리나라가 한해 종자값의 로열티로만 해외로 얼마의 돈이 빠져나가는지를 아신다면 품종의 국산화가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 것인지 알게 되실 겁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딸기의 '설향' 품종이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관련 기사를 검색해보시기 바랍니다.
올해 작년까지 전량 수출로 빠졌던 '미황'과 '유미'라는 2가지 품종을 추가해서 판매하고 있는데요. '미황'은 1999년 '천중도 백도'에 '찌요마루'를 인공교배 육종한 것으로 2009년에 정식으로 등록한 국내 최초 인공교배에 의해 육성된 조생종 황육계 유모종입니다. 2034년까지 우리 품종으로 품종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됩니다.
‘유미’는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육성한 국내 품종으로 ‘유명’ 품종과 ‘찌요마루’ 품종을 교배해 만든 조생종 백육계 유모종입니다. 보급에 어려움을 겪었던 품종인데 양영학 마이스터의 밭에서 몇 년간 시험재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수확을 하여 수출까지 시작했습니다.
시중에 '맛있는 XXX 고르는 법', 'XXX 보관할 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몇 가지'등의 기사를 보면 정말이지 화가 날 때가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분통 터지는 내용은 겉모습과 크기로 맛있는 과일을 판별하는 방법입니다. 물론 과육의 크기와 색택(色澤)이 과일의 맛을 판별하는 참고 사항이 될 수는 있지만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복숭아는 백도의 경우 뽀얗고 하얀 과피에 얼룩이 없는 복숭아가 최상품으로 선별이 되어왔습니다. 그래서 복숭아 농가에서는 보통 복숭아에 봉지를 씌웁니다. 사람 피부랑 똑같다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뽀얗고 얼룩 없는 노란 복숭아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봉지를 씌우는 과일은 비단 복숭아뿐만은 아닙니다.
그러나 저희가 판매하는 청도의 양영학 마이스터의 복숭아는 무대재배 [無袋栽培]를 합니다. 무대재배란 발육 중인 과실에 봉지를 씌우지 않고 재배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봉지를 씌우는 복숭아보다 당도가 0.5~1 brix정도 높습니다. 물론 철저한 병충해 관리가 수반되어야 가능하기에 쉬운 일은 아닙니다.
무대재배는 겉모습과 색은 조금 거칠지만 더 맛있는 복숭아를 만들어내는 방법일 뿐 아니라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 불필요한 인건비 지출을 막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물론 종의 특성상 봉지를 씌우지 않고서는 재배가 거의 불가능한 품종이 몇 가지 있습니다만 이 내용은 여기서는 열외로 하기로 합니다. 최근에는 봉지를 씌우지 않아도 재배가 용이한 품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추세이기도 합니다.
여러분들 눈에는 어떻게 보이십니까? 얼마나 자연스럽고 예쁜 색입니까? 울긋불긋 한 이 색이 원래 자연이 만들어내는 진짜 복숭아의 색입니다. 과일이 맛있으면 그만이지 뽀얀 색 복숭아가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유통과정에서 만들어진 잘못된 관행 탓에 소비자들의 인식도 그동안 잘못되어있던 것이 사실입니다.
작년 여름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XX청과의 경매사를 청도에서 만나 우연히 이야기를 전해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요, 최근 들어 뽀얗고 하얀 복숭아보다는 이런 자연스러운 색의 복숭아가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더 반응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복숭아가 왜 제가 고사까지 지내가면서 무사하기를 바라는 힘든 과일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복숭아의 성질에 대한 이해가 좀 필요합니다. 사실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입니다. 다큐멘터리로 시작했는데 아마도 신파로 이 글은 끝나지 않을까 합니다.
복숭아는 열이 많은 과일입니다. 가장 맛있고 신선한 과일은 과수원에서 바로 수확해서 바로 출하하는 과일이라고 상식적으로 생각을 하실 겁니다. 일반적으로 맞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복숭아의 경우는 예외에 해당이 됩니다. 복숭아는 워낙 열이 많이 과일이라 열을 식혀주지 않으면 배송 과정에서 열폭하게 됩니다. 이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방법이기도 한데요. 그래서 양영학 마이스터의 복숭아는 공선장에서 에어컨 바람을 쏘이며 예냉 과정을 거쳐 열과 습기를 제거한 이후에 택배 출고를 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낮에 과수원에서 복숭아를 따서 차에 싣고 집에 왔는데 집에 와서 보니 복숭아가 다 퍼져버리는 일들이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고 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믿지 않으셔도 사실입니다.
반나절 사이에도 부패될 수 있는 과일이 복숭아입니다. 심지어 수확할 때 사람이 손으로 잡았을 때 사람의 체온이 복숭아에 전달되면 부딪혀서 멍이 든 것 같은 갈색 자국이 날만큼 민감한 과일이 복숭아입니다. 그래서 양영학 마이스터는 산지에서 수확을 할 때도 복숭아에 체온이 전달되지 않기 위해 장갑을 끼고 수확을 합니다. 수확을 한 복숭아도 벌크로 담는 것이 아니라 한과 한과 난좌에 담아서 선별장까지 이동할 정도로 복숭아는 수확에서 포장까지 애기 다루듯 다뤄야 하는 민감한 과일입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동네 마트나 시장, 대형 오프라인 매장에 자주 가서 진열되어 있는 복숭아의 상태를 꼼꼼하게 체크하는 편인데 대형 마트는 그나마 실내에 에어컨이 가동되어 덜하지만 동네 마트나 시장 등 실외에 복숭아를 보관하고 판매하는 곳을 보면 박스 안에 이미 부패되어 곰팡이가 피어있는 녀석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됩니다.
사실 정상적인 일입니다. 그만큼 복숭아는 재배와 수확도 중요하지만 보관이 더 중요합니다. 복숭아가 포장되어있는 상태를 보면 플라스틱 캡으로 하나씩 씌워져 있는데 안에 공기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습도만 조금 높고 거기에 온도만 뒷받침된다면 부패하기 최적의 상태입니다.
왜 복숭아는 이 방향으로 포장을 하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가끔 계십니다. 복숭아의 모양을 보면 꼭지 부분은 조금 평평하고 배꼽 부분은 조금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꼭지 부분을 아래로 향하게 해서 포장을 하는 이유는 복숭아는 배꼽 부분부터 색이 들기 시작하고 익기에 배꼽 부분이 가장 무르기 때문입니다. 평평한 면이 바닥으로 가는 것이 더 안전한 것은 당연하겠죠?
배꼽 부분이 가장 많이 익은 부위입니다. 뒤집어서 포장을 한다면 아마 복숭아가 다 물러 터져서 배송이 될 것입니다. 팁을 하나 드리자면 이 배꼽 부분이 나무에 매달려있을 때 중력의 법칙에 의해 당 축적이 가장 많이 돼서 이 부분이 제일 당도가 높기도 합니다. 집에서 복숭아를 드실 때 여러분들이 칼을 잡으신다면 저 부분은 꼭 여러분들이 드시는 용도로 남겨두세요. 마치 끄트머리는 내가 먹을게...라고 인심을 쓰는 척하면서 말이죠. 왜 꼭지 부분이 위로 향하지 않고 바닥을 향해서 포장을 하는지에 대해서 복숭아 모양을 보니 조금 납득이 되시지요?
그러나 꼭지 부분이 바닥을 향해있는 포장방식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꼭지 부분은 홈이 파져 있기 때문에 습기가 찰 수 있는 확률이 있습니다. 그래서 캡에 씌워서 배송을 하는 과정 중에 꼭지 부분이 무르거나 곰팡이가 피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받으시는 소비자분들은 썩은 복숭아 감춰서 보내려고 뒤집어서 보냈다고 화를 내며 전화를 하시는 분들도 계신데요. 그건 절대 아니라는 것은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희가 포장을 할 때는 복숭아에 흉터 하나만 발견돼도 배송 과정 중의 부패 문제 때문에 박스 안에 담지 않고 있답니다.
이렇게 조심스럽게 다루고 포장 작업을 함에도 불구하고 여름철 고온 다습한 택배사의 물류창고와 물동량 차량의 컨디션 때문에 일부 무르고 부패한 과일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배송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과수는 저희는 다 보상 처리해드립니다. 다만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건 화내면서 전화만 안 해주셨으면 하는 것과 원인을 확인도 하기 전에 저희를 썩은 복숭아를 파는 천하의 몹쓸 놈으로 만들어서 SNS를 도배하지는 말아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마음. 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그것뿐입니다.
재미없는 이야기 한 가지만 더 하자면 핵할(核割)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쉬운 말로 풀어쓰면 핵(씨) 갈라짐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복숭아 드시다 보면 안에 씨가 갈라져 있는 경험 한두 번씩 있으실 텐데요 이게 바로 핵할 증상입니다.
핵할이란 과실이 발육 도중에 씨를 둘러싸고 있는 딱딱한 층인 내과피(核)가 갈라지는 현상입니다. 이 핵할은 일종의 생리장애인데요. 특정 시기와 특정 품종에서 많이 발생을 하고 날씨에 따라서 가물다가 갑작스레 비가 오는 경우에도 잘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핵할은 문제라고 보면 문제가 맞고 일정 부분은 이해할 수도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증상이 심한 경우는 외형으로도 표시가 날 정도로 기형과가 되지만, 먹는데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는 소비자들도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이슈입니다.
위의 2장의 사진은 작년 여름 복숭아를 판매하며 접수된 2건의 C/S 케이스입니다. 위의 사진처럼 핵할이 일어나면 가운데 유격이 생기면서 습기로 인해 거멓게 변하면서 곰팡이가 피는 경우가 있습니다. 좌측의 경우 과육에는 전혀 이상이 없고 씨 내부에만 오염이 돼서 사실 먹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씨를 저렇게 두쪽으로 갈라 보기 전까지는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런 경우는 저희는 정상 과로 분류를 하고 소비자들에게는 상황설명을 하고 양해를 구합니다. 작년 여름 저렇게 알뜰하게 잘 발려 드신 후 썩은 복숭아를 보냈다고 강하게 컴플레인을 해온 손님이 계셨습니다. 스스로 문제가 있거나 찜찜하셨다면 드시지 않으셨을 텐데 말이죠. 그러고서는 또 주문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회원 탈퇴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러나 우측 사진처럼 핵할로 인해 과육이 오염된 경우에는 당연히 문제 있는 과로 진단하고 보상처리를 해드리고 있습니다. 보통 저희는 개별 과수로 가격을 환산해서 문제가 있는 과수에 한해 부분 환불 처리해드리는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관상으로는 구별이 되지 않는 핵할증상은 포장을 할 때 완벽하게 걸러내는 것이 사실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렇게 후속조치를 해드리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사실 소비자에게는 핵할이라는 증상이 익숙하지 않고, 일단 시각적으로 보기에 썩어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다짜고짜 어디서 이런 썩은 복숭아를 보냈냐고 화부터 내는 손님들을 상대하다 보면 마치 죄인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에 빠져들곤 합니다. '복숭아 판매 1년=수명 감축 10년'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실는지요?
최근 몇 년간 극심한 가뭄과 폭염 그리고 집중호우가 반복되는 여름 날씨입니다. 과일을 재배하는 데 있어서는 최악의 날씨입니다. 복숭아의 경우 2018년에 특히 핵할증상이 많이 나타났고, 핵할 증상으로 인한 소비자의 불만과 C/S접수 건수가 그 어느 해보다 많았던 한해였습니다.
최근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품종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는 기자들이나 칼럼니스트들이 많아졌습니다. 다양한 품종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것은 참으로 긍정적인 현상입니다. 소비자도 자신이 원하는 품종을 선택할 있는 권리가 있으니까요. 그러나 대부분의 기사에서 빠져 있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농민입니다.
몇 해전부터 유행인 천도복숭아 '신비' 그리고 포도 '샤인머스캣'. 저는 농산물이 유행을 타는 것이 몹시 우려됩니다. 특히 우리나라 농산물 시장은 유행을 굉장히 심하게 타는 편인데 이러한 현상은 품종의 단일화 현상을 가속화시켜서 궁극적으로 다양한 품종을 먹을 기회를 사라지게 만들기도 하며 농산물 가격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대박의 꿈을 꾼 농민들에게 해피엔딩을 가져다주지 못합니다.
얼마 전 저희 자두와 천도복숭아 산지인 경상북도 경산지역에 내려갔었습니다. 이 지역은 거봉 생산지로도 유명한데요. 많은 포도 농가들이 폐원을 하였고 실제로 FTA로 국가에서 포도농가들의 폐원을 권장하기도 하였습니다. 올해 현장을 살펴보니 신규 과원에서는 거의 대부분 전량 샤인머스캣을 심었고, 기존 거봉농가들도 샤인머스캣으로 품종을 전환하는 비율이 급속도로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재배량이 늘어나면 결국 샤인머스캣도 그냥 흔한 품종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고, 역으로 거봉을 먹기가 더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재배하는 농민 입장에서 품종 전환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큰 결단을 내려야 하는 문제입니다. 복숭아와 같은 과수는 한번 품종을 바꾸면 수확을 하기까지 최소 3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3년 동안 수익이 전혀 나지 않는 상황이 됩니다. '이 품종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유행이래', '이게 요즘 가격이 잘 나온데...' 이런 소리에 혹한 농민들이 품종을 전환하게 되면 3년 뒤의 상황은 전혀 다르게 변해있기도 합니다.
사과의 예를 하나 들자면 '홍옥'을 구하기가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홍옥 재배 농가가 엄청 많았죠. 후지(부사) 사과가 등장하면서 기존에 산미가 강했던 홍옥을 다 베어버리고 전량 당도가 잘 나오는 후지(부사)로 품종 전환을 한 결과입니다. 결국 우리는 '홍옥'이라는 사과 품종 하나를 잃어버리게 되었고, 우리나라 사과의 거의 대부분을 후지(부사)가 점령하는 상황이 되어있습니다.
새로운 품종을 소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생산자인 농민에 대한 고려도 필요한 부분입니다. 맛은 정말 끝내주는데 재배하기 너무 어려운 품종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딸기는 사실 거의 설향(국내품종)이 지배하고 있는 아쉬움이 있기에 다양한 딸기 품종이 판매되었으면 좋겠다는 논조의 기사나 칼럼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 생산자인 농민의 입장에서는 재배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쉽게 폼종 전환을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설향을 농민들이 선호하는 이유는 다른 품종에 비해 병충해 피해가 적다는 생산적인 측면에서의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황육계 유모종 복숭아 용택골드(롱의택골드)는 정말 맛이 좋은 품종으로 공씨아저씨네에서는 오픈하면 순삭 될 정도로 인기가 좋은 품종인데, 이 품종은 우리나라의 기후상 동해 피해를 입기 쉬운 품종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재배하는 농민들도 베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까탈스러운 품종인데 맛이 너무 좋아서 어쩔 수 없이 계속 재배를 하고 있는 품종이라는 이야기를 하십니다. 공씨아저씨네의 복숭아를 담당해주시는 양영학 마이스터의 밭에서는 용택골드를 대체할만한 다른 국내 품종을 시험재배 중이기도 합니다.
10%의 맛을 위해 30% 이상의 생산 로스를 감수하는 것은 농민들에게 쉬운 결정은 아닙니다. 글을 쓰시는 분들도 생산 현장의 상황과 농민들의 입장도 고려해주십사 하는 강력한 바람을 이 곳을 통해서 대신 전하고 싶습니다. 농민을 제일 먼저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농부가 없으면 과일도 없습니다.
온라인 과일가게에 공씨아저시네에서는 소비자라는 말 대신 공동 생산자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비록 직접 농사를 짓지는 않지만 농부의 농사 과정을 함께 지켜보고 그 과정을 응원하는 과정 또한 생산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최근 회원가입을 받을 때 작은 테스트를 거쳐 회원가입을 받고 있습니다. 나는 건강한 소비자인가를 테스트하는 몇 가지 질문인데 그중에 이런 질문이 있습니다.
4. 과일은 생물인지라 택배라는 배송 과정을 통해 운송되는 동안 약간의 변질이나 파손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양해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물론 합리적인 C/S 처리는 해드립니다.)
가. 네. 당연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 아니오. 마트에서 보는 것처럼 완벽하게 깨끗한 상태로 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5. 과일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공산품이 아닙니다. 날씨에 따라서 해마다 맛이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아무리 맛있는 품종이라도 전년보다 조금 더 맛있을 수도, 조금 덜할 수도 있습니다. 공씨아저씨네는 1 과일당 1명의 농민과 지속적인 거래를 이어가고 있기에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해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가. 네.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 아니오. 공씨아저씨네에서 판매하는 과일은 무조건 맛의 차이가 없어야 합니다.
이 두 가지 질문은 사실 복숭아 때문에 만든 질문입니다. 저희 사이트는 운영자 승인 방식으로 회원가입을 받기 때문에 답이 뻔히 보이는 다소 강압적인 질문을 통해 회원을 필터링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맛있는 과일 가게를 넘어 농민과 소비자(공동 생산자)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장기적인 구조를 만들고 싶은 저의 오랜 염원이기도 합니다.
위의 두 가지 질문에 대해 '아니오. 마트에서 보는 것처럼 완벽하게 깨끗한 상태로 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와 '아니오. 공씨아저씨네에서 판매하는 과일은 무조건 맛의 차이가 없어야 합니다.'로 대답하는 분들을 종종 만납니다. 새벽 배송 시장이 커지고 대형마트에서 조차 배달 서비스를 해주는 시대다 보니 배달 방식으로 오는 농산물들도 완벽해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인식도 점차 커지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하게 되고, 복불복 없이 맛있는 과일을 먹고 싶은 소비자들의 염원 그리고 그 역할을 공씨아저씨네가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막상 저 대답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착잡해지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물론 아니오라고 대답한 분들은 죄송하지만 회원으로 승인 처리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구의 기후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가뭄과 폭염이 그리고 이어지는 집중호우가 최근 몇 해 동안 지속되고 있고 지구의 온난화는 특정 작물의 재배 지역의 지도를 점차 북상시키고 있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청도가 언제까지 복숭아 재배의 최적지로 남아있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다 쓰고 보니 참 재미없는 글이 되었습니다. 소비자분들이 많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쓴 글이지만 정확한 설명을 위해 다소 재미없고 어려운 내용들이 많이 포함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부디 이 글을 읽으시고 복숭아라는 과일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소비자들이 이해하고 악성 C/S가 조금이나마 줄었으면 하는 마음에 쓴 글임을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위에서 말씀드리지 못한 내용이 하나 있습니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중에 세번째가 '복숭아를 어떻게 보관해야 오래 먹을 수 있나요?'입니다. 오늘 너무 교과서 같은 이야기만 해서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변은 탈 교과서 적으로 해보겠습니다. 과일을 오래 보관하려고 하는것 자체가 인간의 욕심입니다. 복숭아는 여러분들 뱃속에서 보관하는게 최선의 방법입니다. 아끼면 똥됩니다. 맛있고 신선할 때 빨리 빨리 드세요.
나는 ‘공씨아저씨네’라는 온라인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과일 장수다.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채 이 일을 시작한 지 벌써 9년 차에 접어든다. 막상 일을 시작해 보니 농산물 유통구조는 나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것 투성이었다. 사회에 만연해 있는 '외모 지상주의'가 농산물 시장에서도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큰 충격이었다. 그래서 나는 '크기'와 '모양' 중심이 아닌 과일 본연의 '맛'과 '향' 중심의 조금 다른 과일 유통을 시작했다. 나는 이 땅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농산물의 외모지상주의를 깨뜨리기 위해, 아울러 농부들의 수고스러움에 대한 ‘가치’를 ‘같이’할 수 있도록 농부의 마음으로 농산물을 판매하려고 한다. ‘농사 안 짓는 농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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