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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씨아저씨 Oct 14. 2021

사과의 목적

2021.10.14

나는 ‘공씨아저씨네’라는 온라인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과일 장수다. 이 땅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농산물의 외모지상주의를 깨뜨리기 위해,  '크기'와 '모양' 중심이 아닌 과일 본연의 '맛'과 '향' 중심의 조금 다른 과일 유통을 시작한 지 11년 차에 접어든다. 먼 훗날 의미 있는 자료로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SNS를 통해서 일기처럼 썼던 과일과 농업 그리고 농산물 유통에 관한 이야기를 이곳에 아카이빙하기로 했다. 다소 거칠고 투박한 글이지만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생각했다. 과거의 이야기들은 이미 썼던 내용이기에 실제로 글을 썼던 날짜를 별도로 기록한다. (글의 발행일과 시간차가 발생할 수 있음)




일반 소비자 분들은 잘 모르실 수도 있는데 농사를 짓다 보면 농민들은 참 많은 유혹을 받습니다. 크게 키우고 싶은 유혹, 색을 예쁘게 내고 싶은 유혹, 조금 더 편하게 농사짓고 싶은 유혹 등...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한 나무에 100개의 사과가 달린다고 가정했을 때 사과 한 개의 무게가 1g이라고 하면 100g의 사과를 수확하게 되겠죠. 만약 사과 한 개의 무게를 1.5g으로 키울 수 있다면 150g을 수확하게 되죠. 사과 1g의 단가가 동일하다고 하면 수익은 1.5배가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어요?


물론 외부적인 다른 모든 요인을 배제한 지극히 이론적인 셈으로만 한 계산방법입니다. 게다가 시장에서 큰 사과가 더 좋은 가격을 받는다면 농민 입장에서는 당연히 더 큰 사과를 재배하고 싶은 유혹을 받게 될 것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농사라는 것도 결국은 소득을 얻기 위한 하나의 직업이고 더 많은 이익을 내고자 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할 일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유혹을 뿌리치고 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여전히 우리 곁을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제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동력을 주는 분들이기도 하죠. 


그동안 크기에 따른 가격차이 없이 사과를 판매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지만 100% 실현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이 방식에 100% 동의하는 사과 농가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몇과~몇과는 얼마, 몇과~몇과는 얼마. 이런 구분이 그동안 여러분들이 흔히 보아오셨던 사과 구매의 선택지였을 겁니다. 지금도 대부분의 곳에서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고요. 이 방식을 깬다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부 크기의 사과에 한해 부분적으로만 시도할 수밖에 없었는데 경북 영주의 이재식 농민을 만나면서 이 부분을 완벽하게 해결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많은 사과 농가를 만났지만 사과 크기에 관계없이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하고자 하는 방식을 완헌드레드펄센 동의해주신 분은 처음이었습니다. 공씨아저씨네가 문을 닫기 전까지 사과를 책임 저주실 농가로 제가 점찍은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작년에 잠시 소개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저희 가족이 되신 경북 영주의 이재식 농민에 대해 그동안 자세하게 소개를 못 해 드린 것 같아서 오늘은 사과 이야기를 좀 꺼내보았습니다. 3년 전 이재식 농민의 밭에 처음 가서 사과 밭을 둘러보고 대과 생산 위주가 아닌 자연스러운 크기의 과일을 인위적인 투입 없이 키우는 모습에 우선 제가 반했고, 색을 예쁘게 내기 위해 약재를 투입을 하지 않는 점. 그리고 명절에 맞춰서 절대 서둘러서 사과를 따지 않으시는 모습에 제가 엄치적을 들었습니다. 



기존에 계속해오시던 방식이 있기 때문에 사과 밭에 반사 필름을 까는 부분 그리고 친환경 소재의 포장재로 완전히 전환하는 일등은 아직 제 입장에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습니다만 제가 이 밭의 사과를 얼마나 소화해내느냐에 따라서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꾸준히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회원님들의 지속적인 구매가 결국은 더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게 되는 바탕이 됩니다.

 


양광 주문해주신 분들 잘 도착했다는 소식이 속속 들리고 있는데요. 양광은 올해 봄에 냉해 피해를 좀 입어서 착과량이 좀 적다 보니 사과 사이즈가 전체적으로 좀 커졌습니다. 오늘 양광 받으시고 기존에 공씨아저씨네에서 볼 수 없던 크기의 사과를 받고 놀라신 분들도 계실 거예요.  


과일의 크기는 그 해의 날씨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 정상입니다. 저희는 그해 날씨가 만들어주는 그대로 판매를 합니다. 때에 따라서 전년에 비해 과일이 조금 커질 수도 조금 작아질 수도 있습니다. 저희에게 크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요소입니다. 저희 회원님들도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회원가입 과정에서 이미 동의하신 내용이기도 하니까요.


가을 사과 양광과 시나노 골드가 저물면 10월 말부터 사과 후지를 수확하게 됩니다. 사과 사과한 가을날의 연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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