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6
나는 ‘공씨아저씨네’라는 온라인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과일 장수다. 이 땅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농산물의 외모지상주의를 깨뜨리기 위해, '크기'와 '모양' 중심이 아닌 과일 본연의 '맛'과 '향' 중심의 조금 다른 과일 유통을 시작한 지 11년 차에 접어든다. 먼 훗날 의미 있는 자료로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SNS를 통해서 일기처럼 썼던 과일과 농업 그리고 농산물 유통에 관한 이야기를 이곳에 아카이빙하기로 했다. 다소 거칠고 투박한 글이지만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생각했다. 과거의 이야기들은 이미 썼던 내용이기에 실제로 글을 썼던 날짜를 별도로 기록한다. (글의 발행일과 시간차가 발생할 수 있음)
오늘의 오전 디저트는 사과 3종 세트입니다. 양광과 아리수 그리고 료까입니다. 3 품종의 사과를 한 조각씩 저의 네 식구 공평하게 배분합니다. 집에서 늘 과일 담당은 저입니다.
다양한 품종의 사과를 동시에 먹다 보면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단순히 어느 게 더 달고 맛있다가 아닌 품종 교유의 맛과 향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당도가 높은 사과를 더 많이 찾게 될 것 같지만 실제로 손이 많이 가는 사과의 순서를 결정짓는 것은 당도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죠. 내가 좋아하는 사과의 취향을 발견하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제가 판매하지 않더라고 저는 전국 각지의 다양한 품종의 과일들을 늘 맛보고 있습니다. 료까는 공씨아저씨가 판 적이 없는데? 하고 의아해하실지 모르겠는데요. 경북 봉화에서 온 료까입니다.
저희 회원님들 중에는 농민들도 일부 있고 농업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꽤 많으신데요. 저희 오랜 회원님이기도 하시고 예전부터 도시 농업을 꾸준히 하셨던 분인데 부모님이 봉화에서 사과 농사를 지으신다는 이야기를 예전부터 종종 들려주시곤 했었는데 봉화로 귀농을 하셔서 부모님을 이어 사과 농가를 짓게 되었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 SNS에서 본인이 농사지은 첫 사과 판매한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에 저도 한 박스 구매했습니다.
누군가에게나 처음은 있지요. 저 역시 그러했고요. 2011년 처음 과일장수 시작하고 귤을 팔기 시작했는데 나름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었는데 귤 한 박스 안 사주는 사람이 꽤 많더라고요. 그럼에도 그때 저의 처음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구매해주셨던 귤 한 박스가 10년이 넘게 제가 과일장수를 할 수 있게 해 준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래서 아는 분들 중에 주변에 귀농하셔서 농사 지으시는 분들이 있으면 첫 마중물이 되어드리고 싶은 마음에 꼭 구매를 하는 편입니다. 료까는 과육이 좀 부드러운 편이고 당도가 무척 높은 사과입니다. 예전에 단양사과 판매할 때 제가 잼용 사과로 한번 판매했던 적이 있었죠.
다음 주말에는 시나노 골드까지 합세한 사과 4종 세트를 맛보게 되겠네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