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15
나는 ‘공씨아저씨네’라는 온라인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과일 장수다. 이 땅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농산물의 외모지상주의를 깨뜨리기 위해, '크기'와 '모양' 중심이 아닌 과일 본연의 '맛'과 '향' 중심의 조금 다른 과일 유통을 시작한 지 11년 차에 접어든다. 먼 훗날 의미 있는 자료로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SNS를 통해서 일기처럼 썼던 과일과 농업 그리고 농산물 유통에 관한 이야기를 이곳에 아카이빙하기로 했다. 다소 거칠고 투박한 글이지만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생각했다. 과거의 이야기들은 이미 썼던 내용이기에 실제로 글을 썼던 날짜를 별도로 기록한다. (글의 발행일과 시간차가 발생할 수 있음)
제가 요즘 가장 재미있게 보는 예능 프로그램은 골 때리는 그녀들입니다. 뭉찬보다 골때녀가 재미있는 이유는 뭉찬의 축구가 생계를 위해 볼을 차는 자본주의 직장 축구처럼 느껴진다면 골때녀의 축구는 다소 서툴지만 살기 위해 뛰는 진심이 담긴 축구로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무엇인가에 진심이냐 아니냐. 사업을 함에 있어서 제가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는 과일에 진심입니다. 방송 출연은 다 고사하고 있지만 얼굴 공개되면 매출 떨어질 거 잘 알면서 출연하게 된 이유도 제작진들이 정말 진심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여름에 촬영한 건데 아직 방송 편성은 잡히지 않고 너튜브에만 올라왔네요. 사무실에서 3시간 정도 촬영하고 장수 농장까지 가서 사과 밭에서 3시간 정도 촬영했습니다. 제 얼굴과 제 목소리를 듣는 게 세상에서 제일 괴로운 일중에 하나인데 앞으로 텔레비전에는 정말 나오지 말아야 할까 봅니다. (미소 잘 짓는 학원 있으면 소개 좀 시켜주세요.)
이제 쓰레기 이야기도 좀 더 디테일하게 다뤄지고 있는 것 같아 즐겁습니다. 다른 후보들의 영상을 보며 쓰레기에 진심인 분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에 많은 울림도 받고 힘도 얻었습니다. 제 편 빼고는 다 재밌습니다.
이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꺼낸지도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과연 그동안 세상은 바뀌었을까요? 아직은 세상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저는 긍정적인 시그널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제 입으로 이런 이야기를 꺼내기는 그렇지만 따라 하는 곳들도 많이 늘었습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표현이긴 한데 못난이 농산물을 판매하는 곳도 많이 늘었고요. 이제는 종이 난좌를 사용하는 것으로 마케팅을 해서 최근에는 와XX에서 펀딩을 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친환경 포장재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세상에 친환경 포장재라는 것은 없죠. 올해 새로 시작한 영주 사과 농가에서는 스티로폼 캡은 사용하지 않지만 아직 여러 가지 여건상 종이 난좌는 사용하지 못하고 있고 여전히 바닥과 뚜껑을 덮을때 사용하는 플라스틱 소재의 그물망은 제 마음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예전에 인터뷰를 하면서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공씨아저씨네가 필드에서 큰 플레이어가 되어주시면 안 되겠냐고? 저는 작은 플레이어로서 제 방식으로 할 일이 있고 많은 큰 플레이어들이 이를 모방하여 대중화시키는 것이 훨씬 더 세상을 빨리 변화시키는 방법이 될 것 같다고 답변드렸습니다.
함께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이 워낙 쟁쟁해서 당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볼 생각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촬영 전에 후보들을 미리 알았으면 출마를 안 했을겁니다.
[기호 1번] 트래쉬 버스터즈 TRASH BUSTERS
[기호 2번] 공씨아저씨네 UNCLE GGONG
[기호 3번] 앙코르 프로젝트 ENCORE PROJECT
[기호 4번] 제리백 JERRY BAG
[기호 5번] 아로마티카 AROMAT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