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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씨아저씨 Feb 08. 2022

냉장고의 땅콩 한 알

2022. 1.23

며칠 전부터 땅콩 3알을 담은 지퍼백이 냉장고 맨 위칸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런 짓을 할 분은 둘째 아드님(이후 탐조인)밖에 안계시기에 범인을 따로 찾지는 않았습니다.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싶었지요.



그 이유를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새들 먹이 줄라고 싸놓았다고 합니다. 새들은 조용한 아침에 활동이 활발해서 매일 아침 7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나서 땅콩 3알을 들고 뒷동산으로 혼자 산책을 다녀왔던 것이었습니다. 그냥 쌀이나 곡식 주지 왜 저 비싼 유기농 땅콩을 가져가느냐는 엄마의 애교 섞인 구박에 지방질을 좋아하는 새들이 있어서라고 탐조인은 대답했습니다.


새를 좋아하는 탐조인 덕분에 저도 직박구리, 물까치, 박새 정도는 이제 쉽게 찾아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새 울음소리도 알게 되었고요. 직박구리가 우리 주변에 이렇게 흔한 새인지 처음 알았습니다. 산책을 할 때도 새들만 찾게 되더라고요. 새들은 정말 너무 귀엽고 특히 울음소리가 너무 아름답습니다.


직박구리


우리 탐조인이 요즘 가장 싫어하는 것은 아파트입니다. 인간의 욕심 때문에 새들의 서식지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서기 때문에 새들이 갈 곳을 잃기 때문입니다. 이러다 환경운동가 되시는 건 아닌지...


형이 친구들과 운동하러 갔다 오는 길에 단지 안에서 어치를 발견했다는 소식을 듣고 탐조인과 아빠가 어치를 찾아서 출동을 했습니다. 동네를 한참 돌고 뒷동산 정상까지 다녀왔지만 어치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탐조인의 어깨가 축 처져있습니다.


자연을 대하는 첫 번째 마음은 기다리는 것이라고 아빠는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리워하면 언젠간 만나게 된다는 아재 개그 두 스푼 넣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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