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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씨아저씨 Jan 29. 2022

산까치 어치를 만났습니다

2022.1.29

도감에 나오는 새들을 직접 본 것에 유명 연예인과 악수라도 한 것처럼 고함을 지르고 호들갑을 떠는 녀석이 저희 집에 한 명 있습니다. 옆에 있으면 녀석이 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고스란히 전달이 됩니다. 녀석은 새들이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며 연신 감탄을 합니다. 자기도 하늘을 날고 싶다고 합니다. 새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새소리를 흉내내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아이들로 인해 제 자신이 좀 더 성숙해지고 성장한다는 것을 느낄 때가 꽤 많습니다. 아이들이 저의 스승이 되는 거죠. 제가 요즘 많이 그렇습니다. 아동기를 완전히 벗어나 청년으로 성장하는 두 녀석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꽤 재밌습니다. 


둘째 녀석 덕분에 나무가 있고 숲이 있어서 새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감사하게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보고 싶은 것들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도시에서도 주변을 둘러보면 작은 산들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저 산을 밀고 아파트를 짓는 상상을 하지만 누군가는 저 산이 없어지면 저기 살고 있는 새들은 어디로 가게 될지를 걱정합니다. 


오늘은 새를 좋아하는 둘째 녀석과 함께 집 근처 숲으로 아침 일찍 새를 보러 나왔습니다. 새들이 사람들 없는 이른 아침을 좋아한다고 꼭 아침에 가야 한다고 해서요. 도감까지 챙겨 왔습니다. 30분 늦게 일어난 첫째도 뒤늦게 합류를 했습니다. 저도 졸린 눈을 비비고 오늘은 카메라도 챙겼습니다. 무리를 이루며 다니는 물까치가 제일 먼저 반겨줍니다. 새들이 워낙 빨라 사진 찍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그나마 둘째 녀석이 보고 싶었던 어치를 아주 가까이서 보았습니다. 사람을 피하지 않는다고 하더니 진짜 그렇습니다. 까치-물까치-어치(산까치) 까치 3종을 모두 보았다고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어치(산까치)


정상에 올라와서 주변을 둘러봅니다. 우뚝 솟은 아파트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고, 저쪽에는 산을 깎아서 만든 골프연습장도 보입니다. 새들이 날아가다 골프공이라도 맞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네요. 


제가 하는 일에 회의가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과일, 제철 과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만 현대의 농업 그리고 미래의 농업이라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 제철이란 것과 얼마나 모순되는지를 생각합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조금 부끄러워질 때도, 혼란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 복원센터에 들어가 보니 멸종 위기종 중에서 조류가 가장 많은 63종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뒷산에서 흔히 보는 새들을 언제까지 흔하게 볼 수 있을지 생각합니다. 오늘 산에서 만난 어치와 박새입니다. 


어치(좌) / 박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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