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19
얼마 전에 도서관에서 새 관련 책을 한 권 빌려온 탐조인. 잘 때도 꼭 끌어안고 잘 정도로 정말 좋아하더군요. 아빠가 사준 8만 원짜리 세밀화 도감은 뒷전으로..(마상) 이 책을 사주려고 검색을 해보니 아 글씨~~~ 절판이 된 책이었습니다. 앨러딘 중고 서점을 통해서 몇 권을 찾았는데 모두 다 재고가 없으면서 올려놓은 것이었었더랬습니다... 4번 구매했는데 모두 취소처리. 이런 대환장 파티!!!
탐조인 어머니께서 혹시나 오프라인 대형 서점에 있을까 싶어 검색했더니 종로 영풍문고에 한 권이 남아있었습니다. 말이 필요 있습니까? 당장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제가 탐조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이 책은 탐조인 용돈으로 사면 어떻겠냐고 말이죠. 용돈을 좀 더 값진 곳에 쓸 수 있고 책에 대한 애정과 애착도 더 강할 것 같아서요. 탐조인도 흔쾌히 오케이 했습니다. 한 권밖에 없는 책이라 책 상태가 안 좋으면 어쩌나 살짝 걱정도 있었는데 다행히 비닐에 씌워져 보관해 놓은 책이라 아주 깨끗했습니다.
예전부터 청계천에 꼭 한번 와보고 싶어 했던 탐조인. 다행히 서점 바로 앞이 청계천이라 산책 겸 내려갔습니다. 얼마 전에 성북천에서 왜가리를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하늘을 날듯이 기뻐하던 녀석. 청계천에서 만난 왜가리는 쿨하게 인사하면 가볍게 지나치더군요. 한번 봤다 이거죠... 나 원참. 왜가리 서운할까 싶어서 저라도 카메라에 한번 담아봤습니다.
그때 눈앞에 나타난 새 한 마리가 있었으니 바로 딱새였습니다. 탐조인께서 오늘은 딱새에 꽂히셨습니다. 딱새의 움직임을 따라 부지런히 움직이십니다. 사실 탐조인이 처음 새에 관심을 갖게 만든 녀석이 바로 딱새입니다. 작년 봄 뒷산에서 우연히 만나 예뻐서 사진을 찍어놓았다고 했는데 도감에서 찾아보니 그 새가 바로 딱새였습니다.
딱새는 누군가를 경계할 때 울타리나 나뭇가지에 앉아 머리와 꼬리를 들썩이면서 입으로 '딱, 따닥, 딱'하는 소리를 낸다. 귀신이 나온다고들 하는 대나무 숲에서 자주 보이는 데다 몸 색이 울긋불긋해서 무당새라 부르기도 한다. 무리를 짓지 않고 혼자 또는 암수가 함께 다닌다. 꼬리를 파르를 떠는 습성이 있고 사람이 다가가도 쉽게 달아나지 않는 편이다. 새끼를 치고 나면 마을이나 도시공원에서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내내 사는 텃새지만 봄가을에는 수가 더 늘어난다. (새도감.보리출판사)
많은 새들이 사람들을 경계해서 가까이서 보기 힘든데 도감의 설명처럼 딱새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 않은지 지근거리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제 눈에도 형태와 빛깔 그리고 무늬가 보일 정도였으니까요. 너무 귀엽습니다. 관심을 갖지 않으면 참새이거니 하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새입니다. 도심 속에서도 주변에 시선을 돌려보세요. 저도 요즘 새를 보는 큰 행복에 빠졌거든요.
자~그럼 오늘 청계천에서 만난 딱새를 관람하시겠습니다. 아이폰 줌으로 찍은 거라 화질이 그닥 좋지는 못합니다만 너그럽게 봐주세요. 덕질은 장비빨이라고 했던가요? 저도 곧 로켓 같은 망원렌즈를 사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저녁에는 탐조인 그리고 신입 탐조인과 함께 크브스 '환경 스페셜'을 보았습니다. '새들이 내게 말하기를' 그리고 '조류충돌 유리창 살해사건'을 보았습니다. 새들과 함께 평생을 살아가는 순영 씨의 이야기 그리고 도심의 대형 빌딩과 투명한 유리창 그리고 고속도로의 소음방지 벽의 유리로 인해 죽어가는 새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인간이란 그저 대자연이라는 곳에 잠시 전세살이라는 동물일 뿐인데 마치 자기 것인 양 자연을 훼손시키고 개발과 발전의 논리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죠. 오늘도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는 새들의 터전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습니다. 내가 사는 지금 이곳이 누군가의 터전을 빼앗아서 만들어진 곳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