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 6
평범한 탐조인께서 개학을 하신 관계로 이제는 주말에만 탐조를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 모르죠. 학교 갔다가 집에 오는 길에 매일 새보고 오는 것일지도. 켁.
미세 먼지 없는 일요일 아침입니다. 새들은 아침시간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매번 같은 코스로 산책을 가지만 아침 8시~10 사이에 가장 많이 관찰이 되더군요. 오늘은 8시 눈뜨자마자 우리 집 '평범한 탐조인'님과 뒷산으로 향했습니다. 요즘은 혼자 산책하면 재미가 없습니다. 옆에서 평범한 탐조인이 함께 해야 산책할 맛이 납니다.
어제 오후에 잠시 뒷산에 다녀왔는데 낮에는 새가 잘 없어서 조금 쓸쓸한 탐조만 하고 왔습니다. 그래도 어제는 곤줄박이를 아주 가까이서 봤습니다.
새덕후님 유튜브에서 보니 손에 땅콩 올려놓으니 곤줄박이가 와서 잘 먹고 가서 저도 한번 시도를 해보았는데 팔만 떨어지는 줄. 언젠간 꼭 성공할 거랍니다.
울진, 강원도 산불 소식에 마음이 우울한 주말입니다. 날이 건조해서 물먹을 곳이 잘 없어서 새들이 물을 찾아서 힘들게 다니는 것 같아서 물통을 한 군데 더 만들어 주고 왔습니다. 그리고 사람들 발길 잘 닿지 않는 곳에 먹이(무려 가평 유기농 잣)도 주고 왔습니다.
오늘 아침 산책은 어제 먹이 준 곳 시찰부터 시작했습니다. 먹이가 많이 줄어있진 않았습니다. 잣을 싫어하는 것인지 위치가 새들이 좋아하지 않는 곳인지 살짝 낙담하고 있던 차에 박새 한 마리가 날아와서 잣을 쪼아 먹는 광경을 몰래 숨어서 목격했습니다.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릅니다. (뿌듯 뿌듯)
요 근처가 새들이 좀 많은 지역입니다. 평범한 탐조인이 저에게 손짓을 합니다. 빨리 이리 와보라는 의미입니다. 새들을 보러 갈 때면 새들 놀랄까 봐 소리를 잘 내지 않기 때문에 저희끼리는 보통 수신호로 주고받거든요.
지난번 창경궁에서 처음 보았던 되새가 있었습니다. 도감에는 흔히 볼 수 있는 텃새라고 나와있었지만 저희 집 뒷산에서 목격한 건 처음이었습니다. 나뭇잎 속에 몸이 숨기기 때문에 보호색 때문에 찾기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오늘 아침은 운이 좋습니다. 꽤 가까이서 되새를 목격했으니까요. 주변에도 되새가 꽤 많습니다. 새들에게는 봄철이 짝짓기 철이라고 하더니 연애를 즐기는 되새 커플도 만났습니다.
겨울철새라 서서히 모습을 보이지 않던 노랑지빠귀도 만났습니다. 평범한 탐조인께서 무척이나 좋아라 하십니다.
평범한 탐조인과 함께 산책을 나가면 종종 혼이 납니다. 새들 놀란다고 움직이지 말라는 지시를 몇 번이나 받는지 모릅니다. 요즘은 까치들 짝짓기 계절이라 둥지를 짓는데 여념이 없는 시기랍니다. 녀석들 예민하기 때문에 까치둥지 근처에는 얼씬거리지 말라는 당부가 계셨습니다.
가까운 곳에서 따다다닥 소리가 들립니다. 온 세상에 울리는 맑고 고운 소리~~ 오예. 딱따구리입니다. 딱따구리 소리는 참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도 소리를 따라서 움직입니다. 지금까지 관측한 바로는 한 나무에서 그리 오랜 시간을 머물지 않아서 다른 곳으로 날아가버리기 전에 얼른 찾아야 합니다. 오색딱따구리입니다.
쌍안경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 탐조인은 쌍안경을 이용해서 촬영을 할 수 있는데 전 휴대폰 줌으로만 찍으려고 하니 화질에서 좀 차이가 나네요. 새 식별하기도 좀 어렵고... 제가 사준 건데 저한테는 보라는 소리도 잘 안 하고... (마상... 저도 곧 쌍안경을 살지도 모르겠습니다.)
먹이를 찾는지 여기저기 파면서 움직이더니 나무 끝까지 올라가선 다른 곳으로 날아가버립니다.
아래쪽으로 내려왔는데 잠시 후에 또다시 딱딱딱 소리가 납니다. 아~ 이것은 쇠딱따구리일 것이라는 느낌적인 느낌은~~~ 빙고!!!
쇠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는 조금 특별합니다. 아주 작고 나무와 겹쳐 있으면 보호색 때문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소리를 잘 들어야 합니다. 오색딱따구리와 쇠딱따구리를 하루에 함께 본 적은 처음입니다. 탐조인은 오늘도 보람찬 하루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가만히 새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불멍보다 새멍을 강추합니다.
아 그리고 금요일에 우리 평범한 탐조인을 위해 준비한 봄맞이 선물이 어제 도착했습니다. 그린블리스 유기농 면으로 만든 양말인데 무려 긴꼬리딱새!!!!!!!!!!!
점심을 먹은 평범한 탐조인께서 사과를 좀 잘게 썰어덜라고 하시더니 또 다시 탐조에 나섰습니다. 사과 좋아하는 직박구리 주려는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