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물이 가지고 있는 힘을 믿자
요즘은 6차 산업이니 뭐니 해서 나라에서 농민들에게 가공식품을 만들 것을 권장합니다. 50% 보조를 받아 덜컥 시설부터 만드는 경우가 허다하죠. 그 나머지 50%가 빚이라는 사실은 망각한 채 말이죠. 혹시 지역에 강의를 할 일이 있으면 농민분들께 가능하면 가공 식품에는 손대지 마시라고 이야기합니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경우를 본적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시장에 나와서 대기업 가공 식품과 경쟁을 해야 하는 운명에 처해지는데도 너무 쉽게 안일한 생각으로 상품을 만드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 '세아유'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기농의 줄임말로 16년째 유기농업을 실천해오고 있는 충남 홍성에 위치한 농장입니다. 현재는 유기농 토마토와 유기농 고추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세아유에서 내년에는 토마토 주스를 만들어보겠다고 이야기를 했을 때 사실 걱정이 앞섰습니다. 다행히 시설을 지으실 생각은 1도 없으셔서 일단 안도했습니다. 그리고 토마토 주스를 만들고자 하는 이유를 듣고는 저도 납득을 했습니다.
아마 토마토 주스가 담긴 최종 완성품을 만나려면 8월 초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처음 하는 일이라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앞으로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한고비는 넘겼습니다.
이 과정을 지켜보며 이 이야기는 비단 세아유만의 이야기가 아닌 대한민국 전체 농민들의 이야기겠구나 싶었습니다. 혹시라도 현재 가공식품을 만들고자 하는 농민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토마토 주스를 만들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생산자의 목소리를 통해 직접 전달하여 드리는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농업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는 일반 소비자분들께서도 한 번쯤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결국 최종 판단을 내리셔서 이 토마토 주스를 드실 분들은 소비자 여러분들이니까요.
이 인터뷰는 2020. 7. 7 늦은 저녁 공씨아저씨네 사무실에서 세아유 농장 김은애, 임영택 농부와 함께 자유로운 형식으로 나눈 대화를 기록한 글입니다. 최대한 생산자의 목소리를 그대로 반영하기 위해 가능한 편집 없이 구어체 그대로 옮기는데 집중을 했고, 사용하는 어휘들도 현장의 것들을 사용하였습니다.
꽤 오랜 시간에 걸쳐서 준비하여 여기까지 왔고, 그 전 과정을 지켜본 저로서는 사실 감회가 남다릅니다. 처음 토마토 주스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신 계기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김은애) 토마토를 생산하게 되면 생산 그래프가 이렇게 되거든요. 처음에는 너무 적고 가운데는 너무 많고... 평균이라는 게 없어요. 비단 토마토뿐만 아니라 시설 재배하는 과채류가 대부분 그런데요.
사람들이 잉여 농산물이라고 이야기하면 파치나 B품을 생각을 하는데 생산량이 정점에 올라갈 때 소비가 잘 안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그 시기에 한 번만 가공을 해도 판매처에도 부담이 안되고 저희도 원활하게 재배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한 번만 가공으로 뺐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을 했습니다.
시장에서 토마토가 생물로 100% 소비가 된다면 굳이 주스를 만드실 생각은 없으신 거죠?
(김은애) 그렇죠. 생물로만 다 소비할 수 있으면 주스를 만들 필요가 없죠. 저희도 생물로 판매하는 게 가장 좋아요.
(공씨아저씨) 수확량이 정점인 그 시기에 생물로 다 판매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인가요?
(임영택) 이렇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만약에 제 거래처가 3군데 있는데 3군데에서 모두 한 번에 100박스씩 요구한다고 하면 수확 초기에는 100박스씩 공급을 못합니다. 생산량이 안 나오거든요. 그래서 10박스 밖에 못주다가 중간 정도 가서 100개씩을 맞추죠. 그런데 그 시기가 되면 이미 토마토를 먹을 사람들은 다 먹었다는 거죠. 일주일에 100박스씩 판매를 해야 되는데 먹었던 사람들이 재구매를 한다 해도 재구매율이 70~80%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때쯤 되면 생산량이 정점을 찍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는 조금씩 뒤로 늦췄다가 수확을 하게 되는 거죠. 축적을 해두면 300짝 따던걸 400짝 500짝 밀려서 따게 되고 갈 곳이 없다 보니 판매처에 푸싱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100짝 들어가던걸 150짝씩 밀어낼 수밖에 없고요.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버틸 수 있는데, 문제는 100짝씩 팔던 매장에서 소비율이 떨어지다 보니 결국 생산자에게 공급가 인하를 요구하고 소비자에게도 할인 판매를 하는 방법을 택하게 되는 거죠. 이 물량이 판매처에서는 부담인 상황인 겁니다. 100개만 들어오면 되는데 오늘도 150개 들어가면 매장에서는 그 물량을 소화해 내기 위해 또 안간힘을 쓰게 됩니다. 그럼 서로 불편해지는 관계가 되죠.
마냥 웃을 수만은 없잖아요. 그럼 요 시기에 한 번만 가공으로 뺀다면 이런 부담이 확 줄어들게 되죠. 그럼 굳이 세일해서 물량 빼고 서로 불편해질 필요가 없게 돼요. 그래서 저는 그런 의미에서 가공을 생각하게 된 겁니다.
토마토 주스를 만들겠다고 결심하신 후 정식으로 가공 교육을 받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이야기를 좀 들려주세요.
(임영택) 김은애 님은 뭐든 정말 맛있게 만듭니다. 방울과 완숙을 섞어서 갈아줬는데 맛이 끝내줬어요. 아! 왜 기존의 토마토 주스는 토마토 원물 100%만 가지고 이 맛을 못 내지? 왜 거기에 설탕과 첨가물을 넣어서 나오는 걸까? 그래서 우리가 직접 가공을 해보자고 마음먹고 김은애 님이 교육을 받기로 결정을 했죠. 충남 기술원에서 6차 산업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 교육을 이수해야지만 6차 산업 가공지원사업도 준다고 해서(웃음) 바쁜 와중에 배웠습니다. 사실 지원사업을 받을 생각은 크게 없습니다.
(김은애) 저는 뭐든 궁금하면 직접 해보는 게 습관이 되어있어서 집에서 토마토를 가지고 즙으로 짜 보기도 하고 끓여도 보고 케첩도 만들어봤어요. 주스로 만들지 퓌레(purée)로 만들지 고민도 많이 했죠. 그래도 가장 많이 소비할 수 있는 게 주스인 것 같아서 주스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저희가 완숙 토마토와 방울토마토 모두 재배를 해서 착즙기로 짜 봤는데 방울토마토로만 짜면 섬유질이 많아서 조금 진하고(걸쭉하고) 완숙만 넣으면 너무 묽고... 그래서 둘을 섞어봤고 그 둘의 비율을 몇 대 몇으로 해야 가장 맛이 좋고 사람들이 먹기에 가장 좋은 점도가 나올지 저 나름대로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토마토 가장 많이 나올 때 딱 한 번만 가공을 들어가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은 실제로 가공 공장이 어떤 시스템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몰랐을 때 했던 막연한 생각이었습니다. 그 과정을 온전히 알고 나니 못하겠더라고요.(웃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마토가 너무 많이 나오니까... 토마토가 제일 맛있을 때 한 번만 짜면 좋겠다는 그 생각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이리저리 찾아다니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충남 기술원에서 받은 교육기간은 총 4개월 이수시간은 80시간 정도 되었던 것 같아요. 일주일에 1-2회 교육을 받으러 갔습니다. 실무위주의 교육으로 이루어졌고 가공, 건조, 발효, 착즙, 살균 등 가공 식품이 원물에서 완제품으로 나오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고, 어떤 기계들이 있고 왜 이렇게 해야 되는지 그리고 식품법 등을 총체적으로 교육을 받았어요. 교육 중에 강사님이 하신 말씀이 정말 많이 공감이 되더라고요.
강사님 말씀이 농민들이 직접 가공을 하면 자기 것이 최고 맛있는 줄 안다는 거예요. 그런데 최고 맛만 있어요. 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건데요. 어디서 팔아야 하는지, 가격을 책정하는 데 있어 직거래하는 가격만 책정을 하지 중간 유통을 고려하지 않고 가격 책정을 하다 보니 나중에 가서는 마이너스로 판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굉장히 공감을 많이 했습니다.
(임영택) 왜냐하면 농민들이 판매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흥에 취해서 가공품을 만드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자기 거는 맛있고 판로도 이렇게 하면 잘될 것 같은 막연한 생각을 하는데 실질적으로는 그게 아닌 거예요. 파우치 10만 장 깔고 자는 농민들도 있더라고요. 파우치 10만 장이면 천만 원이거든요. 천만 원을 순수 소득으로 벌어야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늘 생각했습니다. 농촌 체험 컨설팅을 다녔던 사람으로서 마을을 다녀보면 가공시설을 지은 마을 중에서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는 겁니다. 이유는 우리 이거 해서 만들면은 10개 팔아서 10만 원 벌 수 있었던 거 1,000개 팔면 1천만 원 벌 수 있다는 생각만 하거든요. 마찬가지죠.
어떻게 팔지에 대한 고민은 없는 거예요.
농민 중에는 전문적으로 경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보통 그 조직에서 가장 잘하는 사람이 수장이 되는데 막상 필드에 나오면 아무것도 아닌 생초짜일 뿐이거든요.
저 같은 경우는 작년 가을에 유기농 고춧가루 가공을 경험한 것이 가공품의 유통 과정을 배우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무엇인가를 만들 때는 판매할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배웠죠. 농민들도 유통업체의 정당한 유통마진에 대한 부분은 인정해줘야 합니다.
이번에 토마토 주스를 만들게 된 것도 물론 온라인에서는 공씨아저씨네에서 잘 팔아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웃음) 기존 공급하던 생협에서 기본 1,000 ~ 1,500박스 정도는 팔겠다는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시작할 수 있던 겁니다.
가공품을 처음 시도한 이유도 생산자인 농민의 입장에서 토마토 원물 가격을 지켜내기 위함이 큰 걸로 아는데 그럼 이제 오늘 대화의 핵심인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죠.
(임영택) 이번에 주스 준비를 하면서 많은 숙제를 안고 있는데요. 첫 번째가 말씀하신 대로 가격적인 부분입니다. 저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30:30:30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원물 가격 30%, 가공비 30%, 유통 마진 30%. 거기에 10%는 플러스알파(물류비 외 기타 비용). 이 정도 비율(30%)은 되어야 농산물이 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만나본 대부분의 가공업체에서 '원물 가격을 전체 판매가의 10%에 못 맞추면 못 팔아요'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원물 가격 못 낮추면 단가 안 나와요.' 딱 그 얘기부터 시작해요. '그거 가공용으로 재배하지 않았으면 단가 못 맞출 텐데요.' 어딜 가나 저에게 돌아오는 말은 이런 말들 뿐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렇다면 농산물 가공은 도대체 왜 하지?
원물 가격 비중이 10%~15% 되어가지고는 결국에 가서는 맛있고 농민의 철학이 담긴 농산물이 아니고 증산(增産)과 증수(增收)를 위한 농산물이 되더라고요. 그것을 과연 친환경이라고 할 수 있는가? 저희는 없다고 생각을 해요.
농산물 가공이 늘어나면 농산물이 많이 소비될 것이고 그렇게 됨으로 돈을 버는 것보다는 안정적인 농산물을 생산하는 기반이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것이 되더라도 농부한테는 돈이 돌아가지 않는 거예요. 가격이 1/3이에요. 이거는 농민 입장에서는 가공을 하나마나가 되는 겁니다. 그럼 이걸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죠.
가공용 토마토 시장은 모양만 토마토면 끝나더라고요. 맛은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토마토 향이 적으면 향신료 넣으면 되고 덜 달면 설탕 넣으면 되는 거고. 그러면 이 속에서 농산물 가공해서 농부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전체 가격 구성 비율에서 농산물이 차지하는 가격을 높여야 한다. 이러한 시도를 하지 않으면 가공은 농산물을 소비하는데 영원히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원물가를 높여야 하는데 원물가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가 머릿속에서 맴돌더라고요.
결국에는 판매 가격을 높여야 하는 거예요. 현재 저희 토마토를 판매하는 생협에서 무농약 토마토로 만든 다른 토마토 주스가 포당 1,200~1,300원 정도 가격대로 형성되어있더라고요. 그것보다 조금만 더 비싸지면 그보다 훨씬 더 좋은 사양의 유기농 토마토로 만든 주스를 조금 더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데 그 정도 금액이면 기꺼이 투자를 할 소비자가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 봤자 포당 150원 200원인데 말이죠.
일부 매장에서는 '그 가격이면 비싸서 사람들이 안 사요'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매장도 있었고, 그 정도 가격이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곳도 있었어요. 일단 된다는 가정하에 시작을 하게 되었죠.
가공품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농사를 짓는 분들도 있고, 잉여 농산물을 처리하기 위해 가공품을 만드는 분들도 있을 텐데 저는 이 지점이 중요한 출발점인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과수 농가에서 과일즙을 짜는 이유는 B급 혹은 원물로 판매하다 다 못 팔아서 남은 잉여 농산물을 처리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 현실이잖아요. 생물로 다 판매가 된다면 굳이 즙을 짤 필요가 없는 거고요. 그러다 보니 원물 가격이 바닥을 찍는 것이 당연한 구조가 되어있는 것 같은데요.
(임영택) 저는 정품(맛으로)이 되지 못한 아이들로 가공품을 만들다 보니 맛이 정상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계속 무엇인가를 첨가를 해야 되는 거죠. 맛을 맞추는 거예요. 가공업체는 그것을 기술이라고 이야기하죠. 네. 물론 그 기술에 대한 노하우는 인정을 합니다. 그런데 이 기술이 가미가 돼서 더 건강한 제품으로 나오면 좋겠는데 거기에 들어가는 것들은 결국 설탕이라든지 소금이라든지 자극적인 것들밖에 없다는 거죠.
그러나 농민 가공은 조금 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농민 가공이라 하면 자기가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가지고 농민이 직접 가공하는 형태라고 볼 수 있는데 저는 농민 스스로 가공을 하는 명분을 분명하게 찾아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가격 결정에 있어서 원물 가격이 보전이 되려면 유통 마진이나 가공비를 줄이던지 아니면 소비자 가격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상승한 포당 150원~200원의 가격이 유통 마진이나 가공비로 들어가지 않고 원물 가격으로 농부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투명성만 보장이 된다고 한다면 그 200원을 기꺼이 투자하는 소비자들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기본적으로 생협 소비자 조합원들은 그런 마음을 어느 정도는 바탕에 가지고 있는 분들이니까요. 공씨아저씨네 회원님들도 마찬가지고요.
현재 책정하신 토마토 원물 가격이 그러면 정상 가격으로 환산하면 몇 % 정도의 가격인가요?
(임영택) 가공비와 유통마진을 고려하니 저희가 희망하는 토마토 원물 가격의 75~80% 정도의 가격이 나오더라고요. 저희가 대량으로 대규모 공장에 작업을 맡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가공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결국 20~25% 할인된 가격으로 토마토를 공급하는 것에서 타협을 하였습니다. 추후에 생산량이 늘어나면 가공비를 낮출 수 있으니 일정 부분 보전이 될 수 있다는 이후의 상황까지 고려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유정란을 생각했어요. 유정란은 가격이 비싼데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선택을 하거든요. 공장형 축산이 활성화되면서 엄청나게 귀하디 귀한 달걀을 싸게 먹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축산 분야에서 계란이 인간에게 주는 도움보다 좋지 않은 부분이 생기기 시작했죠. '그럼 원래로 돌아가서 조금 생산해서 정상적인 계란을 만들 테니 드시겠어요? 그런데 가격이 좀 비사요. 2배가 넘을 거예요. 네. 저 사 먹을 용의 있습니다.' 그래서 유정란이 시장에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농민 가공에서 농부가 가진 가장 큰 무기는 농산물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 것 같아서 조금 부연 설명을 드리자면 농산물을 가공용으로만 생각하지 않으면 농부의 철학이 담긴 가장 맛있는 농산물을 가지고 있는 것은 농부밖에 없다는 거죠. 아무것도 넣지 않고 농산물을 가공했을 때 맛있을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 또한 농민이 가공한 형태밖에 없지 않으냐? 저는 거기에서 농민 가공의 의미를 찾고 싶습니다.
원물이 가공 업체로 넘어간 순간 기술이 접목이 되더라 하더라도 토마토 본연의 맛을 지키진 못합니다. 냉장고에 장기 보관한 토마토를 가공하면 맛이 없어져서 설탕을 넣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냉장보관을 하지 않고 가장 맛있을 때 딴 농산물을 바로 가공을 하면 뭔 짓을 하지 않더라도 다릅니다. 그건 확실합니다. 그러나 그 시기에 나오는 것만 가지고 가공을 해서는 수량이 너무 적어서 타산이 안 나오죠. 역설적으로 그 시기에 나온 것만을 가지고 짤 수 있는 힘을 가진 것 또한 농민에게 있습니다. 수확시기를 농민이 결정하면 되니까요.
농민 가공은 ‘내가 농산물을 가지고 있다’ 이걸 믿고 가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내 생각이 담긴,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농산물로 만들었을 때 나오는 결과물 또한 맛있고 건강하다는 믿음. 그러한 의미에서 농민 가공은 소규모 가공으로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가장 화가 나는 것은 농산물로 가공을 했을 때 농부가 돈을 벌지 못하는 형태의 현재의 구조입니다. 이런 것들은 좀 탈피해 보고 싶었습니다. 가공 기술은 가공 업체를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가공했을 때 다른 점은 난 아무것도 넣지 않았는데 맛있게 만들 수 있다는 것. 맛있고 건강하다는 자부심을 그대로 담을 수 있는 것. 이것을 소비자들한테 어떻게 어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싶었어요. 공 대표님이 알아서 잘해주실 거라 믿어요. (웃음. 그러나 마음에 부담백배 쌓이는 공씨아저씨)
현재 토마토즙을 가공을 맡은 데는 어떤 곳인가요? 굉장히 어렵게 공장을 섭외하셨다고 들었는데 그 이야기 좀 자세히 들려주세요.
(임영택) 제작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이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맛을 제대로 내줄 수 있는 가공 공장이 있느냐의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대한민국 많은 가공업체 만나서 상의도 하고 맛도 보고, 시판되어있는 온갖 토마토 주스 구매해서 먹어도 봤지만 김은애 님이 처음에 손수 만든 그 맛은 절대 낼 수 없다는 것을 깨우치는데 1년이 걸렸습니다.
(김은애) 처음에 집에서 착즙기로 내린 토마토 주스를 여러 생협 관계자들한테 맛을 보여줬는데, 이렇게 맛있는 토마토 주스가 있느냐는 반응이었고 이런 제품만 있으면 안 팔릴 리가 있냐는 반응이었습니다. 이걸로 가자! 이거 하자! 고 했죠. 가공을 거치면 절대 이 맛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았죠.(웃픔)
(공씨아저씨) 절대 나올 수 없다는 것이 결국은 가공할 때의 열처리 때문에 발생하는 상황인 거죠?
(김은애) 네. 맞아요. 모든 가공 식품은 '살균'이라는 후처리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살균의 종류가 고온 고속 살균, 끓이는 방법, 고압 진공 등 다양한데 원래 저희가 착즙기로 짰던 그 청량감을 살릴 수 있는 건 없더라고요. 고압 살균이 있긴 한데 몇십억 하는 기계라 대기업에서만 쓰는 기계니까 저희가 쓸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고압 살균을 하게 되면 그 맛에 가깝게 낼 수는 있는데 문제는 유통기한이 20일밖에 되지 않더라고요. P사 XX 리얼 시리즈가 그렇게 만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자료를 찾아보니 처음에는 전량 반품 회수하다시피 하면서도 지금의 라인업을 어렵게 지켜낸 것이더라고요. 압력으로 살균을 하기 때문에 열을 가하지 않아서 그 청량한 맛을 살려낼 수 있었던 거죠.
그다음에 차선책이 튜블러 살균(tubular pasteurization) 방식이었어요. 고온 고속 살균이라고 해서 토마토 주스가 파이프를 빠르게 지나가는 방식으로 열처리를 최소화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론적으로는 아무래도 끓이는 것보다는 청량감이 살아있죠. 그런데 튜블러 살균 방식의 가공공장도 잘 없더라고요. 워낙 기계 값이 비싸니까요.
우연히 지역에서 튜블러 살균 방식의 공장을 운영하시는 분을 직접 찾아가서 눈으로 보고 상담도 했는데요. 그분은 대추 방울토마토를 직접 생산하고 계시는데도 저희가 원하는 사양을 맞춰주질 못하시더라고요. 그분의 공장에서는 씨와 껍질을 다 갈아 넣으세요. 그래서 굉장히 진하고 걸쭉한 주스가 나오는데 저는 씨와 껍질을 걸러낸 청량감 있는 사양을 원하다 보니 맞출 수가 없더라고요. 씨와 껍질을 거르는 진동체도 본인이 가지고 있는 채를 바꿔가면서까지 몇십 만원씩 들여서 실험을 했는데도 결국 수율이 65% 정도밖에 안 나왔습니다. 수율이 이 정도면 안 하는 게 맞다고 하시더라고요.
수율(收率)
공업 원자재에 어떤 화학적 과정을 가하여 원하는 물질을 얻을 때, 실제로 얻어진 분량과 이론상으로 기대했던 분량을 백분율로 나타낸 비율. <표준국어대사전>
그 대표님은 정농회 회원이시라 생각이 열려있으신 분이고, 실험도 많이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공장에서는 저희가 원하는 방식으로는 수율이 65%밖에 안 나온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도 그 대표님 덕분에 거기서 제가 하고 싶은 것들 많이 해봐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저희가 원한 사양은
토마토 씨와 껍질을 제거하고
청량감이 살아있는 것이었어요.
섬유질도 살아있으면서요.
그게 안되면 토마토 주스를 만들 이유가 사실 없었어요. 시중에 여러 제품을 놓고 다 비교를 해보았습니다. 입자감과 섬유질 비교도 다 해봤는데 기존 제품 중에는 제가 원하는 타입의 상품은 없더라고요. 타 지역 기술센터에 전화해서 상담도 받아봤지만 OEM 방식에서 수율이 그 정도 나오면 안 하는 게 맞다는 똑같은 대답만 되돌아왔습니다.
포기해야 하는 게 맞는지 잠시 고민도 되었지만 이후 다른 곳을 찾아보기 시작했죠. 유기가공 인증에 해썹 인증을 받은 공장을 찾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기계를 오래 보다 보니까 딱 봐도 이제 대충 어떤 방식의 기계구나 하는 것이 보이더라고요.
직접 설비를 가지고 가공을 하시는 타 지역 다른 농가에 부탁드려도 봤고, 제품도 먹어봤는데 저한테는 맞지 않는 사양이었어요 그 와중에 찾은 곳이 지금의 가공 업체인데 여기가 2004년 정도에 시작한 업체인데 특이하게도 직접 유기농 토마토 농사를 지으시면서 어렵게 시작을 하셨더라고요.
이 공장에서는 기본적으로 끓이는 방식인데 토마토는 끓이는 순간 산미만 높아지고 당도가 없어집니다. 그걸 오랜 시간에 걸쳐 원물 그대로의 당도를 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고 기계 설비하는 분과 상의해서 직접 가열이 아닌 이중 솥 구조 가열 방식으로 청량감 있는 단맛을 내는 방법을 찾아내셨더라고요. 가열 방식으로 이 정도의 맛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사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품질이 훌륭했어요. 이 공장의 또 하나의 매력은 거름망을 특수 제작해서 쓰는데 수율이 85%가 나온다는 거예요.
현재 사장님의 아버님 때부터 운영하신 이 공장의 노하우에 대한 자료를 찾아봤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 연구하고 노력하셨더라고요. 직접 유기농 토마토를 재배하시면서 운영하시다 보니 유기 농업을 하는 농민의 입장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계셔서 저희 취지를 이야기했더니 흔쾌히 작업을 해보자고 하셨어요.
아울러 현재 제작되고 있는 스파우트 파우치가 분리배출이 안 되는 점도 인지하고 계셨고 이후에 플라스틱 빨대 없는 타입의 신형 파우치로 가겠다는 생각도 가지고 계시더라고요. 물론 지금은 학교 급식 공급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스파우트 파우치를 만들고 있지만요.
제가 더 많이 팔아서 걱정을 없애드려야겠군요.(웃음) 어쨌거나 처음 집에서 착즙기로 짠 주스의 맛을 만들겠다는 꿈은 접고 여러 공장 찾다가 현재의 공장을 찾으신 거잖아요. 지금으로서는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임영택) 네. 지금으로서는 여기가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원래 생각했던 맛에 그래도 가장 근접하게 시제품이 나왔어요. 그러나 이후에는 변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가공 기술이라는 것은 계속 발전을 하잖아요. 예전의 사과 주스 같은 경우는 끓인 맛이 굉장히 강했단 말이죠. 어쩔 땐 엿내가 나기도 했거든요. 살균 방법이 고속 살균으로 바뀌면서 맛에 대한 신선함이 계속 살아있게 만들잖아요.
(김은애) 근데 토마토 같은 경우는 열이 조금만 가해져도 케첩 맛이 나요. 그래서 토마토 주스가 힘들어요. 열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게 토마토예요. 섬유질이 많다 보니까 끓이면은 진짜... 집에서 착즙기로 짠걸 냄비에 끓이면 신맛밖에 안 나고 단맛이 하나도 안 나는 거예요. 열을 가하면 이상하게 맛이 안 나더라고요. 예전에 L사에서 토마토 아이스크림이 나왔었는데 폭망 했죠.
천연 글루탐산이 들어갔는데 맛이 밍밍해요. 설탕을 그렇게 많이 넣어도 맛이 없더라고요. 토마토는 퓌레 아니고서는 가공하기가 쉽지 않은 제품인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 토마토로 C 디저트 매장에서 소르베를 만들었다 그래서 정말 신기해서 한번 먹어보고 싶었어요. ^^
(김은애) 저희가 6월 21일에 시제품을 만들어서 생협 매장 관계자 분들과 주변 분들에게 시식을 시켜드렸는데 어떤 분은 조금 더 달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세요. 저희 시제품 주스가 지금 9브릭스 정도 나오는데 저는 사실 이것도 너무 달아서 이것보다 덜 달았으면 좋겠거든요.
사람들이 느끼는 단맛의 임계치라는 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어느 지점 이상의 당도에서는 그냥 달다고 밖에 안 느껴지는데 어느 적정선이 됐을 때 이 맛 저 맛이 다 느껴지는 조화로운 맛이 있거든요. 그런데 요즘 소비자들은 그걸 넘어서서 그냥 자극적인 탁! 오는 것만 좋아하시니까. '아! 매워', '아! 달아' 이런 것만 원하니까 사실 좀 힘들어요.
이게 제가 먹을게 아니니까 제 입맛에 맞출 수는 없죠. 실제로 학교 급식에 들어가는 후식용 친환경 가공품을 만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아이들이 먹게 하기 위해서 어쩔 수없이 조금은 달게 만든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사실 토마토 주스를 먹지 않았어요. 그 이유는 가열하면 생기는 케첩 맛 때문인데요. 처음 시제품 주셨을 때 그 맛이 조금은 낫어요. 물론 기존 제품보다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은 만큼이었지만요.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이제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를 했고요.
그런데 제가 제일 좋았던 점은 기존 토마토 주스는 대부분 너무 점성이 강해서 음료라기보다는 건강식품 같아서 마시기가 좀 부담스러웠는데 이번 시제품은 조금 묽어서 정말 주스 느낌으로 쭉쭉 넘어가서 저는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거든요.
(김은애) 젊은 분들이 특히 묽은 타입의 주스를 좋아하시더라고요. 특히 어린이집 애들이 저희 거 잘 먹는 걸 보고 자신감을 가졌죠. 저희는 지금 저희가 낼 수 있는 최선의 맛을 내고 있는 거잖아요. 아니면 유통기한 20일짜리 상품을 만드는 방법밖에 없으니까요. 작업하기로 한 가공공장 대표님도 오랜 노하우를 가지고 계셨기 때문에 자신 있다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이게 어제 딴 완숙 토마토예요. 저희가 재배하는 완숙 품종은 '하루노'라는 품종입니다. 도태랑 계열인데요. 이 품종은 지금까지 재배했던 토마토 중에 최고로 마음에 들어요. 토마토 주스 짜려고 일부러 안따고 있었는데 지금 생협에 완숙 토마토가 없나 봐요... 하도 달라해서 조금 따 가지고 갔는데 너무 맛있다는 거예요. 당연하죠 이렇게 익어서 갔는데 맛없을 수가 없죠.
제일 맛있을 때 수확해서 생으로 짜서 보관하는 게 제일 맛있는 토마토 주스가 나오죠. 저희 작업 맡기는 공장은 소규모 공장이라 하루 생산량이 원물 800kg에요. 컨테이너 박스 하나에 토마토 20kg가 들어가니 이거 40개만 있으면 한번 즙을 짤 수가 있는 거예요. 나무에서 다 익혔다가 하루만 작업해서 40 컨테이너만 수확해서 가면 되는 건데 이건 일도 아니죠.
저희한테는 이 공장 사이즈가 딱 맞아요. 일전에 알아본 공장은 하루 생산량이 하루 3톤이에요. 토마토 3톤 모으려면 일주일은 모아야 맞출 수 있는 양이었어요. 생물 판매를 끊고 1주일을 모은다는 건 쉽지 않거든요.
저희가 시제품을 만들 때도 사실 최악의 조건의 토마토로 만들어봤어요. 냉장고에서 열흘 정도 있다가 간 토마토였어요. 그 이유는 혹시라도 작업 일정이 늦어져서 냉장보관을 해야 할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만 했거든요. 냉장고에 오래 보관을 하게 되면 냉장고 냄새라 부르는 그런 것들이 주스에서 느껴지는지, 토마토 주스 맛은 얼마나 저하가 되는지 한번 테스트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사실 원물이 가지는 힘이
혹시 없어질까 봐 걱정했어요.
아무 토마토나 그 맛이 나면 솔직히 아무 이유 없고 재미없잖아요. 그냥 거기서 만든 아무 즙이나 가져다 파는 게 낫지... 그래도 원물이 가지는 힘이 분명히 있을 거라는 작은 희망을 가지고 시제품 테스트를 했는데 다행히 확실히 있더라고요. 다른 방울토마토 가지고 만든걸 샘플로 먹어봤는데 저희 것과 확실히 달랐어요. 그래서 좀 안심을 했죠. 솔직히 그거 아니면 이거 할 필요도 없고. 이번에 만약에 시제품이 제대로 안 나왔으면 접자고 했어요.(웃음) 안되는걸 굳이 할 이유는 없잖아요.
(임영택) 아니야. 나는 한번 더 내렸을 거야.(껄껄껄)
(김은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맛이면 수확해서 바로 짰을 때는 어느 정도 일까? 크게 차이는 없을 수도 있겠지만 예민하신 분은 분명히 느끼실 거예요. 토마토 주스 맛은 토마토 맛에 따라 다릅니다. 가공 업체 사장님의 말씀에 따르면 겨울에 판매하려고 얼려놓은 토마토로 주스를 짜는 것은 맛이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임영택) 올해는 어차피 1 차분하고 가을 토마토 작기가 어찌 될지는 모르겠지만 가을 토마토는 무조건 들어간다고 생각하고 움직이고 있거든요. 많은 양은 아니지만 가을 토마토는 욕심내지 않고 저단에서 수확을 딱 끝내려고 합니다. (김은애) 겨울에 딸기 안 심으니까 가난해서 심는 거잖아. 사실대로 말을 해...
토마토 주스를 만들어 보면요 방울토마토로만 하면 색이 노랗거나 주황색이 나옵니다. 빨간색이 안 나와요. 토마토 주스 색을 빨갛게 만들려면 고형분을 넣어야 빨개지거든요. 토마토 말린 거라 인체에 유해하진 않지만 토마토 주스 원래의 색이 빨간색이 아니라는 건 소비자분들도 알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요.
이 정도면 굉장히 빨간 편이에요. 근데 방울토마토로만 짰을 때는 이것보다 더 연해요. 완숙 때문에 이 정도 빨간색이 나오는 거예요. 완숙이던 방울이던 겉으로는 익었는데 속이 안 익으면 색이 안 나와요.
토마토 생과일주스 먹어보면 토마토가 빨갛지 않잖아요. 연분홍 핑크색에 가깝죠. 속살이 익지 않으면 그렇게 되는데 특히 방울이 색이 덜 진해요. 완전히 익은 방울토마토로 짜도 완숙이 더 빨갛고 방울이 덜 빨개요. 이 정도 색이 나오는 것도 완숙토마토 때문이고요. 그래서 완숙 토마토는 좋은 품종으로 재배를 잘해야겠더라고요. 그래야 토마토 색도 좋고 맛에서도 청량감이 살아 있을 수 있으니까요. 방울만 가지고는 텁텁한 맛이 나서 저희는 지금 '완숙토마토:방울토마토' 비율을 5:5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토마토 주스를 만들려고 하신 이유가 넘치는 그 기간의 잉여 토마토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시작을 하신 건데 이 생각은 향후에도 변함이 없으세요? 갑자기 토마토 주스가 너무 잘 팔리면 생물은 안 팔고 주스 가공회사로 전향하시는 건 아닌지? 토마토 주스 시제품을 먹어보니 전 조금 걱정이 되던데요(웃음)
(임영택) 저는 사실 그 유혹에서 100% 자유롭지 못할 것 같습니다.(대왕 웃음) 내가 만약에 가공용으로 재배를 한다고 했을 때 농사짓는 형태가 변할 것이냐?라고 묻는다면 저는 그거는 변하지 않을 자신은 있어요. 최고로 맛있을 때 수확을 해서 가공을 할 겁니다. 가공용으로 재배는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렇지만 익지도 않은 토마토를 가공으로 빼는 행위는 제 양심상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고요. 가공을 위한 농사를 짓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공씨아저씨) 원래 그러려고 토마토 주스를 생각하신 것도 아니잖아요.
(김은애) 이게 한 끗 차이인데 원래 생각보다 한 번 더 내리고 두 번 더 내리고 이런 건 있겠죠. 사실 지금 현재 일주일에 두 번씩 저희가 직접 서울과 경기 쪽 단위 생협에 토마토를 직접 배송을 하고 있는데, 나이도 점점 먹다 보니 운전하는 것도 힘에 부치고 농사일에 지장도 주다 보니 앞으로 생물로 판매하는 양은 좀 줄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있습니다. 가공이 주가 되진 않겠지만 생물 판매량이 조금 줄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토마토 주스를 준비하면서 제 스스로의 고민은 가공품을 판매하지 않는 저의 원칙이었어요. 거기에는 농가에게 가공품을 만들 필요 없도록 생물로 다 판매를 하자는 저의 의지도 담겨있기도 했고요. 가끔 보면 돈을 벌기 위해 가공을 하는 농민들이 있잖아요. 그걸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런 가공품이면 굳이 제가 손을 대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세아유 토마토 주스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건 1차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것까지는 내가 소화하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걸 꼭 판매해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납득시키는 게 저에게는 큰 숙제였어요.
(임영택) 사실 이번에 준비하면서 운도 좋았던 거 같아요. 스파우트 파우치 제작 공정을 살펴보니 파우치를 인쇄한 다음에 빨대를 꼽아야 되는데 이게 다 수작업으로 진행이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파우치 제작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거예요. 가공 공장에서 소개해준 파우치 제작 업체에 문의를 했더니 3주에서 한 달까지 이야기했었는데 나중에 조금 더 걸릴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급하게 다른 업체를 찾아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토마토 수확을 끝내기 전에 냉장고에 넣지 않고 바로 즙을 짜는 일정을 맞춰야 되는데 파우치 제작 공정이 너무 오래 걸리면 어쩔 수 없이 토마토를 냉장고에 넣을 수밖에 없거든요.
저희 지역에 유기농 목장을 하시면서 직접 가공장을 하시는 분이 계신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분께 파우치 어디서 맞추는지 여쭤봤더니 아시는 분이라고 소개를 해주시더라고요. 소개받은 파우치 공장 사장님은 그동안 몰랐던 파우치 제작공정까지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셨고, 저희 쪽 편의를 최대한 고려해서 작업해주기로 하셨어요. 저희 작업 일정에 맞춰서 해주신다고 하셔서 정말 구세주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지금은 파우치 인쇄를 넘겨서 인쇄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이번에 작업을 진행하면서 그동안 잘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저는 무엇인가를 새롭게 만드는 걸 좋아하는 인간형인데 사실상 혼자 있을 땐 아무것도 못해요. 두렵기도 하고 막막한데 분야별로 나눠진 파트의 전문가들이 모이면 서로가 잘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공 대표님도 기획과 매니저 역할을 해주고 계시고, 디자이너 분도 처음 저희 딸기 스티커 제작할 때부터 함께 작업해오셨는데 언제나 본인 일처럼 작업해 주세요. 판매처에 계시는 매장 직원분들도 물건이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고 완제품도 없는데 시제품 하나 딱 먹어보고 제가 다 팔아드릴게요라고 말씀하시니 하나의 커다란 팀이 만들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 이제 들어가도 될 거 같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러면서 계속 돼가는 거고요.
물론 부담스럽죠. 주스 제작하는 데 들어가는 초기 비용이 1~2백 들어가는 수준이 아니고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어땠든 줄여야 되고 회전을 빨리시켜 회수를 해야 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하지는 않아요. 이게 만약에 안 팔리고 망해도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재밌게 일을 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예전에 저 혼자 허튼짓 얼마나 했는데요...ㅎㅎ
끝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
(김은애) 가공 교육받을 때 가장 중요하게 들은 이야기가 '안전'이었어요. 가공품은 맛, 영양 다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다. 안전하게 만들지 않으면 다 필요 없다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습니다. 사실 가장 중요한 문제가 맞죠.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가공 과정에서 저희가 원하는 맛을 내기 위해서는 가열하는 과정을 최소화시키는 게 맞습니다만 안전을 위해 완제품 파우치를 가열한 물속에 담가 살균처리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마지막에 가서는 '위생'과 '안전'이 가공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죠.
특히 학교 급식까지 생각하고 있어서 혹시라도 아이들이 먹고 탈이 나는 일을 없게 하기 위해 필히 HACCP 인증을 받은 가공 시절을 찾았고 실제로 즙을 짤 때도 제가 직접 현장에 가서 전 과정을 지켜볼 생각입니다.
올해 공씨아저씨네 토마토 정기배송 회원분들께 토마토 주스 나오면 몇 포씩 넣어드리고 싶었는데 정기배송이 끝나기 전에 완제품이 나올 수 없는 일정이라 너무 아쉽습니다. 2018년에 정기배송 마지막 배송 때 저희가 키운 감자를 넣어드린 적이 있는데 감사 문자를 정말 많이 받았어요. 아직도 그 감동이 너무 커서 잊히지가 않거든요.
원물 가격을 지키고 싶다는 농민의 작은 소망으로 시작한 세아유 토마토 주스는 이렇게 탄생할 예정입니다. 농민과 유통인과 소비자는 하나의 유기체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공동운명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습니다.
과일장사를 시작한 지 올해가 벌써 10년 차에 접어듭니다. 농민은 농사지은 농산물에 대한 정당한 가격을 받고 싶고, 농산물 가격은 농민 스스로 결정하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을 뿐입니다.
이번 세아유 토마토 주스가 농민 가공의 안정적인 구조를 만드는데 작은 시작이 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