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16
나와 같은 세대 혹은 조금 윗세대까지는 졸업식과 입학식 점심은 중국집이었다. 탕수육을 먹을 수 있는 일 년에 몇 안 되는 날이기도 했다. 아직까지도 나에게 중국집에서의 최고의 조합은 탕수육과 짜장면을 같이 먹는 것이다.
후배들과 같이 중국집에 가도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플렉스는 식사에 탕수육을 하나 더 시켜주는 것이다.
주로 혼자 점심을 먹는 나는 요즘도 중국집에 가면 먹는 메뉴는 짜장면, 짬뽕, 볶음밥 그리고 아주 가끔 간짜장 정도다.
오늘 점심도 중국집에 갔다.
평상시 같으면 고민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메뉴들에 눈이 갔다. 면은 안 당겨도 볶음밥 말고 다른 밥은 뭐가 있나 살펴보다 강렬하게 사로잡은 두 글자 '삼선'
삼선볶음밥을 시켰다.
왠지 삼선이 들어간 음식은 부자들이나 먹는 것이라는 아주 고리타분한 생각이 아직까지 나를 지배하고 있는 것을 보면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느낀다.
오늘은 삼선볶음밥을 먹으며 부자 놀이를 해본다.
평양냉면 정도는 점심으로 사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돈은 벌지만 오늘은 왠지 부자 놀이 제대로 한 기분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에 중국집에서 밥을 사야 될 일이 있다면 탕수육 말고 깐풍기에 한번 도전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