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28
제가 과일장수 일을 시작하고(제 본업이 과일장수랍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 중 하나가 품종의 다양성입니다. 당시에는 소비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었지만 귀찮음을 무릅쓰고 과일을 품종별로 판매하기 시작했죠. 과일뿐 아니라 이 땅에서 자라는 농작물의 종의 다양성에 대한 관심은 무척 중요합니다. 멸종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더라고요.
채집이 아닌 경작의 개념에서 시작한 지금의 농업(agriculture)은 현대화되었고 기계화되었으며 지극히 자본 중심적으로 움직입니다. 다품종 소량생산에서 소품종 대량 생산으로 바뀌었고, 흔히 돈 되는 품종들과 키우기 쉬운 품종들만 살아남아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러한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것입니다.
도시화가 되기 전 우리 주변에 흔했던 수많은 풀들. 식용으로도 쓸 수 있는 수많은 풀들이 지금은 그냥 잡초라는 이름으로 치부되어 없애야 할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죠. 생물다양성(biodiversity)에 대한 이야기가 기후위기를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요즘 과일과 관계없는 환경이나 새 이야기를 종종 드리는데요. 재미없어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 가장 큰 관심분야이기도 하고 저희 가게가 지향하는 정체성을 뚜렷하게 하기 위해서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지난 9월 17일에 저는 <2022 바이오블리츠 서울> 서울 생물 다양성 탐사에 저희 집 탐조인과 함께 참가하고 왔습니다. 단순한 체험이 아닌 현재 서울에 얼마나 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는지를 조사해서 기록하는 아주 중요한 행사입니다.
30년 전 생물 시간에 배웠던 먹이 사슬과 생태계의 순환을 피부로 체험하면서 살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많은 사람들이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서울에 함께 살고 있는 새를 비롯하여 식물, 곤충, 포유류, 어류 등 다양한 생물에 좀 더 관심을 가져보고 싶은 마음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생태계는 다 연결되어있으니까요.
다양성은 곧 지속 가능성입니다.
제가 요즘 거의 매일 보고 있는 유튜브 채널이 있는데요.
코넬대학교 조류학 연구소(Cornell Lab of Ornithology)에서 운영하는 채널입니다. 정말 좋은 자료들이 많은데 오늘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사실 이 다큐멘터리를 꼭 소개해드리고 싶어서입니다.
1981년 3명의 젊은 모험가가 야생동물 프로젝트를 위해 필리핀의 정글로 가서 필리핀 독수리(Philippine Eagle)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촬영합니다. 그리고 36년이 지나서 다시 그곳을 찾아갑니다. 당시 이 젊은이들은 아마도 20년 내에 필리핀 독수리는 멸종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과연 그들은 필리핀 독수리를 다시 만날 수 있었을까요?
참고로 IUCN(세계 자연보전 연맹)에서는 필리핀 독수리를 멸종위기 등급 위기(EN : Endangered)로 지정하였습니다.
지금까지 보았던 그 어떤 다큐멘터리 보다도 훌륭하고 위대합니다. 근래 보았던 그 어떤 영화보다도 더 감동적입니다. 상도 엄청 많이 받았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저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제가 아는 전 세계 모든 분들이 꼭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은 비단 필리핀 독수리만의 문제가 아니고 기후위기 시대의 전 세계가 겪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다큐멘터리의 후반부에 필리핀 독수리 재단의 연구원이 남긴 말이 정말 큰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Phillippine eagle conservation work is not just about biology. It's not about ecology. It's not just about research. It's basically working with the diversity of human tendencies, of human behavi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