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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씨아저씨 Dec 16. 2022

꺾일 수밖에 없는 마음

2022.12.16

[꺾일 수밖에 없는 마음]


1박 2일처럼 짧게 느껴진 3박 4일간의 출장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오늘 아침까지 바쁜 일정으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바쁘게 보냈습니다. 이번 출장기간 중에 레드향 재배농가 2곳(유기), 천혜향 농가 2곳(유기 1, 무농약 1), 감귤 농가 1곳(유기) 총 5개의 농장을 둘러보고 왔습니다. 지역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하루에 3 농가 방문하는 것은 도저히 일정이 나오지를 않더군요.


유기농 1세대 농업인부터 시작해서 후계농이 되어 이제 2년 차 농사를 시작하는 청년 농업인까지 다양한 분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어찌 보면 현재 대세가 되어있는 온라인 농산물 판매 시장에서 저희는 1 세대 쪽에 속합니다. 본질은 사라지고 현란한 글과 미사여구로 소비자를 현혹하여 과일을 판매하는 것이 일반화되어있는 이 바닥의 현실을 보며 갈수록 말을 아끼게 됩니다. 



'유기농'이라는 세 글자가 액세서리처럼 자리매김되어있고 지금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더 이상 매력적인 액세서리로서의 기능조차도 못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농가에 가도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하십니다. 저는 반대로 말씀드립니다. 스토리는 이미 가지고 계신 것을 저는 그대로 전달만 해드리는 것이지 어떤 기획을 갖고 프레임을 만들어서 포장하는 것은 저는 가급적 지양하고 싶다고 말이죠.



그래서 농가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상품페이지를 만들 때도 가능하면 농가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번에 출장을 다니면서 농가와 나눈 이야기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이 내용을 그대로 전해드렸다가는 이건 뭐 완전히 재난영화 시즌1에서 시즌5까지 나올 것 같은 내용뿐이네요. 상품페이지를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입니다. 


요즘 '꺾이지 않는 마음' 이야기를 많이 하죠? 제가 그 동안 친환경 농업을 이어가는 농가를 만나면서 느낀 감정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꺾일 수밖에 없는 마음'인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 마지막으로 만난 유기농 농가의 생산자분께서 남기신 말씀이 지금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그게 참 그런 거죠. 시험 기간이 다가왔는데 열심히 시험공부하면 내가 좋은 직장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는 게 아니고 100점 맞아도 취업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없으니 이걸 계속해야 되냐 말아야 되나 하는 지점까지 온 게 현재의 상황입니다. 유기농으로 농사만 지어서는 도저히 먹고살 수 없어서 펜션도 하고 카페도 하고 있습니다. 저도 솔직히 농사만 지어서 먹고 살고 싶죠."

 


저의 일은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객관식 답안지에 보기가 5개가 있습니다. 어떤 농가를 선택할지는 제가 결정해야 할 몫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정답일지 아닐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죠? 그럼에도 해보지도 않고 접는 것보다는 일단 한번 시작해보자는 방향성을 가지고 답안 체크를 하려고 합니다. 


서울은(다른 지역도) 어제 눈이 많이 왔다죠? 제주는 내일부터 주말 동안 많은 눈이 온다고 합니다. 눈을 쏙 피해서 제주에 다녀왔습니다. 서울에 도착하니 공기는 차갑지만 날씨는 바람 때문에 제주가 더 춥게 느껴졌던 며칠이었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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