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노을 Sep 30. 2020

가을 저녁(秋夕)


가을 저녁(秋夕)


수줍은 햇님
한바탕 발그레 붉히고 나면 

늠름한 가을 달 빛
연한 구름 옷 입고
노오란 불 밝혀준다.


선선한 밤공기
한 움큼 들이마시면 

마음속 실타래
봄 만난 눈처럼

 사르르 녹아져 간다.


달 빛 속에

숨바꼭질하던 그림자는

밤이 깊어 가는 줄 모르고 

나무 뒤에 숨었다,
바위 밑에 기대어 잠든다.


담장을 넘는
웃음소리는 그칠 줄을 모르고 

여름내 연습했던
귀뚜라미 가을 노래에
너나 할 것 없이 흥겹지만


올 수 없는 아들자식 마음에 담아
마을 밖 어귀를 서성이는 

애닳던 할머니 마음은 

뾰족한 산 봉우리만큼 깊게 저려온다.


누구에게나 아름다웠던 가을 저녁(秋夕)이 

유독 그에게는 추석(醜夕)이 되어 그리움에 사무친다.


*秋夕-추석,명절 *醜夕-추할 추. 저녁 석



작가의 이전글 필생즉사 필사즉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