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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노을 Sep 24. 2020

필생즉사 필사즉생


살았는가 묻는다면 

죽었다고 답하리다.


죽었다고 묻는다면 

살았다고 말하리라.


살고 죽음이
누구의 것이던가
깊은 밤
나는 왜 이리
삶과 죽음 사이를 오가는가.


살아야 한다면 버려야 하고,

죽어야 한다면 취해야 하는 

끝이 없는 출발선에 서서


섣달그믐
차가운 밤공기가 애리는 

코 끝을 훔쳐본다.


그대여,


진달래 꽃 피는
봄기운에
죽은 나를 살려다오.


밤새 울어대는
여름 매미의
울음소리에
비틀대는 나를 묻어다오.


잠자리 앉아 붉어진 가을이 오면
나를 다시 일으켜다오.


그렇게 하얀 눈
소복이 온 땅을 덮을 때면 

나 다시 잠잠히 묻히리라.


그때, 나

살았는가 묻는다면 

침묵으로 답하리라.


죽었는가 묻는다면 

흐르는 눈물이 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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