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았는가 묻는다면
죽었다고 답하리다.
죽었다고 묻는다면
살았다고 말하리라.
살고 죽음이
누구의 것이던가
깊은 밤
나는 왜 이리
삶과 죽음 사이를 오가는가.
살아야 한다면 버려야 하고,
죽어야 한다면 취해야 하는
끝이 없는 출발선에 서서
섣달그믐
차가운 밤공기가 애리는
코 끝을 훔쳐본다.
그대여,
진달래 꽃 피는
봄기운에
죽은 나를 살려다오.
밤새 울어대는
여름 매미의
울음소리에
비틀대는 나를 묻어다오.
잠자리 앉아 붉어진 가을이 오면
나를 다시 일으켜다오.
그렇게 하얀 눈
소복이 온 땅을 덮을 때면
나 다시 잠잠히 묻히리라.
그때, 나
살았는가 묻는다면
침묵으로 답하리라.
죽었는가 묻는다면
흐르는 눈물이 답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