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번의 하루
2024.10.25. 금요일 | 걷기의 미학
돌이켜보니 마지막은 2017년 즈음인 것 같다.
부산에서 찍었던 장편 영화에 참여한 뒤로 오래도록 집을 떠난 일이 없다.
그간 세월을 먹어버린 것은 어쩔 수 없다만….
그래서일까?
광주로 온 지 며칠이 지났음에도 몸 상태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충전을 해도 금세 저전력 모드로 전환되고 마는 배터리마냥, 자고 쉬어도 피곤이 가시질 않는다.
늙지 않았다는 착각은 집에서 항상 고속 충전을 해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 삼아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걸어다니기로 했다.
이렇게 걸어다니다 보면 재밌어 보이는 공간들이 눈에 보이기 마련이다.
대중교통만 이용했다면 놓쳤을 작은 행운이다.
어쩌면 걷기의 미학이란, 건강보다도
길 위에서 스치는 우연을 음미하는 데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로 내 나름의 걷기 미학을 실천하고자,
'한 번은 가야지.' 하고 마음에 두었던 몇 군데를 소개한다.
놀랍게도 이곳의 이름은 <책과 차로 맑아지는 공간>이 아닌 <별밭>이다.
로봇 탁구 2천 원! 24시 무인! 오픈 주간에 가보고, 좋으면 매주 갈 용의가 있다.
금남로4가역에 있는 빵 가게 간판. 사실은 검색해도 나오질 않아 실존에 대한 의문이 있다.
스스로 체력의 한계를 가늠할 지표가 없었던 걸까 싶어 시무룩해지기도 하지만,
드디어 나도 내돈내산 비타민을 챙길 때라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오늘은 하루 종일 쉬었으니 내일은 광주극장에 갈 것.
이렇게 적어 두었으니, 내일의 나는 게으름 피우지 않고 꼭 갈 수 있겠지?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