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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번의 하루

2024.10.27. 일요일 | 창피하지 않은 나의 광주극장

by 대장

어제 광주극장에 가겠노라 이곳에 적은 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

예보와 달리 하늘은 우울했고, 평소와 같이 나는 게을렀으니 말이다.

혼자 속으로 생각했다면 쉽게 없던 일이 되었을 것이다.


떨어지는 빗방울에 머뭇거리던 마음이 더 무거워지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극장에 가서 영화 보기> 같은 단순한 일이라도, 입 밖에 낸 말을 지키지 못하면 왠지 내내 창피한 기분이 든다. 되도록이면 사는 동안 별로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이다.



광주극장에 도착했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두 번째로 오래된 극장이자 유일한 단관극장.



영화표는 한 장에 만 원인데, 관람권을 묶어 구매하면 할인이 된다.

나는 4만 원으로 관람권 5장을 구매하고, 그중 한 장은 영화표로 교환했다.


마침 개관 89주년 기념 영화제를 하고 있었으므로, 덕분에 1927년작 파우스트를 관람할 수 있었다.


차례대로, 1층 시야 / 2층 시야 / 내가 앉은 2층의 2인석


그래, 어째 비슷하다 싶더니 노스페라투를 만든 F.W 무르나우 감독의 작품이었다.


고전을 재밌게 보기란 쉽지 않다.

'그 시절에 어떻게 이런 작품을 만들어냈을까?'라는 생각으로 보는 게 고전의 묘미지 않나 싶다.


노스페라투보다 0.5점을 더 줬다.

파우스트의 욕망이 나와 맞닿아 있음에 뜨끔하기도 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이 참 좋았다.


광주극장의 굿즈를 구매할 수 있다.


세월이 느껴지는 디자인 그대로


상영표를 보니,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라는 감독의 작품이 꽤 들어와 있었다.

처음 보는 감독인데다 왓챠피디아 예상 별점도 뜨지 않았지만, 전부 흥미로워 보였다.

세 편을 내리 볼까 하다가, 우선 한 편만 보기로 했다.

주변 좀 둘러본 뒤에 마지막 상영 시간에 맞춰 돌아오는 걸로.


(중략 - 시간이 나면 37번의 하루를 한 개 더 작성하기로 한다.)


옛날 손글씨들은 참 예쁘다.
차례대로, 왠지 마음에 드는 로비의 그림 / 시행됐으면 하는 차주프로 / 단 하나의 단점 재래식 화장실


다시 광주극장에 돌아와 1976년작 중국식 룰렛을 관람했다.

예상했던 대로 재밌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섬세하게 의도된 미장센이 퍽 인상적이었다.

어쩐지 파스빈더 감독이 나랑 조금은 비슷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작품을 하나 더 봐야 할 것 같다.


~ 오늘의 수확 ~

1. 파스빈더 감독

2. 여기저기 찍은 광주극장의 일면

3. 권윤지 작가의 미니어처 작품 (추후 중략된 내용에 작성)


그리고….

오늘 난 창피하지 않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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