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의 시대

by 마산코끼리


누군가의 업무에 대한 가치관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는 것이 쉽지도 않고 정확하지도 않아서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안타까운 사실은 그 사람이 일하는 방식을 보고 판단한 그의 가치관이 실제의 그것과 일치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생각해보건대, 그 이유는 아마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그 사람이 일을 대하는 태도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데 있을 것이다. 일이란 것을 처리해야 할 짐으로 대하는 사람이라면 중요한 일이라고 해서 그 일에 더욱 집중하는 경우는 드물다. 중요한 일이란 단지 더욱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써야 할 가능성이 있는 일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그는 그 업무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보다는 왜 하필 이런 때에 자신에게 이런 업무가 할당되었는지가 궁금할 뿐이다. 그는 "다른 놈은 몰라도 저 놈은 그렇다."라고 생각하며 테스트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그럴 줄 알았다!


문제가 또다시 발생하자마자 미쳐버리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숨에 섞여 나온 한 문장의 불평은 상대방을 향한 깊은 불신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개발업무에서, 긴 시간의 개발 일정 동안 해결하지 못한 일을 단 며칠 만에 머리를 쥐어짜서 만든 설계변경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진행된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그렇게 진행된 설계변경에 대한 테스트가 기본적인 문제 해결은커녕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결과를 불러온다는 것 또한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그도 잘 알지만 터져나오는 한숨과 그 저변에 깔린 분노의 외마디는 참을 수 없었나 보다.



불신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믿을 만한 놈이 하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나는 과연 믿을만한 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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