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처음 교토에 갔을 때는 타이밍이 잘 맞아서 좋은 풍경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었다. 단풍과 어우러진 사찰들을 찍을 수 있었고, 길에서 만난 고양이, 맑은 하늘 아래에서 대나무 숲을 찍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행 일정 내내 제대로 먹지 못했다. 일본의 식당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우리는 식당이 평일에 쉰다거나 break time이 사이사이에 있다는 것을 몰라서 당황하는 법이 많았다. 추천받은 식당은 한 군데도 가지 못했다. 우리가 먹은 것이라곤 고작 100엔짜리 초밥과 간장 맛이 가득한 짭짤한 우동이 전부였다.
이탈리아를 떠올리면 커피와 피자와 파스타가, 그리고 그 맛이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처럼 나에게 있어 교토는 맛있는 우동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사실 맛있는 고기 요리나 돈가츠, 장어덮밥 등 먹은 것들이 많지만 그런 것들은 사실 여기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하는 집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우동은 아직 그 정도의 맛을 내는 집을 가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우동을 먹기 위해 교토를 다시 방문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냥 다시 가 보고 싶을 만큼 교토가 좋았을 뿐이다. 그래도 우동이 앞에 차려졌으니 사진을 찍어 주는 것이 또 한국인의 예의가 아니던가? 저 사진은 참 잘 남겼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을 볼 때마다 냉우동의 쫄깃함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지니 말이다.
두 번째 교토 방문에서는 처음에 갔을 때의 짧은 일정으로 미처 다 보지 못했던 교토의 모습들을 사진기에 더 담고 싶은 마음이 컸다. 특히 후지미 이나리 타이샤를 방문했을 때는 이런저런 사진을 찍느라 땀이 나는 줄도 모르고 산을 올랐던 기억이 난다. 사실 첫 방문 때는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었다.
후지미 이나리 타이샤에는 꽤 많은 사람이 아침 일찍부터 그곳을 방문하기에 프레임 속에 사람이 없는 사진을 찍으려면 구도를 잡고 한참을 기다려야 했던 기억이 있다. 프레임 속에서 사람들이 사라진 잠깐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몇 컷의 사진을 연속으로 찍었었다. 그렇게 건진 한 장의 사진은 또 이렇게 추억이 된다. 그때의 온도와 분위기를 그대로 전해주는 듯하다.
필자는 한 번 방문한 곳을 두 번, 세 번씩 다시 방문하는 여행을 해왔다. 그곳을 다시 찾게 되는 이유와 처음 그곳을 여행지로 정한 이유가 다를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사진에 영향을 많이 받았던 기억이 있다. 잘 찍은 한 장의 사진이 나를 그곳으로 향하게 했다면, 추억이 담긴 사진 한 장은 나를 다시 그곳으로 가게 만들기도 한다. 사진을 뒤적이다가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이다.
덧, 필자의 이전 글(https://brunch.co.kr/@under69taker/10)에서 등장했던 고양이들은 1년 만에 새끼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여전히 그 자리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좀 만화 같기도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