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씻기고도 남는 것들
어제는
쏟아지는 비 속을 걸었다.
종아리까지 차오른 물살에
우산은 소용이 없었고,
나는 그저
어떻게든 비를 피할 곳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 순간,
어제까지 붙들고 있던 고민들은
모래처럼 흘러내렸다.
살다 보면 우리는
수많은 흔적을 남긴다.
때로는 빗방울처럼
금세 사라지기도 하고,
때로는 차갑게 스며들어
오래도록 남기도 한다.
밥을 먹고,
하루를 버티고,
웃고,
사랑하는 일상조차
결국은
‘나라는 사람’의
흔적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언젠가
모두 죽음이라는
끝에 닿을 걸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척하며
흔적을 남긴다.
그 무게가
때로는 벅차고,
때로는 위로가 되면서
오늘을
다시 살 힘을 준다.
빗속을 걸으며
나는 깨달았다.
흔적이란
반드시 눈에 보이는
자국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젖은 옷자락에
스며든 냄새,
차가운 공기의 감촉,
가슴에 내려앉은
순간의 울림이야말로
사라지지 않는 무게로 남는다.
그리고 묻고 싶다.
오늘 당신이 남긴 흔적은,
당신의 마음에서
어떤 온도로 머무르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