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이 품고 있던 사랑의 그림자

사랑과 미움 사이의 여백

구름이 흩어지는

하늘을 올려다보면,


문득 나의 마음도

저렇게 흩어져

떠다니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구에게는

따뜻했던 기억이,


또 누구에게는

서운했던 순간이


작은 조각처럼 남아

허공을 떠돈다.


말 한마디가

빗방울처럼 떨어져


조각을 더 크게

만들기도 하고,


침묵이 오히려

구름의 간격을

벌려 놓기도 한다.


가까웠던 마음들이

어쩌다 이렇게

서로에게 닿지 못하는

구름이 되어버린 걸까.


하지만 석양이

구름 사이를 비추듯,


마음도

끝내는 틈 사이로

빛을 흘려보낸다.


그 빛은

때로는 용서이고,

때로는 이해이고,


때로는 그냥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이름 없는

따뜻함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완전한 하늘을

가지지 못한 채,


조각난 마음으로

하루를 건너간다.


그러나

그 조각조각 사이로

비치는 빛 덕분에,


아직 관계는

이어지고,


아직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근에

드라마 《은중과 상연》을 보았다.


햇살처럼

빛나던 은중,


그 곁에서

끝내 그림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상연.


두 사람의 시간은

사랑과 질투,

동경과 미움으로


얽히고

풀리기를

반복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깨달았다.


싫어한다는 건

잊혀지는 것이지만,


미워한다는 건

잊히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을.


미움은

마음에 남아 있는

동경의 다른 얼굴,


사랑이 놓고 간

가장 아픈

흔적이었다.


병상에 누운 상연은

마지막 순간

은중에게 속삭인다.


“다시 만나면…

그땐 내가 너한테

진짜 좋은 친구가 되어줄게.”


짧은 한 문장이

수십 년의 상처와

질투를 녹이고,


용서와

화해의 문을 열었다.


나는

그 장면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혹시 내 안에도,

미움의 이름으로

남겨둔 사랑이 있지는 않은가.


말하지 못한 채

그림자 속에 묻어둔

마음이 있지는 않은가.


《은중과 상연》은 결국,

인간의 깊은 내면을

비추는 이야기였다.


질투와 동경,

집착과 사랑,


그리고 끝내

찾아오는 구원과 용서.


그 모든 것이,

우리의 삶을 흔들고

붙잡는 이름이었다.


그리고 나는

조심스럽게 묻고 싶다.


혹시

당신 마음 속에도

풀리지 않은

미움이 있다면,


그건 어쩌면

사랑이 남겨놓은

또 다른 언어일지도 모른다고.


언젠가 그 마음을

바라볼 용기가 생긴다면,


그 순간은

이미 화해의 시작일지도 모른다고.


사랑과 미움 사이의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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