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에 대하여
너무너무 힘들어지는 순간이 오면 생각한다. 나는 하늘이 아끼는 사람임이 분명하다고 말이다.
하늘은 대인으로 여기는 자에게 필연적인 시련을 준다고 한다. 그 사람이 더 큰 일을 해낼 수 있는지,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함이라고 한다.
올해 내내 그러했지만 요즘들어 특히 눈코뜰 새 없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매일이 눈치보이는 일상이지만 일은 계속해서 주어지고, 모든 일을 다 잘해내고 싶지만 체력과 정신력이 따라주지 않아 마음대로 풀리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쌓인다. 감정을 해소할 시간이 늘 필요한 나이지만 그 시간마저도 허락되지 않아 해소하지 못한 응어리를 끌어안은채 하루를 밀고 나간다.
시간표가 깔끔하지 못해서 공강때마다 간신히 밥을 먹고 지친 몸을 누이는데, 요즘은 내 시간이 남의 시간이 되고 있다. 나의 한시간 남짓한 공간시간은 오롯이 나의 점심시간과 휴식시간이 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시키는 일을 해내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 모든 것이 내 선택이기에 누구를 탓하고 싶은 것도, 지금 주어진 일에 불만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너무 가혹할 정도로 매일마다 공강 없이 일정 하나 끝나면 바로 다음 일정, 끝나면 바로 다음일정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다소 숨막히게 느껴진다.
그 과정에서 기댈 공간, 기댈 사람이라도 있으면 좋겠으나 안타깝게도 가까운 주변에는 없다. 내가 기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다 멀리 있고, 내가 마음을 준 사람은 다 떠나가 오롯이 혼자가 되었다. 한때 나를 열렬히 응원했던 사람도, 먼저 다가와 손 내밀던 사람도 자연스레 멀어졌다. 원망이 아니다. 자연스러운 과정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공허함과 무상함을 느낄 뿐이다. 같이 버틸 사람 한 명만 있어도 살만 할텐데 같이 걷는 사람이 없어 많은 것들이 스쳐지나가는 것들이 아니라 내 위에 올라타는 짐이 되어버리는 느낌이다.
사람을 마음의 기둥으로 삼으면 안 된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홀로서기를 배운다고 생각한다. 힘들 때마다 늘 사람을 원하지만 사실 사람에게 기대고자 하는 마음은 나약하다. 나약함에 머무르기 시작하면 끝이 없고, 그 사람에게 휘둘리게 되어 내 중심을 잃어버리고 만다. 난 강인해지는 법을 배우고 있다.
지금의 과정을 잘 헤쳐나가고 싶어서 커피로 졸음을 깨우면서 겨우겨우 버티는 내 자신이 기특하면서도 걱정되고 안쓰럽다. 그럴 때마다 강한 믿음이 없으면 버티질 못하겠어서 하늘을 바라본다. 당신은 나를 아낀다고, 나라는 사람을 너무 아끼기에 이렇게 힘든 상황을 주신 거라고 믿고 있다. 내가 얼마나 큰 사람인지를 시험하는 중이고, 이 과정을 잘 견디면 당신이 나를 더 아낄 것이라고 믿는 것이 나의 유일한 기둥이다. 이 믿음이 진실일지 거짓일지 알 수 없지만 어차피 진위는 전혀 알 길이 없으니 난 그저 내가 믿고 싶은대로 믿어야만 한다. 이 믿음만이 내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그러니 나는 내가 대인으로 자라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믿겠다. 부족한 점 많고 실수도 잦아 부끄러운 날들이 많은 나지만 계속 넘어지는 이유도, 계속 힘든 나날을 보내는 이유도 곧 찬란한 마침표를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겠다. 부디 그 믿음에 응답이 오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