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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Oct 18. 2022

설상차 타고 빙하 속으로

Rocky Mt. 낙석주의보 ※

다채로운 자연환경을 눈에 담아 가는 로키 산맥 여행. 모든 순간순간이 특별했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했던 기억을 꼽자면, 북미 최대의 컬럼비아 대빙원에서 '설상차를 타고 빙하체험'을 한 것이다. 로키 여행은 재스퍼와 밴프 두 도시를 거점으로 이뤄지는데 <재스퍼 국립공원>은 컬럼비아 대빙하부터 그에서 파생된 여러 빙하를 볼 수 있다.

컬럼비아 대빙원 : 컬럼비아 산에서 흘러내린 빙하가 만든 광활한 얼음 평원으로 북반구에서는 북극 다음으로 큰 빙원이다.

특히 밴프에서 재스퍼에 이르는 '아이스필드 파크웨이' 93번 고속도로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속도로라 불린다. 설산과 빙하, 호수, 침엽수, 고원지대 등 사방으로 펼쳐지는 로키의 풍경을 배경 삼아 달리는 길이 즐겁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길 위에서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놀랄만한 일이 눈앞에 벌어졌다.

부지런히 가던 중 차가 멈춰 선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내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불어오는 먼지바람에 앞이 뿌얘졌다. 모두가 놀라 말을 잃었고, 가이드님도 당황하셨지만 상황을 파악하곤 말을 이어가셨다. 크고 작은 산사태가 종종 나는데 아무래도 낙석인 것 같다고 했다.

세상에, 이게 뭐람! 정말 낙석이었다. 조심스럽게 거북이걸음으로 직진하는 차 안에서 도로 위에 놓인 큰 돌덩이를 보고야 말았다. 경미한 산사태로 인해 우리보다 저만치 앞서가던 자동차 옆으로 낙석이 비켜 일어난 것이다. 천만다행히도 부상자는 없었다.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음에 길 위의 모든 사람들이 감사함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별일 없었다는 듯 눈앞에 거대한 빙하를 향해 간다. (* 실제로 굉장히 드문 일이라고 하니 너무 걱정 마시기를)

컬럼비아 대빙원은 넓이가 325km²,  가장 두꺼운 지점의 두께가 365m라고 한다. 100층 가까이 되는 빌딩과 비슷한 두께라니 얼마나 두껍게 쌓여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전 세계 빙원 중 유일하게 설상차가 오갈 수 있어서 로키 관광의 필수 코스다. 사람 키만 한 대형 바퀴가 달린 거대한 설상차를 타고 컬럼비아 빙원의 일부인 애서배스카 빙하를 오를 수 있다. 우리가 타고 온 버스는 주차장에 안전하게 세워두고, 특수 제작한 Ice Explorer를 타고 올라간다. 대빙원 위의 설상차가 조그마한 장난감 자동차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타이어 크기만 사람 몸체만 한 버스다. 길이 16m, 높이 4m, 지름만 1.5m에 달하는 바퀴가 6개나 달려있다. 8.5L 4기통 디젤 엔진을 쓰는 특수한 자동차로 제작비만 백만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다만 최고 속도는 30km에 불과해서 천천히 움직인. 일반 자동차로는 절대 갈 수 없는 곳. 작년에는 처참하게 뒤집히며 열명이 넘는 사상 사고로 이어진 설상차의 뉴스를 접하고 마음이 안타까웠다. 그만큼 여행길에는 언제나 뜻밖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만큼 모두가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빙하버스가 정차 후, 얼음땅 위로 조심스레 발을 내딛는다. 안전을 위해 한정된 공간에서만 빙하체험이 가능하다. 빙하 위를 천천히 걸어보기도 하고, 겁없이 뛰어보기도 하고, 빙하에서 흘러나오는 작은 물줄기에 손을 넣어보기도 한다. 생애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특별한 자연과의 교감다소 흥분이 된다. 한여름에 냉장고에 갇힌 듯한 시원함이랄까. 뼛속까지 얼어붙는 바람도 부니, 여름 시즌이어도 따뜻한 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경량 패딩 하나 정도는 챙겨가고, 이왕이면 미끄럼 방지 운동화를 신을 것.


빙하수를 마시면 젊어진다는 말에 너도 나도 챙겨 온 텀블러에 물을 담느라 바쁘다. 무공해 청정 빙하수의 맛! 정말 맑고 시원했다. 빙하수를 떠서 그 자리에서 마시는 것 자체로 특별한 경험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극지방이나 고산지대에 분포해 있는 빙하가 기후 변화로 인해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다고 한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매년 십 미터씩 줄어들고 있는 상황인데,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른 시기에 소멸될지도 모른다고.

빙하를 뒤로 하고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해마다 폭염으로 들끓는 여름. 지구온난화가 우리의 일상 온난화로 파고들었다.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에어컨을 풀가동하면 그만이지만, 지구상의 한 구성원으로서 일말의 양심이 있기에 '나라도 뭐라도 줄이면'이란 마인드로 에어컨 사용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광활한 대자연을 오감으로 경험했던 몇 차례의 여행은 지구온난화 뉴스를 접할 때마다 그날의 풍경을 곱씹으며 소소하게나마 행동하게 하는 힘이 되었다. 훗날 그곳을 다시 찾는다면, 그때 그 모습 그대로는 불가할지언정, 그 자리를 지켜만이라도 주고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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