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붉은빛아래 Jun 28. 2022

불면(不眠)

잠을 자지 못함 / 잠을 자지 아니함.

한 때는 오랜시간 잠들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체온 없는 것들이 따스한 척 내 손발을 밤새 잡아주어도 

쉬이 잠들지 못했던 내가 있었다

안과 밖을 한없이 데워도 머릿속이 차가워서,

내 수면은 빳빳하게 얼어버려 작동할 수 없었다


그 때의 나는 잡히지 않는 잠을 그리워하며,

떠나간 이와 떠나갈 이를 수도 없이 세느라 바빴다

능력없는 수학자처럼 수용할 수도 없는 수를 

꾸역꾸역 삼키느라 속이 더부룩해 잠이 들 수가 없었다


한 때는 잠들고 싶지 않아 저항하던 때도 있었다

눈꺼풀 아래 바싹 마른 모래가 흘러넘쳐 사막을 이루어도 

물 몇 방울을 오아시스로 눈속임하며

까만 시간을 조금씩 갉아먹던 내가 있었다


무수한 밤이 증식하여 살아있는 것들을 죽여갈 때

생명의 증거를 숨어서 내뱉는 순간,

이름모를 희열감으로 잠에 들고 싶지가 않았다 


잘 수가 없어서 자고 싶지 않아서 

나는 오늘도 불면의 시대에서 헤엄치고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