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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편덕후 Feb 04. 2019

남편덕후 그림일기 071

내탓이오


연휴를 맞아 꼬리곰탕도 한솥 끓이고 떡국 끓여 먹을 생각에 종수님도 나도 신이 났다! 지난 주일에 교회에서 사 온 떡국 떡을 야심 차게 열었는데! 세상에. 푸른곰팡이가 아름답게 구석구석 피어있었.... 둘이 곰팡이를 확인하고 따씨!!! 동시에 외친 뒤 한참 깔깔 웃었다. 우리 요즘 음식물 관리 왜 이렇게 못하지. 너무 죄스러운데 또 이 상황이 너무 황당하고 그래서 너무 웃겨ㅋㅋㅋㅋ


그렇게 하나의 에피소드를 만들고 끝냈으면 좋았을 텐데. “저는 종수님이 주방 선반에 그냥 두실 때부터 이상하긴 했어요. 냉동실에 넣어두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이 말 왜 했을까...? “난 은실님한테 분명 물어봤는데 여기 둬도 되냐고...” “정말요? 아닌 거 같은데. 전 그런 기억이 없는데.”


그때부터 집안에 먹구름이 가득 들어오기 시작했다. 괜히 속이 상해 방에 들어와 이불을 뒤집어쓰고 생각해보니 내 말이 화근이었다. 탓하는 말. 마치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고는 남을 탓하던 모습과 닮아있다. 태초에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서로 하나 되게 지어진 아름다운 관계가 깨어진 그 순간의 모습 말이다. 그러고 보니 선악과를 먹고 나무 사이에 숨어있는 아담의 모습이 이불 속에 숨은 내 모습 같네...


서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즐겁게 하루를 잘 마쳤지만 자기 전 이불 속에서 종수님을 꼭 안고 사과했다. 종수님도 나도 서로에게 미안해하고 있었네. 우리 이제 다시는 서로를 탓하지 말자. 내가 너고 네가 나인데. 이젠 종수님의 잘못도 내 잘못으로 여기고 덮어주고 채워주며 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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