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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편덕후 Jul 01. 2018

남편덕후 그림일기 036

내 흰머리를 왜 챙기셨지?


“여기 흰머리가 있네?”
“으엥? 잘못 본 거 아니에요?”
예배 끝나고 잠시 앉아있는데 종수님이 흰머리를 두 개나 발견해서 뽑아주셨다. 하, 이건 또 다른 차원의 충격이야... 생각해보니 어릴 때 엄마가 흰머리를 뽑아달라고 한 게 거의 내 나이였던 거 같다. 충격이라며 주절주절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종수님은 내 흰머리를 고이 싸서 가방에 챙기신다.
“그걸 왜 챙기세요???”
“은실님 거니까...”
집에 와서 그림을 그리다가 이해가 안 가서 또 다시 여쭤봤다.
“종수님, 아까 제 흰머리 왜 챙기셨다고 했죠?”
“은실님 머리를 뚫고 나온 최초의 흰머리니까...”
네...? 그게 뭐죠...?
그러고보니 전에도 종수님이 깬 유리컵 파편이 발바닥에 박혀 종수님이 겨우 빼내주신 적이 있다. 그때도 종수님은 피 묻은 유리 파편을 휴지에 싸서 보관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내가 종수님의 다 낡은 바지를 못 버리고 두는 거랑 비슷한 건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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