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편덕후 Jul 07. 2018

남편덕후 그림일기 040

미련한 우리를 칭찬해

루시드폴의 가사를 빌리면, ‘살아가는 게 나를 죄인으로 만드’는 것 중 절정은 바로 장보기다. 비닐에 플라스틱에 각종 일회용 포장이 어찌나 많은지. 썩지도 않고 어딘가에서 삶의 터전을 망치는 이것들을 어떻게 처치해야 하나. 비닐은 웬만하면 재사용하고 장바구니도 항상 가지고 다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특히 감자는 살 때마다 새 비닐에 담아 계산 하고, 흙 묻은 봉지를 바로 버리는 게 항상 괴로웠는데 드디어 해결책을 찾았다! 종수님이 빵을 포장해오시는 종이봉투를 모아뒀다가 장을 보러 갈 때 챙겨가는 거다. 아이디어는 좋은데 막상 감자 막 담는 사람들 옆에서 헌 봉투를 꺼내자니 뭔가 구질구질해지는 느낌이 들어.....ㅋㅋㅋㅋㅋ 우리 이렇게까지 살아야하니...?ㅋㅋㅋㅋㅋㅋ
그런데 너무 신기하게도, 헌 봉투에 감자를 담아 계산하고 나니 마음속 행복 풍선이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 든다!!!! 이 감정은 다른 데서 살 수도 없고 오직 미련하고 작은 실천만이 주는 거겠지!!!!!! 지구의 티끌만한 행동이지만, 누군가에게 빚진 마음으로 이렇게 조금씩 미련하게 사는 우리가 참 좋다. 다음엔 또 무슨 구질구질을 실천해볼까나!!!!

매거진의 이전글 남편덕후 그림일기 03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