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사랑 이야기가 제일 재밌거든요
마침내 사랑이었고, 마침내 영화였고, 마침 내 사랑을 생각하게 하였다.
박찬욱 감독 작품 중 봤던 것을 어설프게 떠올려 종합해본다. 결국 다 사랑 이야기였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사이보그지만 괜찮아),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을까(박쥐), 우리의 사랑은 가능할까(아가씨). 그리고 <헤어질 결심>은 마치 '사랑'이라는 단어의 뜻풀이를 펼쳐놓은 사전처럼, '사랑'을 말하지 않고 그 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사전의 찬찬한 뜻풀이처럼 <헤어질 결심>은 대사, 연기, 촬영, 편집, 음악, 소품, 색감 등등 온갖 영화적 요소로 이 영화의 사랑을 성실히 풀어낸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봤을 때와도 겹쳐졌다. 와, 이건 영화의 진수다. 머리, 마음, 몸 다 갈아 넣었다. 감독님이 밥 먹을 때도 영화 생각으로 가득했을 거다 싶은.
헤어질 결심이 사랑으로 치환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나의 사랑을 생각했다. 하필 그 사람에게 사랑에 빠져가던 나날, 말과 글로 정확히 이해받고 싶던 욕심, 어쩔 수 없이 완벽하게 타인이라는 존재적 한계. 나를 붕괴시키는 열망 속에서 당신을 피의자로 만들어 끊임없이 들춰보던 모습까지. <헤어질 결심>을 해어질 때까지 곱씹어보게 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