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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림 Jul 31. 2022

이제야 <달까지 가자>

장류진, <달까지 가자>, 창비(2021)

장류진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 표지와 스타벅스 MD


작년 이맘때였나? 사무실이고 스튜디오고 직종 관계없이 사람들은 모였다 하면 주식이나 코인 이야기를 나눴다. 난 괜히 끼고 싶어서 엄마랑 어른들 대화할 때 끼는 딸내미처럼 아주매우상당히 얕은 아는 체하며 사람들 틈바구니에 고개를 살포시 들이밀었다.


그런 와중에 코인 투자기를 다룬 <달까지 가자>가 재밌다는 이야기도 왕왕 들었다. 작가님도 모셔보려고 책 사놨는데 이런저런 흐름들에 또 필더플로우 하다가 오늘에 이르렀다. 코인도 입소문 타는 책도 한 발짝 늦어버렸다. 부지런히 세태에 편승해서 영리하게 뽑아먹어야 하는데. 책의 주인공들 맘 내 맘. 부자 되고 싶다.




별 볼 일 없는 서민 미혼 2030 회사원이 코인을 하기까지 심리와 생활을 인스타그램 스토리처럼 보여주는 작품이다. 너무나 있을 법하게, 재치 있고 그 순간에 퍽 솔직한 듯. 인스타그램의 화려한 비주얼에 눈을 빼앗기고 빠져들듯 이 소설도 그러하다.


해설을 읽는데 오래전 학부 때 보고 잊었던 이름 '임화'와 용어 '세태 소설'과 마주쳤다. 이렇게 경쾌하고 호흡이 빠른 문장들의 끝에 달린 주석은 달까지 날아가는 페이지에 지구의 중력이라는 추를 단 느낌이라고 할까.


보여주려고, 자랑하려고 한다곤들 하는 인스타그램. 수많은 피드를 지나치며 건져낸 의미는 무엇이었나? 이 소설을 읽고 내가 건진 문장은 어떤 것이었나? 인스타그램을 한창 하고 있는 요즘이었는데 <달까지 가자>를 읽다가 임화와 세태 소설이라는 말로 내 요즘 삶까지 되돌아보게 될 줄은 몰랐다.




123쪽

지긋지긋했다. 아직 대리도 못 단 주제에 이런 말 하는 게 웃긴다는 건 알지만, 벌써 신물이 났다. 보수적인 조직, 멍청한 리더, 짜디짠 박봉, 밀어주고 끌어주는 인맥의 부재, 배움 없이 발전 없이 개인기로 그때그때 업무 쳐내기, 별다른 혁신도 자극도 없이 평생 이 상태로 근근이 유지만 할 것 같은 정체된 업계…… 여기에서는 도무지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347쪽

일단은, 계속 다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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