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만한 가치가 있는가
요즘 경제 침체로 인해 호주 카페 손님들의 방문 횟수는 줄었지만 반면에 시드니 한 카페에서는 한 잔에 $1500인 커피는 팔리고 있다. 2명 이상이 이미 사 먹었다고 한다. 스페셜티 커피 점수에서 90점 이상을 받은 최고 품질의 파나마 커피로 손님이 주문하는 즉시 파나마에서 개인 제트기로 원두가 배송된다. 사람들이 100만 원이 넘는 돈을 주고 마시는 이유는 무엇이고 90점은 어디서 온 기준인지 알아보자.
요즘 한국에서도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누군가에게는 처음 듣는 단어일 수 있다. 하지만 문구만 봤을 때 직관적으로 특별한 무언가가 있겠구나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이 협회에서 정해놓은 점수표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받은 원두를 의미한다. 이러한 점수를 매기는 기준에는 어떤 것들이 포함되어 있을까.
스페셜티 커피라는 단어가 처음 생긴 것은 1974년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이 단어가 생긴 건 50년 전이었다.
Erna Knutsen에 의해 처음 탄생하게 된다. Erna는 미국에 살고 있는 노르웨이 출신의 이민자였다. Erna가 커피와 차 무역 잡지사와 인터뷰하는 자리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소기후에서 재배된 커피가 갖는 특별한 향미와 좋은 품질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단어라고 전해진다. 물론 5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면서 단어의 의미가 변화되었지만 좋은 품질과 특별한 향미를 갖는다는 전체적인 배경을 변하지 않았다.
스페셜티 커피는 스페셜티 등급의 커피를 줄여 부르는 말이다. 일반적으로는 관련 협회에서 만든 점수표를 기준으로 결정한다. 평가를 마친 점수의 합계가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을 얻은 커피를 부르는 이름인 것이다. 그리고 평가하는 사람들은 Q Greader 또는 큐그레이더라고 부른다. 보통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커피 중 약 10%만이 스페셜티 등급을 받고 있다. 나머지 90%는 80점보다 낮은 점수를 갖는다는 걸 의미한다. 그렇다면 어떤 평가 항목이 상위 10%를 결정하게 되는 걸까.
커피의 품질과 향미를 평가할 때 사용되는 방법은 커핑이다. 커핑이란 원두를 분쇄한 후 물에 담가놓고 일정한 시간 변화 따라 생성되는 향과 맛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커핑을 진행하기 전 생두를 평가해야 한다. 생두의 품질은 등급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생두를 이용해 결점들의 존재 여부와 색깔과 냄새를 평가하게 된다.
만약 300g의 생두에 5개 이상의 결점두가 존재하면 스페셜티 등급을 받을 수 없다. 또한 원두 자체가 검은색으로 변한 블랙 결점두나 상한 결점두 등 주요 결점두 항목에 1개라도 표함 되면 스페셜티 등급을 받을 수 없다. 이 외에도 포함하는 수분량과 일정한 생두의 크기 등의 항목들에서 하나라도 해당하면 맛을 보기도 전에 스페셜티 등급에서 탈락이다.
생두 평가가 끝나면 커핑을 통해 원두를 평가하기 시작한다. 커핑에 사용되는 커피는 24시간 이내 로스팅한 원두를 사용하고 로스팅 후 최소 8시간이 지나야 평가를 진행할 수 있다. 커핑을 시작하면 큐그레이더 들은 원두의 맛과 향의 품질을 점수표의 기준에 따라 평가하게 된다. 산미, 단맛, 바디, 클린함, 균일성을 기준 점수표를 따라서 평가하게 된다.
품질을 결정할 때 맛과 관련된 산미, 단맛, 바디가 사용되는 것을 쉽게 이해가 되지만 균일성이 왜 포함되는지 궁금해 할 수 있다. 균일성을 평가할 때는 같은 원두로 여러 잔을 만들었을 때 균일하게 같은 맛이 표현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균일성이 증명되어야 전체 원두가 같은 품질과 특성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균일하지 않은 원두를 사용하여 여러 잔의 커피를 내렸다고 가정하자. 같은 원두로 만들었지만 몇 개는 맛있고 나머지는 품질이 떨어지는 원두가 섞여 있었기 때문에 강한 신맛과 쓴맛이 도드라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몇 잔을 내려도 같은 맛과 향을 동일하게 표현하는지 확인하는 균일성은 꼭 필요한 평가 항목 중 하나이다.
요즘 시대가 변화하며 양보다는 질을 추구하는 시대로 발전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양이 많고 가격이 저렴한 커피가 유행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에스프레소 바 콘셉트의 카페가 유행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양보다는 맛을 더 우선시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스페셜티 커피를 찾는 사람들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2020년 기준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이 일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 2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1위는 프랑스가 3위는 미국이 차지하였다. 세계 평균 일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161잔인 걸 감안하면 세계 평균의 2배에 해당하는 수치를 한국이 기록한 것이다.
매일 1잔은 기본으로 마시는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홈카페 또는 홈바리스타 열풍을 몰고 오기도 했다. 처음에는 바쁜 한국 사회에서 단지 카페인을 소비하는 것에서 인기가 시작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사람들은 새로운 핫플레이스 카페 또는 새로운 메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커피 메뉴가 나오면 전국적으로 유행이 되며 인기를 끄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결과로 사람들은 맛에 대한 경험치가 높아졌고 또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들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경험들이 쌓여 조금 더 특별한 맛과 품질의 스페셜티 커피를 찾게 되는 것이다.
나는 커피를 처음 마셨을 때는 쓴 음료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바리스타로 일을 하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하루에 3군데 이상 카페를 다니며 3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기도 했다. 그때 나는 쓴맛만 느끼는 것이 아닌 산미, 단맛, 질감, 바디가 다양하게 느낄 수 있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렇게 맛의 균형이 잡힌 커피를 마시면 부드럽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내가 스페셜티 커피를 고집하는 이유는 불쾌한 맛이 없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나는 개성이 너무 강하게 표현되는 것보다 단맛과 산미가 균형적이고 매일 마시기 좋은 원두를 좋아한다. 사람들이 말하는 커피가 부드럽다는 말은 대략적으로 추측해 보면 입안에 자극을 주는 걸리적거리는 맛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입안에서 느껴지는 질감과 클린함을 부드러움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너무 오래되거나 상한 원두에서 찾을 수 있는 강한 산미 또는 고무, 휘발유 같은 불쾌한 맛이 느껴지면 부드러운 맛을 표현할 수 없다. 이러한 맛을 내는 주된 원인은 일반적으로 생두의 결점두에서 발생한다. 스페셜티 커피를 마시는 이유 중 하나는 불량 원두인 주요 결점두가 없는 최고 품질의 원두로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페셜티 커피는 일반 원두보다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스페셜티 등급이라는 네임밸류만으로 가격이 비싸지는 건 아니다. 우리는 운이 좋게도 언제 어디서든 원하면 얼마든지 커피를 사 먹을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하지만 원두가 우리가 직접 마시고 있는 이곳까지 오는 여정은 길고도 험하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자.
좋은 품질의 커피가 생산되기 위해서 단계마다 그 분야의 장인들이 필요하다. 커피열매가 있던 농장에서 시작하여 한국에 있는 작은 동네 카페에 원두가 도착하기까지는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의 노력이 요구된다. 이러한 장인들의 지속적인 연구 개발과 노력을 스페셜티 커피를 나누는 기준으로 포함시키는 곳도 많아지고 있다. 평가하는 점수표 말고도 생산 과정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포함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생산 과정마다 자신의 분야의 장인들이 있고 그들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지원도 아낌없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커피 열매를 따서 건조하는 과정에서 곰팡이에 오염되지 않고 가공 과정을 진행하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고 기계도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하지 않는 농장에서는 자신들의 품질을 올리는 일에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생두의 가격은 매년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커피의 품질을 올리기 위해 매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연구를 하는 농장의 경우는 생두의 맛과 품질이 올라가서 생두 바이어들이 비싼 값을 주고서라도 구입하게 된다.
이렇게 생산된 원두는 스페셜티 등급을 받을 확률도 높아지는 것이다. 또한 생두를 배송하는 과정과 보관하는 방식의 차이에서도 원두의 가격이 차이가 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 손에 오기까지의 과정 사이에 품질과 맛의 관리에 드는 비용이 소비자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게 되는 구조이다.
먼저 스페셜티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품질이 좋은 커피 열매를 수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생산 과정을 책임지는 사람은 농장의 농부이다. 일반적으로 커피 농장들은 가족 대대로 내려오는 사업인 경우가 많다. 고도의 높이와 기후는 맛과 품질을 결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도의 높이와 기후 그리고 환경에 맞춰서 나무를 길러내야 좋은 품질을 갖은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이렇게 품질 좋은 커피를 생산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한다. 또한 생두 바이어들과 농장 사이가 돈독하게 유지되는 걸 자주 볼 수 있다. 바이어는 원두 구입 가격을 적합하게 지불하여 경제적으로 농장주들을 지원해지고 농장주는 지속적으로 품질 발전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농장의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로 인해 스페셜티 커피 업계에서 지난 몇 년 사이에 이슈가 되었던 커피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던 가공 방식이 아닌 발효 과정을 추가적으로 거쳐 무산소 발효 커피를 생산하기 시작한 일이었다. 과일맛이 직관적으로 느껴지고 와인 맛이 강하게 나면서 엄청나게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되곤 했었다. 이렇게 현지 농장에서는 나무를 키우고 열매를 수확하는 일뿐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품질과 맛의 향상에 노력하고 있다.
원두가 생두로 생산되면 이를 구매하는 그린빈 생두 바이어의 역할이 커진다. 그린빈 바이어들의 커피를 평가하기 위해 뛰어난 미각이 훈련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품질을 평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이수하기도 한다. 이들은 생산된 생두를 평가하고 맛보며 현지 농장주와 수입 회사나 로스터리 사이의 연결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그린빈 바이어는 농장주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추가적으로 그린빈 바이어는 생두를 구입해서 구입한 곳까지 배송하는 일도 담당한다. 이때 배송 방법과 생두 보관 방법에 대해서도 직접 관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생두를 포장한 방법이나 보관 방법이 잘못되었을 경우, 생두가 배송되면서 상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생두를 배송하는 일은 신선한 생두를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두 바이어는 좋은 품질의 생두를 선별하고 신선하게 배송지까지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항상 연구한다.
그린빈 생두 바이어가 생두를 수출하면 로스터리 또는 생두 수입회사에서 원두를 받게 된다. 이 생두를 소비자가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은 로스터가 담당한다. 커피 로스터는 자신이 원하는 생두를 구입하여 열에 볶는 로스팅 과정을 진행한다. 로스팅은 요리와도 같다.
모두가 불과 팬, 음식 재료가 있으면 요리를 할 수 있지만 같은 레시피를 사용했다 해도 결과물은 만든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기본적인 레시피가 있어도 로스팅 과정과 물리와 화학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다면 상황에 따라 변하는 변수를 조절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스페셜티 등급의 원두를 사서 로스팅을 해도 스페셜티 커피의 특성을 모두 다 살릴 수 있는 건 아니다. 로스터의 능력에 따라 다른 맛을 가진 원두가 되기 때문이다.
바리스타는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이해와 원두를 다룬 경험치가 중요하다. 산미가 특징인 원두는 산미를 죽이는 방법으로 추출한다면 좋은 바리스타가 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 향미에 따라 적합한 방법으로 추출을 담당하는 역할을 바리스타가 하게 된다. 소비자에게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경험을 직접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마지막으로 바리스타가 만든 스페셜티 커피는 소비자의 손에 담기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바리스타가 제공하는 커피가 이곳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장인들의 손을 거쳤는지 상상하며 마신다면 커피가 더 맛있게 느껴질 것이다. 소비자는 스페셜티 커피의 가격이 비싸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최고의 품질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한 과정에 합당한 가격을 지불해야만 한다. 그래야지만 지속 가능한 생산 구조로 유지되며 우리가 집 앞에서 쉽게 마실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